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9년차 잡감

Posted by on Sep 25, 2017 in 단상, 삶을위한영어공부, 일상 | No Comments

TA 시절까지 어언 강의 9년차.
가르친 과목이 대충 25개.
최대한 얕고 최대한 다양하게 가르쳤다.
뭐 내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니니 어쩌겠는가.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유난히 마음이 가는 수업이 몇 있다.

사회언어학과 언어교육
사회문화이론과 영어교육
어휘와 문법 지도법
영어로 논문쓰기,
영어교육방법 및 교육공학

애정하는 주제도 몇 있다.

인지언어학과 영어교육
메타포와 영어교육
멀티리터러시

하나씩 소책자로 묶어 모음집을 만들어도 좋겠다.

(하지만 현실은 단 하나의 주제도 책으로 써내지 못했을 뿐이고…)

걸작을 써낼 능력은 없으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모아
쓸만한 지식으로 정리해 낼 필요를 느낀다.

월급 들어왔다 나간 흔적만 남기고 사라지기엔
세상에 대한 집착이 좀 남았나 보다.

올해가 가기 전에
5년간 써온 긴 글 하나, 짧은 글 하나를 마치려 한다.
죽이 되건 밥이 되건 끝낼 것이다.
사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한계를 인정하고
소소한 소통을 꿈꾸는 중.

모두를 위한 영어교육학 강의 (3) – 주어의 재발견

구조에 대한 설명에서 의미를 이끌어내는 활동으로

먼저 다음 두 시나리오를 봅시다.

시나리오 1

교사: “자 여기, 문장 제일 앞에 나오는 이걸 뭐라고 하죠?”
학생: “명사요.”
교사: “그건 품사구요. 문장에서 하는 역할이 뭐예요? 5형식 배운 사람은 알텐데…”
학생: “주어요!”
교사: “맞아요. 주어. 그럼 이 자리에 나올 수 있는 거 뭐뭐 있지?”
학생: “명사요.”
교사: “좋아요. 명사. A cat 같은 거. 그리고 또?”
학생: “……”
교사: “명사를 대신하는 거, 뭐 있지?”
학생: “대… 명사?”
교사: “그렇죠. 명사를 대신하니까 대명사. ‘대’가 대신한다는 뜻이예요. It, she, he 이런 것들이 대표적이죠. I도 있구요. 명사, 대명사. 그리고 또?”
학생: “……..”
교사: “명사나 대명사 말고 동명사나 To 부정사도 올 수 있죠. 오케이? 자주는 아니지만 That 절도 올 수 있어요. 여기에서 That은 명사절을 이끄는 거죠. 그럼 예문을 몇 개 더 살펴볼게요.”

시나리오 2

교사: “자 문장은 크게 두 부분으로 볼 수 있어요.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랑, 그 주제에 대한 설명. 앞의 것을 subject라고 하고 뒤의 것은 predicate라고 해요. 근데 이런 용어는 몰라도 돼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거지. 자자 다시. 문장은 뭘로 이뤄진다?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랑 그것에 대한 설명. 따라해 봐요. 주제와 설명.“
성우: “주제와 설명.“
교사: “오케이 좋아요. 그럼 성우는 뭐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 싶어요?“
성우: “음… 영화요.“
교사: “영화요? 그럼 이렇게 시작하면 되겠네요. “The movie” 따라해 보세요. “The movie”.
성우: “The movie”.
교사: “영화가 어쨌어요?“
성우: “지루했어요.“
교사: “지루했다… 그럼 지루했다를 표현하는 단어를 찾아봐야겠네요.“
성우: “어떻게 찾죠?“
교사: “음 쉬워요. 한영사전을 찾으면 되죠.
성우: “(사전을 찾는다) Boring?“
교사: “맞아요. 근데 예문을 잘 봐요. 거기 boring만 있어요?“
성우: “아니오. 앞에 is가 있네요.”
교사: “그렇죠? 그러니까 boring은 혼자 못쓰이고 is 같은 애들이랑 같이 쓰여요. ‘is boring’ 이렇게. 좀 재미있게 표현하려면 The movie made me yawn. 그러니까 영화는 나를 하품하게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쓸 수도 있겠죠?”
성우: “네.”

