동영상의 밀도

Posted by on Aug 11, 2017 in 단상, 링크, 삶을위한영어공부, 영어 | No Comments

트렌드에 관심도 없고 따라갈 능력도 안되지만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감은 잡아야 할 듯하여 가끔 ‘영어 학습법’ 동영상을 찾아본다. 대개 정보의 밀도가 낮고 주변적인 이야기가 많다. 아는 내용이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으나 한두 문장으로 요약 가능한 이야기를 5분 10분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미디어에 대한 나의 오해일 수 있다. 동영상의 정보밀도는 낮추고, 신변잡기+경험+유머+슬쩍호통치기를 적당히 갈아넣어 매력적인 진행자를 통해 전달하는 방식이 최고의 성공전략일지도 모르니까.

얼마 전에는 동영상 강의를 보는데 추천 영상 중 하나가 <미국 교포 vs 영국 교포, 누가 더 영어를 잘할까?>라는 제목을 달고 있더라. 이런 제목에 끌리는 사람과 행여나 손이 미끄러져 클릭하게 될까 조마조마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는 당연히…

한국에서 웹이 시작되던 시기부터 웹상의 교육에 대해 고민해 왔지만 미디어에 대한 태도와 미감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 듯하다. 영상을 정보습득의 제1매체로 쓰는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상이라는 ‘외국어’에 좀더 깊이 빠져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덧: 물론 모든 영상이 ‘듬성듬성’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애정해 마지 않는 Vsauce 같은 채널을 보라. 문자매체 못지 않은 정보밀도를 자랑한다. 스크립트가 웬만한 책 원고보다 낫다.

https://www.youtube.com/user/Vsauce

손편지와 전자우편

Posted by on Jul 16, 2017 in 강의노트, 단상, 링크, 수업자료 | No Comments

‘우편, 편지’를 의미하는 영단어 mail은 고대 프랑스어 male에서 온 것으로 초기에는 여행 가방을 의미했다. 이후 우편제도의 발달에 따라 ‘우편물’ 혹은 ‘편지를 부치다’등의 뜻으로 진화했다. 20세기 후반에 대중화된 e-mail은 ‘전자우편’이라는 뜻의 electronic mail의 준말이다.

편지가 이메일이 된 것은 전달의 매개 즉 미디엄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우편배달에 있어 궁극의 퀵서비스가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전달방식’으로만 이해한다면 전자우편 기술의 반쪽만을 보는 결과를 낳는다.

이메일은 메시지의 전달방식(delivery method) 뿐 아니라 정보의 저장방식(archiving method)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편지는 정보를 담은 물체가 공간이동을 하지만, 이메일은 정보를 복제하여 상대와 공유한다. 편지는 내 손을 떠나 보내는 것이 맞지만 이메일은 실상 나에게도 너에게도 보내는 것, 즉 ‘카피 앤 페이스트’하는 것이다. ‘이메일을 보내시겠습니까?’라는 말은 ‘이메일을 복사에서 홍길동의 메일 서버에 붙이겠습니까?’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동일한 디지털 정보를 두 사람이 갖게 되는 사태는 물성을 지닌 편지가 받는 사람의 소유가 되는 사태와 사뭇 다르다. 편지라는 미디어는 정보 및 그 담지자(carrier)의 비대칭성을 특징이지만 이메일은 정보의 대칭적 소유가 특징이다. 이런 의미에서 “SEND” 버튼은 “GIVE & TAKE” 아니, “TAKE & GIVE” 버튼이다. ‘보내기’ = ‘나 한부 갖고 너 한 부 갖자.’

편지를 보내는 순간 나에게서 떠난다. 사라지는 편지라야 진짜 편지라는 말이다. 이메일은 보내는 순간 나에게도 남겨진다. ‘보낼 편지함(미래)’에서 ‘보낸 편지함(과거)’로 이동하지만 여전히 내가 쥐고 있는 상황은 지속된다. 동일한 메시지를 담는다 하더라도 편지는 ‘사라짐의 미디어’이고 이메일은 ‘남겨짐의 미디어’랄까.

손편지를 쓰다가 뭐 이렇게 별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노트 필기였다면 이렇게 장황하진 않았을 거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지!

