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재적 동기와 내재적 동기

고전적 동기이론의 외재적 동기(extrinsic motivation) /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 구분은 문제가 많은 이분법이다. 인간과 공동체, 또 더 큰 사회가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 받는 상황에서 동기를 한 개인의 ‘밖에 있다’거나 ‘안에 있다’고 말하기 힘든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동기는 안/팎이라는 이분법이 아니라 안~밖이라는 연결고리, 즉 외부와 내부를 휘감는 흐름으로 파악하는 것이 좀더 생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재적 동기’가 ‘내재적 동기’를 압도하는 경우 문제가 커지는 게 사실이다. 학생들에게 ‘공부를 왜 하는가’라고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돌아오는 답은 과도한 외재적 힘을 보여준다. “대학 가려고”, “뒤쳐지지 않으려고”, “성적 잘 받으려고”, “부모님이 하라고 하니까” 등등..

하지만 가장 좋은 대답은 “할 수 있으니까요”나 “재미있잖아요”가 아닐까. 특별한 이유 없이 지속되는, 나아가 재미를 발생시키는 학습생태계의 구축, 이를 통한 ‘내적’ 흥미의 발현, 이것이 다시 자신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외적’ 기제로 작용하게 되는 선순환이 학습동기를 이해하고 신장시키는 열쇠가 되는 것이다.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삶을위한영어공부

텍스트를 통한 관사공부 – Adele

[관사공부중] 다음 학기 영작문 수업에서는 한 주를 통째로 관사에 할애해야겠습니다. 개별 문장을 통한 문법 설명 보다는 텍스트 내에서의 관사 쓰임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이죠. 저도 그렇지만 주변을 보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사로 괴로워하는 듯하네요. (이 이야기를 꺼내니 짝은 관사 책을 쓰기 보다는 동영상 강의를 찍으라는 조언을 해주네요. 책에는 제 얼굴이 안나온다는 걸 깜빡한 걸까요?)

이하는 아델 소개 문단을 관사를 중심으로 분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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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ele Laurie Blue Adkins MBE 사람 이름에는 무관사죠.

an English singer and songwriter 직업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는 a/an. 여기서 중요한 것은 a songwriter 라고 뒤에 a를 붙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사실 songwriter 하나만 쓰면 a를 씀에도 앞에 나오는 an이 이 두 개념을 모두 커버하고 있습니다.

the BRIT School for Performing Arts and Technology 학교 이름에서 School for … 로 시작하는 학교 앞에는 대개 the가 붙습니다. (Harvard University 같은 학교에는 관사가 없죠.)

a recording contract 세상 수많은 레코딩 계약 중 하나이니 a 입니다. 특정되지 않는 것이지요. 뒤의 a friend도 마찬가지입니다.

the same year – the same의 경우 뒤의 명사가 특정되므로 the same으로 쓰는 것이 적절합니다.

In 2007 ‘몇 년에’라고 할 때는 In 다음, 연도 앞에 관사가 없습니다.

the Brit Awards “Critics’ Choice” award – award를 특정하므로 the OOOO award라고 썼습니다. 뒤의 the BBC Sound of 2008 poll도 마찬가지로 생각할 수 있죠. (the OOO poll, OOO로 투표가 특정됨.)

commercial and critical success – 여기서 success는 일반적 의미의 성공입니다. 수많은 성공 중 하나(a)도 아니요, 특정한 성공(the)도 아닌 추상적이고 일반적 의미의 success이므로 무관사(zero article)가 적절합니다.

the UK the United Kingdom / 뒤의 the US 에도 the가 붙는다는 것 유의하세요!

The album 앞의 특정한 앨범을 가리키므로 the가 맞습니다.

An appearance – appearance가 처음 언급되는 것. 여러 appearance 중 하나임을 의미합니다.

Saturday Night Live 프로그램 이름에 관사 안붙는 경우입니다. 물론 the가 들어가는 프로그램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in late 2008 – in early/late 연도 할 때 보통 정관사가 없습니다.