…(중략)…

교사: “그럼 영화 말고 다른 거 이야기해 보고 싶은 거 없어요?”
성우: “친구 충식이요.”
교사: “오케이. 그럼 “friend”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My friend 충식 이런식으로 쓰면 되겠네요.”
…(중략)…
교사: “근데 영화나 중식이, 컴퓨터나 비디오 게임 이런 거 말고 다른 이야기도 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음… 뭐 좋아해요?”
성우: “사진찍는 거요.”
교사: “오 좋아요. 사진찍는 거. 그렇게 뭔가 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할 수가 있어요. Taking photos 같이 표현하면 되죠. 사진찍는 거 어때요?”
성우: “재미있어요.”
교사: “그럼 Taking photos is fun. 이런 식으로 하면 되겠네요. ”

==

두 개의 시나리오에서 ‘주어’를 설명하는 방식은 사뭇 다릅니다.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 주어는 구조적 관점에서 설명되고, 그 예 또한 명사, 대명사, That-절 등의 문법용어(grammatical terms) 혹은 상위언어 용어(metalinguistic terms; 언어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쓰는 언어)입니다.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 주어는 문법용어로 전달되기 보다는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가’라는 의미 범주로 제시됩니다. 이에 따라 학생은 자기가 이야기하고 싶은 소재를 이야기하고 (저는 이걸 ‘던지고’라고 종종 표현합니다) 교사는 이에 대한 설명을 이끌어 냅니다. 사실 이것이 본래의 “subject”/”predicate” 짝에 근접한 설명일 수 있습니다. 문장이 사실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를 던지고, 이에 대해 설명을 하는 두 가지 파트로 이루어지는 거죠.

요약하면 “문장 = 말하고 싶은 주제를 던지는 부분 + 그에 대해서 설명하는 부분” 정도 되겠습니다. 우리말로 하면 주부와 술부 정도 될 듯하네요. 그런데 ‘주부’나 ‘술부’ 같은 용어도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꽤 많더군요.

결국 시나리오 2에서는 시나리오 1에서와 같이 상위언어에서 상위언어로 이어지는 구조적 접근이 아니라, 말하고 싶어하는 소재를 이끌어내고 이에 대해 설명을 함께 만들어 가는 의미적 접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문법용어가 완벽히 자리를 잡은 성인이라면 첫 번째 접근이 꼭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 이 사회는 너무나 많은 문법교육을 요구하죠. 거시적으로 보면 교실에서의 교사-학생간 소통 규약(여기에서는 문법용어를 지칭)을 확립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천문학적 규모의 비용이 투입되고 있는 것입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문법용어 및 시험 때문에 영어를 포기하게 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꼭 필요한 비용인지 의문이 듭니다.

이런 면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은 상황에 따라 문법용어와 형식적 측면을 배제하고 최대한 의미만으로 문법구조를 풀 수 있는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연령이 낮은 학생을 가르친다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이죠.

하지만 여전히 저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습속(habitus)에 뿌리를 둔 문법 설명은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조금씩 변해가는 중에서도 오로지 문법으로만 영어를 배운 이전세대의 교육방식이 끈질기게 살아남아 자신의 세력을 지켜내고 있다고나 할까요?

911 수업자료 하나

[911 관련 중고교 수업 자료] 오늘이 911이군요. 세월이 참 빠릅니다. 놀란 동생이 TV를 보라고 소리쳤는데 너무나 비현실적인 장면에 순간 영화 아닌가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입니다만, 당시 테러공격으로 인해 수많은 비행기들이 항로를 돌려 캐나다의 Gander라는 도시에 착륙했습니다. 총 인구 9천명의 작은 도시였는데 하루 아침에 7천 명 정도의 승객이 밀려들었죠. 갑자기 사람이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나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Gander 주민들은 귀찮다 여기지 않고 성심성의껏 도왔습니다. 아무런 댓가 없이, 상대가 누구냐에 관계 없이 자신들의 시간과 정성을, 삶의 터전를 나누어 준 것입니다. 종교도, 국적도, 피부색도, 성적 지향도, 그 어떤 것도 Gander 주민들의 환대를 막진 못했죠. 이를 USA Today가 보도한 영상입니다. 자막이 있어서 틀어주기 좋을 듯하네요.