Posted by on Jul 15, 2017 in 단상, 링크 | No Comments

“그래서 하고 싶은 게 뭐야? 정말 하고 싶은 걸 찾아야지.”

세월의 밑바닥에 켜켜이 쌓인 회한이 또다시 이루지 못할 꿈의 탄생을 재촉한다. 듣는 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고 해도 꿈을 찾으라는 충고 때문은 아닐 것이다.

OECD 성별 격차 지수 Gender Gap Index

Posted by on Jul 9, 2017 in 링크 | No Comments

OECD가 발간한 2016년 World Gender Gap Report에 따르면 한국의 성별간 격차(Gender Gap)는 세계 116위입니다. (참고로 2013년에는 111위였네요.) 지수 산출 기준은 경제부문의 참여도와 기회, 교육성취, 보건 및 생존, 정치적 권한 등입니다. 아이슬란드와 핀란드, 노르웨이가 1-3위를 차지했군요.

Rankings

구동사(phrasal verb)와 구명사(phrasal noun)

한 페친께서 “run-down”이라는 구명사(phrasal noun)을 언급하셔서 관련 링크를 하나 공유합니다.

영어 학습 단계에 있어 상위 학습자와 원어민을 가르는 몇 가지 지점이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구동사(phrasal verb)의 자유로운 사용이죠. 영어를 꽤 잘하는 분들도 put off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자리에 postpone이나 procrastinate를 쓰거나, set something off 라고 쓰면 적당할 상황에서 cause something to begin과 같이 쓰는 걸 볼 수 있으니까요.

사실 저도 이러는 경우가 많아서 미국인 동료 하나가 ‘너는 왜 말하는 걸 글쓰듯 하냐?’라고 물은 적도 있습니다. 저는 당당히 ‘영어를 글로 배워서 그래.’라고 대답했죠. ^^

구동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 바로 구명사(phrasal noun) 입니다. Report가 동사와 명사 모두로 사용되듯 run down 또한 동사로도 명사로도 사용될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명사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띄어쓰기 없이 한 단어로 쓰거나 중간에 하이픈을 넣어주어야 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아래 링크에서 구명사(phrasal noun)의 다양한 예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phrasal verbs vs. nouns

난 아직 모르잖아요~

Posted by on May 29, 2017 in 단상, 링크 | No Comments

변변찮은 연주를 마음으로 품어준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덕분에 작은 음악회를 두 번이나 했었죠. 제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관객 요청 리사이틀’이었습니다.

처음 모였던 곳은 합정동의 작은 연습실. 그랜드 피아노가 있고 10명 남짓 다닥 다닥 붙어 앉을 정도의 아담한 공간이었습니다. 이전 집과 지금 집 딱 중간에 그 연습실이 있었다는 걸 최근에야 알고 놀랐습니다. 연습실은 사라졌지만 그 즈음 녹음한 곡들은 아직 남아 있네요. 그마저 언제 흩어질지 모르지만, 그래도 참 좋은 추억이었습니다. :)

시간강사의 시간

Posted by on May 27, 2017 in 단상, 링크 | No Comments

소득세를 신고할 때마다 살짝 우울해집니다. 작년 한 해 총소득이 사회생활 첫해 연봉과 비슷하더군요. 20년 가까이 월급이 안 오른 셈이죠. 저는 시간강사 중에서 형편이 좋은 편입니다.

시간강사에게는 임노동의 단위시간만 있을 뿐, 경험과 전문성의 시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학기말, 또다시 시지푸스의 절망이 기다리고 있지요. 끝없는 시간의 리셋 속에서 삶의 도도한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우리를 응원합니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요.

인종차별 체험기

카투사로 한 군생활 말년이었으니 아마도 97년이었던 것 같다. 외근을 마치고 부대로 돌아오는 길에 부대에서 제공하는 버스에 올랐다. 먼저 도착한 부대원들은 저만치 뒤에 겉멋든 고딩들마냥 자리를 잡고 있었다. 군바리의 특성상 합류는 이미 정해진 일.