At the 51st Grammy Awards in 2009 그래미 어워드 전체를 가리킬 때 복수로 쓴다는 것 유의하세요. 상은 여럿이니까요. (단수 an award는 단일부문의 상을 지칭할 수 있겠지요.)

the awards for Best New Artist and Best Female Pop Vocal Performance 이 경우에는 두 개의 상이라 awards입니다. 뒤의 부문들에 의해 award가 특정되므로 the awards로 정관사를 써서 표현합니다. (만약 여러 그래미 중 하나를 탔다는 의미라면 win a Grammy award라고 표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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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출처: 아델 위키피디아 페이지 (위에서 분석한 문단을 옮겨놓습니다.)

Adele Laurie Blue Adkins MBE (/əˈdɛl/; born 5 May 1988) is an English singer and songwriter. After graduating from the BRIT School for Performing Arts and Technology in 2006, Adele was given a recording contract by XL Recordings after a friend posted her demo on Myspace the same year. In 2007, she received the Brit Awards “Critics’ Choice” award and won the BBC Sound of 2008 poll. Her debut album, 19, was released in 2008 to commercial and critical success. It is certified seven times platinum in the UK, and three times platinum in the US. The album contains her first song, “Hometown Glory”, written when she was 16, which is based on her home suburb of West Norwood in London. An appearance she made on Saturday Night Live in late 2008 boosted her career in the US. At the 51st Grammy Awards in 2009, Adele received the awards for Best New Artist and Best Female Pop Vocal Performance.

https://en.wikipedia.org/wiki/Adele

#관사공부중

학교교육의 실패: 학습자와 인간 사이에서

1. 모순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교육의 수많은 문제는 학생들을 ‘학습자’라는 범주 안에 가두는 데서 발생한다. 그들이 학습자인 건 맞지만, 학습자로서의 정체성을 갖기 이전에 생각하고 느끼고 배고프고 인정받고 싶고 졸립고 화나고 짜증나고 연애하고 싶고 드러눕고 싶은 인간이다.

2.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라는 뿌리깊은 생각은 학습자가 예외 없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기는 쉽고 견지하기는 어렵게 만든다. 학생들이 학교에 오는 것은 오로지 교과지식의 습득 때문이라고 전제하는 순간 교육은 어그러져 버리는 것이다.

3. 세상을 알아간다는 건 범주화 능력의 발달을 의미한다. 나와 너, 산 것과 죽은 것, 액체와 고체와 기체, 성별, 국가, 정상과 비정상, 선행과 악행, 개인과 사회 등등을 구분하고 개념화하는 능력 말이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인지와 언어의 발달, 과학개념의 습득이다.

4. 반대로 윤리적, 도덕적 발달은 대개 많은 범주를 가로지르고 파괴하는 과정을 수반한다. 구체적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남과 여 그리고 트랜스젠더, 대한민국 국민과 외국인, 정치인과 일반 시민, 노동자와 정치가 등의 상위에 있는 하나의 개념, 즉 ‘인간’으로 이 모든 범주를 무력화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물론 ‘인간’을 넘어서는 개념화도 가능하다. 인간과 동물을 묶고, 인간과 동식물을 묶고, 생물과 미생물을 묶는 식으로의 확장 말이다.

5. 윤리적 힘은 단순한 인식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교과과정은 지식과 인식(awareness)에 특별한 지위를 부여한다. ‘너는 미디어 리터러시가 뭔지 아니?’ ‘너는 영단어를 얼마나 외웠니?’ ‘너는 환경의식이 있니?’ ‘너는 인권의식이 있니?’ 지식과 인식은 행동의 출발점이라는 가치를 지니지만, ‘출발점’일 뿐이라는 한계 또한 노정한다.

6. 학습자들을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 혹은 인식으로 초대하는 것만큼 특정지식을 넘어서는 윤리적, 도덕적 세계로 인도하는 것이 학교교육의 책무다. 어쩌면 이런 면에서 (1) 특정 분야를 더 깊이 알아가는것과 (2) 세계를 더 넓게 바라보는 것이 결코 배치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니 나아가 이 둘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음을 가르치지 못하고 있음이 학교교육의 가장 중대한 실패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관계대명사가 꾸며주는 명사 앞에는 the?