 

네이티브에게 외국어 배우기

그러나 외국어 교육에 전문성이 없는 (맥락 이해를 위해 역자 삽입) 원어민(native speaker)에게만 배우는 것은 에베레스트산에 오르는 데 산 꼭대기에서 태어나 밑을 향해 소리치며 방향을 지시하는 사람에게 안내를 받는 일과 같습니다. 발음은 정확할 지 몰라도 당장 흔들거리는 보울더(비바람에 깎여 둥근 모양이 된 바위)에서나 위험천만한 빙하의 균열 지점에서 확고한 발판을 찾는 데 도움을 주진 못합니다. 여러분들께 필요한 것은 말하자면 언어학습을 돕는 셰르파입니다. 고군분투했지만 결국 해당 언어의 고지에 오른 비원어민 화자(nonnative speaker) 말입니다.

“But learning from a native speaker alone is like being guided up Mt. Everest by someone who was born at the top of the mountain and is shouting directions down from above. The sounds may be pronounced correctly, but that won’t help you find firm footing among the loose boulders and treacherous crevasses. What you need is a language Sherpa, if you will: a nonnative speaker who struggled with the language and who conquered it.” (p. 89)

Richard M. Roberts and Roger J. Kreuz. (2015). Becoming Fluent: How Cognitive Science Can Help Adults Learn a Foreign Language. Cambridge, Massachusetts: The MIT Press.

동영상의 밀도

Posted by on Aug 11, 2017 in 단상, 링크, 삶을위한영어공부, 영어 | No Comments

트렌드에 관심도 없고 따라갈 능력도 안되지만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감은 잡아야 할 듯하여 가끔 ‘영어 학습법’ 동영상을 찾아본다. 대개 정보의 밀도가 낮고 주변적인 이야기가 많다. 아는 내용이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으나 한두 문장으로 요약 가능한 이야기를 5분 10분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미디어에 대한 나의 오해일 수 있다. 동영상의 정보밀도는 낮추고, 신변잡기+경험+유머+슬쩍호통치기를 적당히 갈아넣어 매력적인 진행자를 통해 전달하는 방식이 최고의 성공전략일지도 모르니까.

얼마 전에는 동영상 강의를 보는데 추천 영상 중 하나가 <미국 교포 vs 영국 교포, 누가 더 영어를 잘할까?>라는 제목을 달고 있더라. 이런 제목에 끌리는 사람과 행여나 손이 미끄러져 클릭하게 될까 조마조마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는 당연히…

한국에서 웹이 시작되던 시기부터 웹상의 교육에 대해 고민해 왔지만 미디어에 대한 태도와 미감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 듯하다. 영상을 정보습득의 제1매체로 쓰는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상이라는 ‘외국어’에 좀더 깊이 빠져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덧: 물론 모든 영상이 ‘듬성듬성’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애정해 마지 않는 Vsauce 같은 채널을 보라. 문자매체 못지 않은 정보밀도를 자랑한다. 스크립트가 웬만한 책 원고보다 낫다.

https://www.youtube.com/user/Vsauce

영어 표현 메모 몇 개

1. read와 read into

read가 보통 ‘읽다’의 의미라면 read A into B는 “B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의미, 느낌 등을 ‘읽어내다'”라는 뜻으로 종종 쓰인다. 특히 “read too much into something”의 형태로 자주 쓰인다.

“The boy is reading too much into her words.” (소년은 그녀의 말에서 너무 많은 것들을 읽어내고 있었다.)

사실 대부분의 reading은 ‘read into’의 요소를 갖고 있다. 하지만 너무 심하면 ‘지멋대로 독해’가 되어버린다. 그런 경우를 ‘read too much into something’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2. meet과 meet with

meet은 ‘만나다’라는 뜻으로 널리 쓰인다. 이에 비해서 ‘meet with’는 조금 더 형식을 갖춘 느낌으로 일과 관련해서 더 자주 쓰이는 편이다. 일반화하긴 힘들지만 영국영어보다는 미국영어에서 meet with가 자주 발견되는 듯하다.

(중학교 때 meet을 철저히 타동사로만 배웠던 기억이 나서 meet with를 매일같이 쓰는 동료들을 보며 살짝 배신감이 들었다.)

3. on one occasion

한국어의 ‘한번은’에 잘 대응하는 표현이다. 뒤에 나오는 이야기가 흥미롭고 주목할만한 것임을 슬쩍 보여준달까.

4. onto

onto의 의미는 ‘into’와 ‘on’이 적절하게 버무려진 것으로 보면 된다. 어떤 위치로 ‘진입’하는 것과, 진입된 위치가 뒤에 나오는 명사와 접촉하고 있음을 동시에 표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onto the stage”는 (1) 무대 밖에서 안으로의 진입(into)과 (2) 진입한 위치가 무대에 닿아 있음(on)을 동시에 나타낸다.