통로를 지나려는데 아기를 앞으로 안은 백인 여성 하나가 보인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조심조심 지나간다. 본의 아니게 그녀의 등과 나의 등이 스친다. 한국의 대중교통 상황에 대입해 보면 정말 대수롭지 않은 마찰이다. 그런데 날카로운 목소리가 등에 꽂혔다.

“Fxxx”

순간 귀를 의심했다. 고개를 돌려 그 여자를 쳐다본다.

“What did you say?”
“You should have said ‘Excuse me’ when you passed by. You almost killed my baby.”
(“killed”라는 말이 몹시 거슬렸으나 꾹참고) “Okay, I’m sorry for not saying ‘Excuse me.’ But you should not use that kind of language to me. Watch your tongue.”

설교를 더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피차 득될 것 없는 상황이었다. 마음을 가라앚히고 자리에 앉으려 했다. 그런데… 그런데… 이번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말이 뒤통수를 가격했다.

“Don’t yellow people know how to say, “excuse me”?”

“Yellow people”소리를 듣자마자 피가 거꾸로 솟았다. 다시 일어나서 그 여자에게 다가갔다. 격양된 목소리로 방금 한 말을 다시 해보라 다그쳤다. 내 격양된 어조때문이었을까. 그녀는 “‘Excuse me’라는 말을 썼으면 더 좋았을걸…”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런 태도가 역겨웠다. 사과를 받아내야 했다. 이 자리에서 정중하게 모두가 들을 수 있게 사과하라고 소리쳤다. 그녀는 그럴 수 없다고 버텼다. 고성이 오가기를 수 차례. “마지막으로 말하는데 사과해라. 늦지 않았다.”며 최후통첩을 보냈다. 그녀는 끝까지 사과를 거부했다. 사과를 포기하고 자리에 앉았다. 모든 상황을 다 지켜본 친구 중 하나가 괜찮냐고 물었다. 괜찮지 않았지만 입술을 깨물며 괜찮다 했다. 같이 일하던 상병 하나가 그녀에게 다가가 다시 한 번 사과를 해달라 정중히 말했다. 그녀는 사과할 것이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부대로 돌아와서도 아까 상황에 대한 울분을 삭일 수가 없었다. 고민 고민 끝에 다음날 업무를 마치고 부대장(여자 대위)을 찾아갔다. 자초지종을 다 듣더니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났느냐, 주변에서 보고 들은 목격자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렇다 했다. 부대장은 “그점에 대해 유감이고, 네가 원하면 정식 절차를 밟아 군대 내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몇 번의 조사과정이 있을 것이고 조서를 작성해야 하며, 꽤나 성가신 과정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했다. 넌지시 ‘그냥 참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사실 그 모든 과정이 너무 번거롭기도 하고, 그 여자와 다시 만날 생각을 하니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래서 정식 제재 요청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거의 이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이를 악물고 제소를 했어야 했나 할 때가 있다. 나 편하자고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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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심각한 글을 써버렸구나.
(우습게도!) 이 사건을 끄집어낸 건 아래 동영상이었다.

An interesting take on flow

Posted by on May 9, 2017 in 과학, 링크 | No Comments

The same argument applies to many other areas including teaching and writing, the performance of which requires an extended amount of time, I believe. Although some moments might flow smoothly and almost effortlessly, the overall performance is under constant monitoring, recalibrating, retrying, and restarting. For professionals, of course, the state of ‘flow’ appears more often and lasts longer. However it does not characterize the entire process. It is all about achieving ‘a shorter struggle and a quicker rebound, and a more effective orchestration of competing factors,’ rather than ‘sliding into the state of flow and staying there.’

“In other words, the idea that expert actions are in a placid state of flow – a state in which things seem to fall into place on their own – is a myth.”

https://aeon.co/essays/the-true-expert-does-not-perform-in-a-state-of-effortless-flow

Manchester by the Sea (2016)

Posted by on May 6, 2017 in 단상, 링크 | No Comments

어떤 삶은 교훈이나 감동을 주지 않는다. 그저 다른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렇게 흐르고 있다는 것을, ‘교훈’이나 ‘감동’ 같은 말로는 어떤 진실도 대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할 뿐. 너무 많은 존재들을 말에 가두어 온 내 가련한 인생.

바다를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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