The에 관해 배울 때 ‘명사 뒤에서 관계대명사가 꾸며주면 the를 붙여야 한다’는 규칙을 배운 적이 있다. 그땐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갔는데 나중에 보니 엉터리 규칙이었다. 처음 나오는 명사 앞에는 반드시 a를 붙여야 한다는 규칙처럼 말이다.

명사에 정관사가 붙느냐 부정관사가 붙느냐와 관계대명사의 수식 여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다시 말해 관계대명사가 꾸며주는 명사라 하더라도 특정되지 않을(not specified) 수도 특정(specified)될 수도 있고, 전자의 경우에는 a+명사가, 후자의 경우에는 the+명사 형태를 써야 한다.

다음의 예를 살펴보자.

a. We are hiring a data scientist who specializes in data visualization.

b. The man who stole the wallet was his uncle.

위의 문장 중 a의 경우 “우리는 데이터 시각화를 전문으로 하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구인하고 있다.”의 의미고 b는 “지갑을 훔친 사람은 그의 삼촌이었다”라는 뜻이다.

두 문장의 의미를 살피면 a의 “data scientist”는 특정한 사람이 아니라 데이터 비주얼라이제이션을 전문으로 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문장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특정되지 않는다. 고로 a를 붙이는 것이 적절하다.

이에 비해 b의 경우 “지갑을 훔친”이라는 관계사절은 특정인을 꾸미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바로 절도범 말이다. 따라서 ‘a’가 아니라 “the’를 붙이는 것이 적절하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관계대명사가 꾸민다 하더라도 수식을 받는 명사는 특정될 수도, 특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며, 이에 따라 관사의 선택은 달라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관계대명사가 꾸며주는 명사는 정관사 the를 붙여야 한다”는 규칙은 맞지 않는다.

#관사공부중

영어논문쓰기의 정석 강의 촬영을 마치고

Posted by on Jul 22, 2018 in 단상, 삶을위한영어공부, 일상 | No Comments

35강 동영상 강의를 촬영하고 리뷰하며 느낀 것

여행에서 돌아와 봄에 찍은 <영어로 논문쓰기> 동영상 강의 리뷰를 마쳤다. 집중리뷰를 하며 느낀 것 몇 가지를 두서없이 적어본다.

1. 학생들을 앞에 놓고 하는 강의하는 것과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강의를 촬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우선 후자의 내용 밀도가 상당히 높고 자연스러움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혼자 떠드는 일에 익숙해져야 한다.

2. 나는 또박또박 말한다고 생각했는데 들어보니 말이 살짝 느린 것 같다. 근데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말이 느려지는 것 같기도 하고.

3. 적절한 그래픽은 힘이 세다.

4. 그나마 맨 처음 찍었던 것보다는 후반부 강의가 좀 낫다. 카메라에 아주 조금씩은 익숙해지나 보다.

5. 생각보다 웃지 않는다. 절대진지 모드의 강의자.

“논문은 중요해요. 인생도 중요해요. 정체성도 중요해요. 여러분들은 그저 대학원생 조교가 아니라 작가이며 연구자입니다.”

6. 일부 강사들의 막던지는 자신감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특정한 내용에 대한 확신이 화면 밖으로 터져나올 것 같은 건 내 스타일이 아닌 것 같다.

7. 논문 이야기 하다가 인생 이야기도 하는구나. 난 이게 좋은데 수강생들은 어찌 느끼려나.

8. 편집해서 세 시간 분량의 강의를 하루에 찍는 건 무리다. 이전에 여러 번 해본 강의 내용이라도 쉽지 않은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래도 촬영/편집 스탭들 덕분에 나쁘지 않게 나오긴 했다.

9. 논문강의의 성격상 텍스트를 함께 봐가면서 이야기하는 게 좋은데 상호작용이 없는 상황에서 하려니힘겨웠다. 소통의 부재를 그나마 자막과 그래픽이 살려준 듯.

10. 저기 틀린 부분은 아무도 모르겠지.음… 모를거야. 몰라야 돼.

11. 친구에게 ‘한번 하고 나니 더이상 못하겠어’라고 말하니, ‘한번 찍고 말면 거기서 끝이지만 다시 찍으면 분명 더 잘찍는다’고 말하며, ‘동영상 강의 잘하는 사람들, 처음부터 잘한 사람 없어’라고 말해준다. 끄덕끄덕. 수긍은 가는데 조만간 다시는 못할 듯하다. 무서운 카메라.