5. in the nick of time / just in time

Just in time과 in the nick of time은 거의 비슷한 의미다. ‘사고가 터지거나 당황스런 일이 일어나기 직전에’ 정도의 뜻으로 보면 된다. 다만 이 둘이 쓰이는 맥락이 조금 다른데 just in time은 두루 두루 쓰이는 데 반해 in the nick of time은 스토리텔링에서 주로 사용된다.

6. Dead on time

영국 영어에서 “dead on time”은 ‘딱 맞추어서”의 의미다. “Dead”가 ‘죽은’의 의미가 아니라 ‘바로(right)’의 뜻으로 쓰인 것. 그래서 사람들이 장난스럽게 이런 문장을 해석해 보라 하기도 한다.

“The man arrived dead on time.”

물론 문맥에 따라 죽어서 도착한 것일 수도 있지만, 딱 맞춰서 도착했다는 뜻일 가능성이 높다.

언어학습 이론과 인공지능

언어학습 및 습득 상황을 구분하는 데 있어 학습(learning)과 사용(use)의 관계는 중요하다.

1. 모국어습득 상황에서 학습과 사용은 분리되지 않는다. 즉 쓰면서 배운다.

2. 외국어로서의 영어학습에서 학습은 종종 사용과 분리된다. 배우긴 하는데 써먹기도 하고 그렇지 못할 때도 많다. 쓰기 위해서 배운다고 하지만 쓸 일이 없다.

3. 통번역기술의 발달은 학습(learning)과 사용(use)의 분리를 가속화한다. 배우지 않고 사용하는 시대의 도래. 이것은 의사소통에서 기술의 역할을 증대시킬 것이다.

4. 언어학습을 우회(bypass)하고 사용은 기계의 지능에 맡기는 시대. 언어학습 및 습득이론 또한 AI를 기본으로 장착하게 될 것이다.

5. “인공지능이 영어교육에 타격을 입힐 것이다”라는 예측. 언젠가 그렇게 되겠지만 지금은 영어교육이 그동안 누려온 과도한 특권이 정상화되는 시기로 봐야 하지 않을까.

모두를 위한 영어교육학 강의 (1) – 언어학습? 언어습득? 언어구축?

Posted by on Jul 15, 2017 in 강의노트, 삶을위한영어공부 | No Comments

외국어를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과정과 관련해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동사는 아마도 ‘학습하다’와 ‘습득하다’일 것이다. (외국어를 학습/습득하다; learn/acquire a foreign language) 실생활에서는 구별 없이 쓰기도 하지만 개념적으로 보았을 때 약간 다른 함의를 가지고 있다.

학습(learn)은 무난한 표현으로 가장 널리 쓰인다. 이에 비해 ‘습득’은 미묘한 함의를 담고 있어 언어학습에 대한 생태학적 접근(ecological approach)을 추구하는 소수 학자들에게는 피해야 할 동사로 인식되기도 한다. 왜 그럴까?

습득(acquisition)은 (1) 외부에 있는 것들이 내부로 들어와서 (2) 자신의 소유가 된다는 함의를 지닌다. 경영학에서의 인수합병(M&A(Mergers & acquisitions)을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직역은 ‘합병인수’인가? ^^) 외부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정보가 개인의 소유가 된다는 관점은 서식처(habitat)와 어포던스(affordances)를 강조하는 생태적 접근과 충돌하는 것이다.

이를 비판하며 제시된 대안적 개념으로는 참여(participation)가 있다. 여기에서는 언어를 소유물로 보고 이를 습득하는 것으로 파악하기 보다는 특정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는 과정으로 파악한다. 즉, 외국어를 배우는 일은 추상적으로 존재하는 다양한 코드들을 습득하는 과정이 아니라 특정한 사회문화적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일이다. ‘합창의 기술을 습득한다’와 ‘합창단의 일원이 되어 활동한다’라는 두 명제를 비교하면 ‘습득 vs 참여’라는 관점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인지언어학을 공부하면서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언어를 창조 혹은 구축한다’라는 개념이다. 이는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영장류 연구를 이끌며 용법기반 언어습득을 연구하는 마이클 토마셀로의 역작 <Constructing a Language>의 제목이기도 하다. 학부생 한 명과 나누었던 대화 한 토막을 살펴봄으로써 “언어의 구축”이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자.

