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3주기

Posted by on Apr 16, 2017 in 단상, 링크 | No Comments
스쳐가는 얼굴들,
스러져간 우주들.


단원고 학생 남현철·박영인·조은화·허다윤 님, 단원고 교사 고창석·양승진 님, 여섯 살 혁규와 아빠 권재근 님, 그리고 이영숙 님. 남아있는 아홉 분 모두 하루 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실 수 있길 빕니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Posted by on Apr 9, 2017 in 단상, 링크, 일상 | No Comments

얼마 전 학생들과 함께 Candy Chang의 <Before I die>라는 TED 강연을 봤다. 각자가 죽기 전에 뭘 하고 싶은지 써보는 시간도 가졌다. 여행애 대해 언급한 학생들이 제일 많았고, 진정한 사랑을 하고 싶다거나 자기 집을 직접 디자인해 보고 싶다는 친구도 있었다.

나에게도 뭘 해보고 싶냐고 묻길래 “죽기 전에 작은 뮤지컬 하나를 기획하고 전곡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몇몇 학생들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설마’, ‘에이’ 같은 표정을 지었다. 급발동한 자격지심에 “아무도 안보러 와도 괜찮아요. 만드는 게 중요하죠.”라며 능청을 떨었다. (아무도 안오기만 해봐라.)

오늘은 오랜만에 건반이 있는 방에 들어섰다. 좁은 공간에 온갖 책들과 잡동사니가 널려 있어 환기를 시켜도 잔먼지가 쉬이 가시지 않는다. 알러지성 비염이 있는 나에게는 고통스런 환경이다.

그래도 한 학기에 한두 번은 쳐야 되지 않을까 싶어 (미안하다 건반아) 마스크를 끼고 건반을 연주했다. ‘음… 역시 녹슬었어. 하지만 뭐 하루 이틀이냐.’ 신나게 두들기다 보니 손이 꼬이며 숨이 차온다.헉헉. 이게 사는 건가.

생각해 보니 아무도 안보러 오는 건 둘째 치고 배우로 나설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뭐 안되면 내가 다 불러서 라디오 드라마처럼 만들지 뭐. 그럼 또 아무도 안들을 거 아냐? 아 급 우울해진다. 이도 저도 안될 거 같은데 그냥 꿈을 바꿀까? “죽기 전에 미세먼지와 비염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로.

https://www.ted.com/talks/candy_chang_before_i_die_i_want_to

 

민주 Democracy – 피아노 연주

Posted by on Mar 30, 2017 in 단상, 링크, 일상 | No Comments

한 친구의 기억이 예전 연주의 기억을 되살려냈다. 각자의 기억이 소중한만큼 서로의 기억을 간직하는 것이 가치있다는 믿음. 그것이 민주의 가치 아닐까.

“너는 햇살 햇살이었다 산다는 일 고달프고 답답해도
네가 있는 곳 찬란하게 빛나고 네가 가는 길 환하게 밝았다

너는 불꽃 불꽃이었다 갈수록 어두운 세-월
스러지는 불길에 새불 부르고 언덕에 온고을에 불을 질렀다.

너는 바람 바람이었다 거센 꽃바람이었다
꽃바람 타고오는 아우성이었다 아우성속에 햇살 불꽃이었다

너는 바람 불꽃 햇살 우리들 어둔삶에 빛던지고
스러지려는 불길에 새불 부르는
불꽃이다 바람이다 아우성이다
불꽃이다 바람이다 아우성이다”


너의 자유로움으로 가: 한 택시 기사와의 대화

Posted by on Feb 14, 2017 in 단상, 링크, 일상 | No Comments

하루를 완벽하게 마무리해 준 건 손님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한 택시기사와의 대화였다.

종각에서 집까지 오는 길, 오랜만에 택시를 탔다. 내 또래쯤 되어 보이는 택시기사는 30초 쯤 이메일을 읽고 고개를 든 내게 대뜸 질문을 던졌다.

“울랄라 세션 임윤택 씨 돌아가셨다는 이야기 들으셨어요?”
“네. 들었어요. 안타깝죠.”
“네. 정말 슬프더라구요. 대단한 뮤지션이었는데. 사실 병세 악화 기사 같은 것도 안떠서 괜찮은가보다 했는데… 너무 아깝죠?”
“네. 음악 참 좋았었는데…”

나는 말끝을 흐렸다. 잠시 침묵. 그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수퍼스타 K 나왔을 때 정말 대단했었거든요. 아마추어라 믿을 수 없었죠.”
“네… 그런데 너무 쓸쓸히 갔네요. 그렇게 사랑받던 분이 가니 더 쓸쓸한 거 같아요. 무엇보다 너무 젊죠.”
“네. 유재하도 김광석도 그렇게 너무 일찍 갔죠. 휴우…”
“그렇죠.”

그의 한숨에선 진짜 “휴우” 소리가 났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걸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떨리는 목소리. 좋아하던 뮤지션의 죽음에 대해 깊이 아파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이야기를 다시 이어갔다.