12. 내 강의지만 같은 코스를 3년째 조금씩 수정, 보완해 오고 있는 터라 내용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들으시는 분들도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다.

13. 강의 촬영할 때 아래에서 공사를 한 적이 있다. 흐름이 끊겨서 여러 번 촬영했는데, 촬영이 끊기면 반복의 효과가 없어진다. 똑같은 걸 여러 번 한다고 더 잘하게 되는 게 아니라 이전 흐름에서 단절되어 내 마음 속 싱크가 맞지 않게 되는 듯.

14. 목이 약한 편이라는 게 표가 좀 난다.

15. 처음에 앉아서 할까 잠시 논의가 있었는데 서서 하길 잘했다. 서 있을 때 움직임이 훨씬 자연스럽다.

16. 영상 속 나 자신을 보는 건 아무리 해도 괴롭구나.

17. 하루 종일 촬영은 체력전이다.

18. 곧 대대적으로 홍보를 할 예정이다. 그래봐야 관심있어할만한 지인 연락과 페이스북 포스팅 정도겠지만.

19. 이렇게 인생의 한 페이지가 또 만들어졌다. 바라건대 영어로 논문을 쓰고 싶어하는 많은 초보 연구자들에게, 또 학생지도를 위해 영어논문의 개념적, 언어적 구조를 정리하고 싶은 연구자들 및 교수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20. 함께 고생한 백미인 스탭 분들과 대표님께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전한다. 부족한 강사의 작품을 최고로 만들어주시기 위해 오랜 기간 애쓰셨다.

To be continued! :)

The moon과 a moon

the sun vs. a sun
the moon vs. a moon
the universe vs. a universe

유일한 대상, 특히 해, 달과 같은 천체와 우주를 가리킬 경우 the sun, the moon, the universe로 쓰는 걸 알고 계실 겁니다. 저도 고등학교 때 열심히 외웠던 기억이 나네요.

지구 주위를 도는 달은 공식적으로 하나이니 특정되는 개체이고 the moon이 맞습니다. 태양계에서 태양은 하나이니 the sun이고요. 우주 전체는 단일한 개체로 개념화되므로 the universe가 적절하죠.

하지만 이것 또한 개념화 방식에 따라, 맥락에 따라 쓰임이 달라집니다. The sun은 태양계 내에서 맞는 표현이지만 공상과학 소설에서 태양이 두 개인 행성을 그린다면 a sun, two suns 등의 표현이 충분히 가능하지요.

우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주에 대한 이론 중 평행우주 이론이 있지요.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셨다면 이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이 있으실 텐데요. 이 경우 ‘평행우주’는 다수의 우주를 상정하므로 parallel universes 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The가 붙지 않는 복수형이지요.

마지막으로 목성 등과 같은 행성은 달이 하나가 아닙니다. 따라서 목성의 달을 지칭할 때는 a moon, two moons 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 현재 목성의 공식 위성 수는 16개이니 16 moons라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결론적으로 ‘(지구의) 달’은 the moon으로 반드시 the와 함께 써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만 moon 앞에는 the가 온다고 말하는 것은 명백히 그른 설명입니다. Universe와 sun에 대해서도 같은 설명이 적용되고요. 관사의 종류가 특정 명사의 성격이 아니라 맥락과 개념화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기억하면 이같은 현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진출처: Forbes
https://www.forbes.com/sites/quora/2018/02/02/could-an-earth-like-planet-exist-around-two-suns/#b5b9e37cb281

#관사공부중

One of the 최상급+복수명사

one of the most important things

최상급은 의미상 뒤에 나오는 명사를 특정(to specify)하므로 그 앞에 the를 취하는 것이 적절하다. “the tallest girl in her class”라고 하면 “그녀의 반에서 제일 키가 큰 소녀”가 되므로 이 어구가 가리키는 건 딱 한 사람이 된다. 최상급이 나타내는 대상이 단일 개체로 특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모든 경우 그런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one of the most wonderful things in the world” 혹은 “one of the best things in my life”과 같은 “one of the 최상급 복수명사” 구문이다. 이 경우에는 “the 최상급” 뒤에 복수가 나온다. 왜 그럴까?