……….

나: “그러니까 문자를 아직 안배운 아이들을 생각해 봐요. 주변 소리를 모방해서 “가(go)”, “감(persimmon)” 같은 것을 발음하면서 두 단어 모두 ‘가’를 포함하고 있고, 다른 단어들에도 /ㄱ/, /ㅏ/, /가/ 소리가 반복해서 등장한다는 것, 나아가 /가/가 자음 ‘ㄱ’과 모음 ‘ㅏ’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할 수 있죠. 이런 점들을 인지하지 못하면서도 발음을 해낼 수 있어요.”

학생: “발음을 할 수 있는데,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죠?”

나: “특정한 발음을 할 수 있다고 해서 그 발음이 자음과 모음으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거든요. 성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이해가 안될 수 있지만, 말을 처음 배우는 아이들이 분절음의 체계적인 조합으로 단어가 이루어진다는 걸 깨닫는 데는 시간이 필요해요. 문법적인 규칙에 대한 이해도 마찬가지고요.”

학생: (연신 갸우뚱대며) “그렇다 하더라도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을까요?”

………..

언어학습 이론을 공부하면서 흔히 나타나는 오류를 보여주는 듯한 장면이다. 아이들이 ‘성인의 언어, 나아가 ‘성인이 이론적으로 체계화해놓은 언어”를 배운다고 생각하는 것 말이다. 이는 아동의 언어습득과정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우리는 대개 아이들이 언어를 습득한다(acquire a language)고 표현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른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커뮤니티에 참여(participation)하면서 언어를 구축(build/construct a language)하고 있다. 다시 말해 언어는 성인에게서 아이들에게로 전달(transfer)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다양한 의사소통적 상황을 경험하면서 창발(emerge)한다.

이미 언어습득을 마친 성인의 입장에서 보면 성인언어가 언어학습의 최종 목적지인 듯하다. 하지만 아이들은 언어습득을 위한 최소한의 생물학적 기제(architecture)만을 장착하고 있을 뿐어떠한 설계도도 갖고 있지 않다.

아동의 언어발달은 주어진 최종 설계도에 따라 집을 짓는 일이라기 보다는, 설계와 시공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성인이 보는 언어체계의 광대한 지도를 아동들이 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래도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던질 수밖에 없다.

다른 용무 때문에 내주를 기약했으니, 다음 수업이 끝나고도 학생이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나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어떻게 이걸 이해 못시킬 수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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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습은 단지 습득을 의미하지만은 않는다. 언어는 (실제적/상상적)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일이고, 새로운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기도 하다.

#모두를위한영어교육학강의

나의 영어공부 이야기 (2) – 고등학교 (전편)

I.
외고에 진학하면서 나의 영어공부 ‘성공기’는 자기기만이었음을 깨달았다. (성문시리즈의 진도와 독파 횟수로 대표되는) 친구들의 ‘실력’을 보며 중학교때의 노력이 하찮아 보였다고나 할까.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쫄 일도 아니었지만 당시 어린 마음에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았던 듯하다.

일단 보는 책부터가 달랐다. 나는 기본영어를 후반부를 처음 공부하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몇몇 친구들은 이미 기본영어를 3-4번 마치고 종합영어를 보고 있었다.

‘종합’이라는 제목이 주는 압도적 포쓰. 기본영어 두께를 비웃는 볼륨감. 귀퉁이 빼곡한 깨알 글씨. 너덜너덜해진 책 귀퉁이.

우쒸. 이 인간들은 언제부터 이렇게 공부를 한 거야!!

당시 해외 거주 경험을 지닌 친구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두세 반에 한 명 정도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낸 친구들이 있었다. 걔네들 영어 발음은 천상의 것이었다. 지상에 존재하지 않았어야만 하는 발음이었다고나 할까.

사실 나는 그런 발음에 익숙치 않았고 반감마저 가지고 있었다. 한국 애들이면 한국 애들답게 발음을 해야지. (말투 전환) 지가 뭔 미국인이냐? 미국인이야? 지금 와서 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지만 당시엔 그리 느꼈다.

일 주일에 두 번 영어회화 시간이 있었다. 이게 나의 영어실력에 미친 영향은 어땠을까?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고등학교 때 회화를 했어? 엄청 좋았겠네.” 라고~

하지만 사실은 그와 정반대였다.