“그래도 김광석씨는 돌아가시기 전에 한 20분 정도 일대 일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어요. 운이 좋았죠. 그때 롯데월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거든요. 조인트 콘서트를 했는데 김광석, 장혜진, 이오공감이 같이 왔어요. 김광석씨 부인되시는 분이랑 같이 오셨는데… 준비 다 하시고 시간이 좀 남아서 무대 뒤에서 이십 분 쯤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리고 얼마 있다가 돌아가셨죠. 도저히 믿기질 않았어요.”

그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그땐 라디오를 끼고 살았어요. 좋아하던 가수가 많은데, 김광석 유재하는 당연히 좋아하고요. 동물원을 정말 좋아했어요. 1집과 5-1, 5-2를 특히 좋아했죠. <주말 보내기> 같은 노래 참 특이하고 좋았는데.”

나도 맞장구를 쳤다.

“동물원 좋죠. 저도 참 좋아해요. 그러고 보니 저랑 듣고 자란 음악이 비슷하네요. <잊혀지는 것> 너무 좋지 않나요?”

“아, 진짜 좋죠. (이 아저씨, 이제 아예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사랑이라 말하며, 모든 것을 이해하는 듯~~’ 정말 좋아요. 다른 멤버들 노래도 좋지만 저는 김창기씨 노래가 제일 좋아요. 혹시 우리노래 전시회에 실렸던, (나와 거의 동시에!) <너의 자유로움으로 가> 아, 아시네요? (함께) ㅎㅎㅎㅎㅎ”

이 분, 음악을 나보다 더 진지하게 좋아하신다. DJ를 하면서 노래까지 불러주시고! 예전 뮤지션 이야기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듀스, 이소라, 조동익, 이소라… ‘모래시계’로 활동했던 천성일과 정연준이 노이즈와 업타운으로 활동했던 이야기. 김창기의 노래들에 나오는 ‘그녀’는 오로지 한 사람이라는 것. 김광진의 편지 뒷이야기. 내리기 바로 전 그가 내게 건넨 이야기는 김현철 1집 이야기였다.

“김현철 1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형>이예요. 그게 조동익을 생각하면서 썼다는 거 아세요?”

아쉽게도 목적지에 다 왔다. 택시 기사랑 더 이야기하고 싶어서 내리길 주저했던 적은 처음이었다. 그렇다고, “아, 저 메타기 끄고 저랑 음악 이야기 좀더 하시면 안될까요? 할 수는 없지 않은가? ㅠㅠ

“아 그랬군요. 그게 조동익이었군요. 근데 저 앞에서 세워주세요.”

“네. (차를 댄다.) 여기에서 세워드리면 되나요?”

“네네.” (사실 조금 더 왔다. ㅠㅠ)

내릴 때 택시 운전 기사 아저씨가 인사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나도 밝게 인사한다. 생각 같아서는 하이파이브라도 하고 싶지만 그냥 인사로.
“이렇게 재미있게 택시타고 오긴 처음이네요. 기사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네. 안녕히 가세요.”
“네네. 안녕히 가세요.”

택시에서 내려 중얼거린다.

“<형>은 저도 정말 좋아하는 노래예요. 제가 살면서 정말 힘들고 지쳤을 때 막내 동생의 피아노 반주에 둘째가 불러준 노래거든요. 들으며 눈물을 펑펑 흘렸죠.”

그와 내가 좋아하는 김창기의 <너의 자유로움으로 가>와 김현철의 <형>을 듣는다.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을 듬뿍 담아 김창기의 노래를 불러주던 또래 택시기사. 마음 속에 오래 남을 것 같다.

2013.2.14.

그들은 왜 집회에 나오는가

Posted by on Feb 7, 2017 in 단상, 링크, 일상 | No Comments

나는 이분들이 집회에 나오는 이유와 공공장소에서 남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크게 음악을 틀어놓는 이유가 참 많이 닮았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의 트랜지스터 라디오야 구세대의 유물로 사라지겠지만, 왜 사람들로 북적대는 공원과 등산로에서 남들이 좋아하지도 않을 음악을 크게 틀어대는지를 고민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자신들의 말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고 느낄 때, 아무도 안들어도 좋을만한 이야기들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말이다. 소통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더 크게 져야 하는 쪽이 있지만, 소통행위 자체의 양방향성을 부정할 수는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분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자들의 악랄함과는 조금 다른 차원에서 말이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81571.html

Arrival the Movie

Posted by on Feb 5, 2017 in 강의노트, 단상, 링크, 수업자료 | No Comments

[Spoiler Alert (for clicking ‘See more’ below] Probably i am going to use <Arrival> as a major theme for my <Language and Thought> class this semester. Here are some random ideas about what to discuss in the class. By the way, the movie is so breathtakingly beautiful and also full of language-related allusions and intriguing symbolism. Highly recommended for my linguists and applied linguists 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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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rfian view of language and thought / Neo in Matrix vs. Louise in Arrival / Free will vs. Destiny / Palindrome and how we(they) experience time / C.S. Lewis’s notion of ‘God’s time’ vs. human time / linear time and circular(or spiral) time / time travel / prerequisites for communication / Barriers and empathy / Symbolism in the movie / Why physicist & linguist? / How to define others and us / Words as a weapon vs. words as a gift / Why analyze and teach written language, not spoken? / Concepts, language, and (Un)translatability / So what is time?