이는 인간의 인지가 과학적 계산과는 다름을 보여준다. “one of the tallest buildings”라는 말을 보자. 적절한 수학적, 물리학적 기준이 주어진다면 세계에서 가장 큰 건물은 하나 뿐이다. 하지만 위 경우에는 복수형(buildings)이 쓰였다.

물론 꼭 최상급이 아니라도 tallest buildings라고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래 위키피디아 페이지의 제목과 헤딩이 그런 경우다.

List of tallest buildings
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tallest_buildings

왜 그럴까?

답은 간단하다. 인간은 ‘가장 큰 빌딩’이라는 단일한 개체를 최상급으로 특정할 수도 있지만, 세계의 수많은 건물들을 줄세워 놓고 그 중에서 일정한 기준을 통과하는 것을 묶어서 “tallest buildings”라고 특정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최상급이 특정하는 대상은 보통 단일 개체이지만, 일정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집합(group)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기반하여 우리는 “the heaviest metals”를 생각해 볼 수도 있고,

What are the heaviest metals?
https://www.quora.com/What-are-the-heaviest-metals

the funniest jokes 라고 표할 수도 있다.

10+ Of The Funniest Two-Line Jokes Ever

10+ Of The Funniest Two-Line Jokes Ever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최상급 다음에 단수가 나와야 하는가 복수가 나와야 하는가는 ‘최상’이라는 말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한 데서 기인한 부적절한 질문이라는 점이다. 인간의 개념화 능력은 생각보다 유연하다!

결론적으로 한 반 25명 중 가장 큰 학생을 이야기할 때는 단일한 사람으로 특정될 가능성이 높기에 ‘the tallest girl”이 적절할 때가 대부분일 것이고, 이보다 훨씬 넓은 모집단(population)에서 최상을 이야기할 때는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집단을 이야기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점을 기억하면 되겠다.

아래 예문으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Using articles properly is one of the most difficult things in learning English grammar.”

#관사공부중

You have the (a*) wrong number

You have the wrong number. vs. You have a wrong number.*

“전화 잘못 거셨네요.”에 해당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은 “You have the wrong number.”이다. 이 경우 예외없이 정관사 the가 사용된다. 왜 “a”가 아니고 “the”일까?

“The”의 주요 기능이 특정(to specify)하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한다면 이 문장에서의 정관사 the도 특정하는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어? 그런데 상대가 잘못 알고 건 번호를 ‘특정’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특정되는 것이 세상의 수많은 번호 중 잘못 건 번호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만 한다.

자, 받은 사람 입장에서 전화건 사람이 누른 번호는 딱 두 가지다.

the right number
the wrong number

이 점을 고려한다면 저 상황에서 “wrong number” 앞에 항상 the가 붙을 수밖에 없음을 이해할 수 있다. 즉, 전화를 받은 사람은 “전화를 ‘잘못’ 걸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며, 이 경우 번호의 종류는 딱 두 가지 즉 “올바른 번호”와 “틀린 번호” 밖에 없는 것이다.

인지언어학의 용어를 쓰자면 화자가 말할 때 상정하는 개념적 공간(conceptual space)에는 두 가지 종류의 전화번호밖에 없는 것이며, 이중 틀린 영역을 “the wrong number”라는 언어표현으로 특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최상급 앞에 the가 붙는 이유와 “wrong number” 앞에 the가 붙는 이유는 그다지 다르지 않다. 그들은 모두 하나의 대상을 특정한다. 다만 최상급 앞 the의 경우 많은 개체들 중 극단에 위치하는 대상을 특정하고, wrong number 앞의 the는 맞는 번호들의 집합과 틀린 번호들의 집합 중에 틀린 쪽을 특정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란 이야기다.

덧. 제목의 별표 *는 문장이 문법적이지 않다는 뜻.

이는 물론 특정 컨텍스트를 전제로 한다. 즉, “A wrong number”가 무조건 안되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열 개의 숫자가 나열되어 있는데 그 중에 틀린 숫자 하나가 포함되어 있다면 “There is a wrong number in the list.”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wrong number” 앞에는 “the”라는 설명은 wrong이다!!