영어회화 한 시간 수업(고등학교이므로 45분 수업이었던 것으로 기억)에 내가 발화는 인사말과 Yes/No 정도. 어쩌다가 말을 할라 치면 턱턱 막혀 스스로에게 실망. 이 과정의 반복.

결국 몇 번 시도하다가 침묵의 단계로 들어섰다. (겉으로는 ‘회화시간에는 과묵한 아이’로 포지셔닝.) 그래서 고등학교 3년간 회화시간에 이야기한 문장이 몇백 개 안될 것이다. 돌아보면 회화수업비를 따로 내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게 한스럽다.

II.
고등학교 들어가서 첫 해 받은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애들이 왜 이렇게 다 괴물같은 건가. (나중에 알고 보니 다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혼자 끙끙 싸매고 고민하다가 부모님께 상황을 말씀드렸더니, 모건 프리먼 급의 중저음으로 딱 두 마디를 하셨다.

“전학갈래?”
“자퇴할래?”

그래서 난 이야기했다.

“자퇴하기 전에 그래도 한 번 해볼게요.”

일단 충격 받고 그대로 물러나는 게 싫었다. 어떻게든 그 밀림에서 살아남고 싶었다. 그래서 영어의 고군분투는 다시 시작되었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리 비장할 필요도 없었는데. 어리다는 건 멋지고도 웃긴 것이다.)

III.
내 또래들이 대부분 그랬겠지만 고등학교 때 영어공부는 한마디로 ‘입시공부’ 였다. 학력고사 시절이어서 발음 문제가 출제되고, 문법 문제의 난이도도 상당했다. 무엇보다 주기적으로 보는 모의고사 점수가 진로의 모든 것을 말해주던 때였다.

살아남기 위해서 영어에 매달렸다. 1-2학년 때 꽤나 많은 시간을 영어에 투자한 게 모의고사에는 유효했다. 졸업할 때까지 영어과목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계속되었다. 외고에 다니면서도 말한마디 못하는 신세라니.

IV.
그나마 고등학교 영어 공부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풍부한 어휘 습득이다. 고등학생 치고는 상당히 많은 어휘를 외웠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 어휘를 외우는 데 가장 기여한 요인은 ‘사전’이었다.

한 마디로 ‘사전을 끼고 살았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았었고, 전자사전도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 나는 혼비 영영한사전과 함께 3년 내내 동고동락했다.

특별한 비법은 없었다. 다만 주요 어휘라고 불리는 (주로 뜻이 엄청 많은) 놈들은 5번 이하의 뜻까지 외우려고 노력했다. 어떤 것은 15번 이상의 뜻까지 정리하고 예문을 적기도 했다. 주로 동사군들을 중심으로. 그렇게 정리한 두꺼운 단어장이 십수 권이었다. (이후 이 단어장들은 비극적 사건으로 사라지게 되고… ㅠㅠ)

말하기 꽝, 듣기 꽝의 영어실력이었지만 나름대로의 어휘실력을 길렀던 고등학교 시절. 조금은 아쉽지만 그래도 그 때 쌓아 놓은 어휘 실력으로 대학교 4학년을 보냈으니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던 듯하다.

(하편 계속)

나의 영어공부 이야기 (1)

<초등(아니 국…)학교 시기>

언제였나, 영어공부를 시작한 게… 아마 ABC쏭을 따라 부르기 시작한 건 5학년 말쯤이 아니었을까? 그 전에는 영어라는 말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 널리 쓰이는 건 몰랐고 그냥 미국말인 줄 알았다. Thank you. Hi! 정도를 따라 했던 것 같다.

세상에 영어공부를 위한 책이 존재한다는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 것은 6학년 여름 방학. 같이 살던 외삼촌으로부터 단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책 제목은 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알파벳과 주제별 단어 위주로 구성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ABCD가 나왔었고, 대문자와 소문자가 나왔었던 것 같다. 글자를 따라 쓰는 연습도 있었던 것 같고.

본문은 주로 단어 위주였다. 1-12월의 이름을 그림-철자로 배우고, 계절의 이름도 배웠다. 비온다, 춥다 등의 ‘날씨를 나타내는 형용사’들이 기억나고, 유명한 지역의 지명을 영어로 읽어보았던 것도 같다. 뉴욕 뭐 이런 거?