Open Peer Review

Posted by on Jan 29, 2017 in 링크, 수업자료, 영어로 글쓰기 | No Comments

학술지의 맹검(Blind Review) 제도는 양날의 검이다. (1) 학문 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자발적 헌신이라는 이상에도 불구하고 심사자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힘들고, (2) 특혜없이 공정한 논문심사를 지향하지만, 전문성과 책임감 모두 미달인 심사평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익명성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그 폐해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에 대해 고민은 반드시 필요하다.

한 가지 고려할 만한 방안은 코넬 대학교의 arXiv.org에서 시행하고 있는 공개 동료심사(Open Peer Review)이다. arXiv에서는 편집자들이 공개적인 리뷰를 첨부하여 논문의 프리프린트에 첨부하고, 이를 기반으로 선별된 아티클을 ‘출판’ 상태로 바꾸는 방식을 취한다. 아래 링크에서 이에 대한 글을 읽을 수 있다.

“Today’s peer review process for scientific articles is unnecessarily opaque and offers few incentives to referees. Likewise, the publishing process is unnecessarily inefficient and its results are only rarely made freely available to the public. Here we outline a comparatively simple extension of arXiv.org, an online preprint archive widely used in the mathematical and physical sciences, that addresses both of these problems. Under the proposal, editors invite referees to write public and signed reviews to be attached to the posted preprints, and then elevate selected articles to “published” status”.

https://arxiv.org/abs/1011.6590

샤페코엔시 구단의 승리

Posted by on Jan 23, 2017 in 단상, 링크 | No Comments

2016년 11월 28일, 브라질 1부리그 프로축구 팀 아소시아상 샤페코엔시 지 푸테보우의 선수 및 스탭들 중 65명이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합니다. 코파 수다메리카나 2016 결승전을 치르기 위해 콜롬비아로 가던 중 비극을 맞은 것이었죠. 구단 멤버 대부분이 사망한 후 열린 첫 경기에서 샤페코엔시의 승리가 선언되고, 승리의 메달이 유족들에게 수여됩니다. 경기의 해설자 또한 사고 생존자였다고 하네요.

Irrationally yours

Posted by on Jan 20, 2017 in 단상, 링크, 말에 관하여, 수업자료 | No Comments

기사 말미에 책의 원제인 “Irrationally yours”가 “‘비합리적인 당신에게”로 번역되어 있다. 완벽한 오역이다.

미국영어를 기준으로 서간문의 말미에 많이 나오는 표현으로 “Sincerely yours”가 있다. 이 표현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논쟁이 있을 수 있으나 “I am sincerely yours.” 정도의 줄임말로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다. 직역하면 ‘나는 당신의 충실한 사람/하인/친구’ 정도의 의미인데, 진짜 소유의 뜻은 아니고 격식을 갖추어 공손함을 표하는 어구로 보면 된다.

이와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은 저자 Dan Ariely를 대중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책이 <Predictably Irrational>이라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상식 밖의 경제학>으로 번역됨.)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을 심리학/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풀었다. ‘사람이 합리적이라고? 절대 아니라는 걸 보여줄게’라고 말하는 듯한 책이랄까. 따라서 “Irrationally yours’에서 ‘비합리적인 것’은 ‘당신’이라기 보다는 저자 자신이라고 보는 게 맞다. 따라서 “당신의 ‘비합리적인’ 친구로부터” 정도의 의미가 되겠다.

참고로 <왜 양말은 항상…>은 그저 그랬다. 차라리 <상식 밖의 경제학>이나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을 추천한다.

덧댐: 실제로 찾아보니 저자 서문의 마지막 문단에 “Irrationally yours”로 서명을 했다.

http://hankookilbo.com/v/0e58b3f5e2214a2a8497618fac5c8da7

연애시대, 만약에

Posted by on Jan 20, 2017 in 단상, 링크 | No Comments

“나중에라도 나한테 말해줬으면… 다 지난 일이다. 그치?”

럭비공 튀듯 하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오래 전 드라마를 다시 돌려본다. “만약에” 다음의 “우리”는 슬프다. 미래에 대한 기대라 하더라도 깨어질 수밖에 없는 “만약”. 모든 연애의 시작은 이별의 시작. 어떤 이별은 또다른 연애의 시작. 볼때마다 달라지는 내용. 세상에 ‘다 아는 이야기’ 따위는, 세상에 “다 지난 이야기”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은호가 <고마워>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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