#관사공부중

the very man / the tallest girl (아래 아래 글에 이어서)

정관사의 가장 큰 임무는 ‘특정하는 일(to specify)’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특정하는 역할을 하는 형용사의 경우 정관사가 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낸다.

대표적인 것으로 두 가지 예를 살펴보자. 먼저 ‘the very man’이다. 주지하듯 ‘very’는 보통 부사로 쓰이지만 형용사로 ‘바로 그’, ‘다름아닌’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바로 그 남자’를 나타내는 표현은 ‘the very man’이 되어야 한다. Very의 개념 자체에 특정의 요소가 담긴 것이다.

Very가 부사로 쓰일 때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A very clever man’이라는 표현을 보면 ‘very가 아니라 ‘clever’가 man을 수식한다. 따라서 “매우 영특한 한 사람”이라는 의미가 되므로 부정관사 “a”가 쓰이는 것이 자연스럽다. (영어 공부를 어느 정도 한 사람들에게는 하나마나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의외로 초중생 수준에서는 이런 설명도 가치가 있다.)

형용사가 자연스럽게 특정 대상을 가리키게 되는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최상급이다. 최상급은 개념상 “가장 ~한”의 뜻을 갖는다. 세상에 이것 저것 개체가 많은데 그 중에서 가장 …한 대상을 가리키는 것이다. 따라서 그 의미 자체가 뒤에 나오는 명사를 특정(콕 짚어서 말함)하게 된다. 이 앞에 정관사 the가 나와야 함을 개념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the tallest girl은 한 명이다.)

“the very 명사”나 “최상급 앞에는 the”라는 설명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좀더 깊이 들어가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의미적 특성을 설명해 주는 것이 좋다. 인지적이고 개념적인 기반을 깔아주고 언어 표현을 올리는 것과 그냥 언어표현을 암기하도록 하는 것 사이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음을 명심했으면 한다.

#관사공부중
#관사강의나만들어볼까

Understanding something vs. an understanding of something

아래 OO님의 답글처럼 ‘셀 수 없는 명사와 셀 수 있는 명사’를 기계적으로 구분하고 이를 부정관사 사용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명사와 관사의 관계는 생각보다 유연하기 때문입니다. 언급하신 understanding을 예시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Understanding something은 말 그대로 ‘무언가를 이해하는 일’을 말합니다. 이 표현에는 어떤 관사도 붙어 있지 않죠. 무관사는 절대적인 일반화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냥 막연히, 일반적으로 “무언가를 이해하는 일”을 뜻합니다.

이에 비해 “an understanding of something”은 여러 가지의 이해(multiple ways of understanding)가 있음을 상정하고 이 중 하나의 이해방식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죠. 수학의 분야 중에 위상수학(topology)이 있습니다. 제 짧은 지식으로는 수학의 하위 분야 중에서 꽤나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깊이 파고들면 뭐 안 어려운 게 있겠습니까만 암튼.) 이를 가지고 두 예문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Understanding topology is not easy. (위상수학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지.)

She proposed a new understanding of topology. (그녀는 위상수학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안했다.)

먼저 관사가 쓰이지 않은 “Understanding topology”는 막연하고 일반적으로 “위상수학을 이해함”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후자의 understanding 앞에는 an이 붙어 있지요. 이는 위상수학에 대한 다양한 이해법이 있고 이중 한 가지 이해방법임을 의미합니다.

다만 ‘an understanding of something’에 비해 understandings의 빈도는 심히 낮습니다.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봐야죠. 이는 인간의 개념화가 일어나는 지형을 보여줍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이해하는 방식’을 이야기함에 있어 단수를 훨씬 더 자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이해하는 방식들”에 비해 “일종의 이해방식”이 개념적으로 훨씬 현저하다는(salient) 말이지요. Understandings라고 절대 쓸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쓸 일은 매우 적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관사를 공부함에 있어 우리는 “어떤 명사에 a가 붙어?”라고 묻지 말고, “어떤 상황에 명사에 a를 붙일 수 있어?”라고 물어야 합니다. 단어의 특성으로서 관사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화의 도구로서 관사를 생각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관사를 깊이 이해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대목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관사공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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