돌아보면 이 시기 공부가 썩 만족스럽진 않다.

외삼촌은 친절하게 가르쳐 주셨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렇게 발음이 좋지는 않았다. ^^;;

===

그 때의 학습을 지금의 영어교육과 비교해 보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사실 가장 큰 차이점은 “소리”가 없이 영어를 대했다는 것이다.
소리가 있었다면 외삼촌의 발음을 따라 했다는 것! 순식간에 그 발음에 익숙해져버렸다. 음하하…

사실 아동의 언어학습에 있어 자연스런 음성없이 언어를 처음 접한다는 건 위험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렇게 한참을 공부했다. 중학교에서도 선생님이 진도에 맞추어 들려주시는 교과서 본문과 다이얼로그 외에는 영어 말소리를 들을 기회가 없었다. 듣기평가도 활성화 되지 않았던 시절 아닌가.

중학교 초반까지 한 주에 한 번 외삼촌으로부터 ‘사교육’을 받았지만, 영어 소리는 너무나 낯선 것이었고, 나는 영어가 그렇게 재미있는 과목이라고 생각지 못했다. 즉, 영어를 암기과목으로 공부하고 있었고 단어-뜻 짝을 암기하는 식으로 공부 패턴을 잡아가고 있었다.

여기에서 영어공부의 첫걸음이 어그러진 것일까?
하지만 정말 다행히도, 영어를 싫어하진 않았다.
암기는 나름 잘 했기 때문인가 보다.
혹은 삼촌이 조금 무서웠거나~

<중학교 시기>

I.
중학교 때 영어의 끈을 놓지 않은 것은 오로지 성적 때문이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암기과목으로 생각하고 공부해왔던 습관은 여전했다.

듣기평가는 아주 형식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듣기를 평가한다기 보다는 교과서의 본문을 제대로 암기했는지 평가하는 식이었다.

즉, 영어 소리 자체에 대해 익숙해지지 않더라도, 교과서 본문의 내용을 충실하게 암기하면 풀 수 있는 듣기 문제들이 많았다.

듣기 문제의 탈을 쓴 본문 암기 문제라고나 할까…

발음에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사실 영어는 ‘말’을 하기 위해 배우는 것인데, 교실에서 말하기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당시 선생님들의 수업을 옮겨 보면 대략 이렇게 된다.
(거의 모든 분들의 패턴이 똑같았다.)

1. 오늘의 단어 – 오늘 배울 단어를 선생님이 읽어주고 반 전체가 따라한다. 보통 한 단어를 2번 정도 따라 읽고 뜻을 배우는 식. 아주 가끔 선생님이 학생을 일으켜 발음을 하게 하고, 그 발음이 적절치 않은 경우 형식적인 교정을 해주셨다. (야 너 그거 쥐프트 아니고 기프트야.)

2. 오늘 배울 내용 들어보기 – 처음의 Listening 부분은 한 번에 다 듣고, 본문 부분은 여러 번에 걸쳐 나누어 듣는다. 예습을 해 온 경우에는 듣기가 아니라 교과서 내용 확인이 되어버리기도 하였다. 보통 1번 정도 듣게 된다.

3. 교과서 해석하기 – 교과서 문장들을 하나씩 해석하는 과정이다. 필요한 경우 선생님께서 처음에 나온 “오늘의 단어”들을 상기시켜 주신다. 이때 교과서 가장자리는 필기로 빼곡해진다.

4. 문법 설명 – 교과서 해석에 필요한 설명을 해주신다. 해석 시 중간 중간에 문법이 나오기도 하고, 그 과의 중심 문법 사항을 따로 설명해 주시기도 하신다.

5. 다시 듣기 – 일단 한 번 해석이 끝나면 다시 테이프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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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위의 순서에 따라서 공부를 하였다.

교과서에 Further Study라는 심화학습 부분에서는 주요 구문과 문법 및 발음을 다루었다. 요즘에야 발음 문제가 시험에 거의 출제되지 않지만, 당시에는 발음 문제는 반드시 시험에 출제되었던 기억이 난다. 또한 문법 문제의 비중이 꽤 되어서, 교과서 본문 독해 시간에도 문법 설명을 꽤 길게 들었던 적이 종종 있었다.

Dialogue를 배울 때는 두 사람을 일으켜서 Role Play를 시키시기도 했다. 사실 말이 Role Play지, 역할을 맡아 책을 읽는 수준이다. 사실 그 ‘읽는 수준’도 안되는 학생들이 수두룩했기 때문에 Role Play는 많은 경우 다시 ‘따라 읽기’로 자연스럽게 바뀐다.

교과서 말미의 연습문제는 그냥 숙제로 내준다. 다음 날 검사를 하셔서 안해 온 아이들은 손바닥을 자로 맞았던 기억…

본문 뒤의 Comprehension Check-up은 “너희들이 해봐”라는 말과 함께 그냥 넘어간다.

지금 돌아보면 완벽한 문법번역식 수업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 의미있는 의사소통이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불가능했다. 모든 학생들이 영어의 초보였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것은 그 당시 수업 시간이 위에서 묘사한 방식으로 1년 내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영어가 원래도 어려운 과목인데 저렇게 가르치니 재미가 더 없어졌다.

“그래도 다른 과목에 비해 잘 하는 과목 영어.”

그거 하나 붙잡고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잘하는 과목이니 계속 잘해야만 한다는 이상한 의무감이랄까… 그래서 사실 중학교 3학년 때까지는 영어 성적이 참 좋았었다.

그러나 나의 시련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II.

중학 때 영어교재는 교과서 + 두 권의 문법서였다.
그 유명한 성문 기초영문법과 성문 기본영어.
당시의 영어교육에서 빠질 수 없는 두 권의 명저(?!).

사실 주변에 영어를 제대로 공부하는 형 누나만 있었어도 나는 이 두권에 목을 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두 권의 책은 반드시 봐야 해. 그것도 달달 외울 정도로.”
라고 말했다. (비극의 시작~)

중간에 아버지가 안현필씨의 책을 두어권 사오셨다. 당시에는 성문에 대적할만한 세력이 없었고, 안현필씨의 시리즈 몇 권이 마니아층 사이에서 영어의 비법으로 통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안현필 시리즈를 본다는 것은 왠지 이단으로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독서실에 가면 누구 책꽂이에나 있는 성문 시리즈를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부터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까지 성문 기초영문법을 5번 정도 독파했던 것 같다. 그리고 고등학교 들어가기 바로 전 겨울방학 때 성문 기본영어를 반쯤 대충 봤고.

문제는 그거였다.

그렇게 공부해도 학교 성적은 잘 나왔고, 영어로 Communication할 필요도 없었고, 그러니 영어 듣기나 말하기를 늘려야겠다는 의지도 없었던 것이다. 문제집의 문제들은 독해 아니면 문법이라서 그럭 저럭 맞출 수 있었다.

그 달콤함이 고등학교 때의 쓰라림이 되었다.

흐흑….

III.

중학교 때의 영어공부 방법을 기억하면서 후회되는 점도 많지만 나름대로 스스로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도 있다.

여러 가지 면이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영어라는 과목을 ‘꾸준히’ 공부했다는 것이다. 특히 중학교 3학년 때는 하루에 1-2시간씩 거의 1년을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성문 기초영문법을 마지막으로 보고, 성문 기본영문법에 있는 문법과 독해를 꼼꼼하게 공부했다. 맨 뒤에 있는 구문 모음들도 꾸준하게 보아서 영어의 대표적인 패턴에 익숙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영어 자체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되고,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쌓게 된 시기였던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가 외고 입시 원서 마감 며칠 전에 “외국어 고등학교라는 곳에 가볼래?”라고 했을 때에도 영어가 그렇게 걱정되지 않았다. (그런데 시험은 무지 어려웠다. ㅎㅎ) 결과적으로는 외국어 고등학교 준비를 하지 않고도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OO년도 더 된 일이다.

중학교 시절 영어공부를 요약하면…

1. 쓸데없이 문법에 너무 치중했다.
2. 듣기는 아주 아주 기초적인 것에 머물렀다.
3. 말하기는 아예 생각도 못했다. 이점은 매우 후회된다.
4. 읽기의 input은 꽤 되었으나 나머지 영역에서의 언어 input은 거의 없었다.
5. 영어를 거의 매일 공부하는 습관을 길렀다. 결과적으로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이 점은 가장 큰 소득이었다.

나름대로 영어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되었으나, 외고에 진학해서는 그야말로 강력한 문화적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다른 과목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우물안 개구리식의 영어공부가 한계에 다다르게 되었던 것이다.

(고교편은 다음 시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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