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어교육

“흔히 ‘초중등 영어교육’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단어 암기, 문법 시험, 해석하고 문제 풀기. 이를 통한 성적/스펙 획득.

나의 영어교육: 영어를 매개로 삶을 다루기. 권력과 계급, 차별과 배제, 아름다움과 추함, 사회와 문화가 순간순간 충돌•교차하는 담론장에서의 실천.

이 간극을 줄여가고 싶습니다.”

연수 강의록 작성하다가 끄적인 메모입니다.

언젠가 #삶을위한영어공부 ‘교사편’ 써볼까 봐요. 더 많이 알아서 쓴다기 보다는 동료 교사로서 다른 선생님들께 편지쓰는 마음으로요. 나누고 싶은 이야기도 있고, 신세한탄도 있고, 함께 고민해 보자는 초대도 있고… 그런 글이면 어떨까 싶네요.

영문 학술 프리젠테이션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제가 프리젠테이션에 대해서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이 점이/이 연구가 정말 중요하다”라는 점을 청중들에게 알리는 방식입니다. 프리젠테이션이 그냥 이력서에 한 줄 올라가는 발표가 아니라 자기 삶에서, 학계에서 나아가 인류에게 정말 중요한 이슈라는 것을 설득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저에게 큰 영감을 주었던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교육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발표를 시작하곤 합니다. 인상적인 인용구와 해당 분야의 기념비적 연구를 가지고 시작하는 전략도 나쁘지 않은 것 같구요.

두 번째는 데이터입니다. 자기 연구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외쳐봐도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프리젠테이션은 재미도 힘도 없습니다. 처음에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는 데이터가 없어서 고생했는데, 논문을 거의 완성할 때쯤 되니 보여줄 것들 중에서 고르는 것이 힘이 들었습니다. 저는 “강한 인상/확신을 줄 수 있는 데이터 두세 가지를 보여주는 간결한 비주얼”로 발표를 채우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많은 데이터를 보여주려다 보면 발표가 아닌 논문이 되어버리고 청중의 집중력도 급속히 떨어지게 되니까요.

즉 두 가지가 갖춰진 프리젠테이션은 기본은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많은 문헌들을 잘 정리해서 표와 차트로 보여준다거나, 발표 후 자신의 연구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새로운 연구방법론을 도입했다면 이를 통해 다룰 수 있는 다른 영역 혹은 데이터를 강조해야 하겠지요. 하지만 다시 강조하자면 “이게 나에게, 학계에, 우리 사회에 중요하거든요?” 아울러 “왜 중요한지 이 데이터를 보면 확실히 아시겠죠?”라는 두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이제 (그닥 좋아하는 용어는 아니지만) 프리젠테이션을 조직하는 ‘스킬’의 측면을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여기에서는 발표자료에 대해 충분한 지식이 있고, 관련 용어를 숙지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어떻게 영어로 발표를 이끌어 나갈지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제가 생각해 본 전략은 최근 쉽게 구할 수 있는 다양한 동영상 강의를 일종의 모델로 이용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TED.com에 올라와 있는 중 Pamela Meyer의 “거짓말장이 잡아내는 법”이라는 강연을 예제로 사용하겠습니다.

1. 시작에 임팩트있는 진술과 유머를 섞어라.

“Okay, now I don’t want to alarm anybody in this room, but it’s just come to my attention that the person to your right is a liar. (Laughter) Also, the person to your left is a liar. Also the person sitting in your very seats is a liar. We’re all liars. What I’m going to do today is I’m going to show you what the research says about why we’re all liars, how you can become a liespotter and why you might want to go the extra mile and go from liespotting to truth seeking, and ultimately to trust building.”

먼저 웃음을 이끌어내기 위해 “지금 딱 보니까 너 오른쪽에 있는 사람 거짓말장이네?” 라는 말을 던집니다. 그리고 그것을 현장에 모인 청중들, 나아가 모든 인간에 적용하죠. 처음 웃고 시작하는 건 프리젠테이션에서 정말 효과적입니다. 자연스런 웃음으로 순식간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시작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거죠. 하지만 단순한 웃음을 유도하는 게 아니라 발표의 주제가 우리 각자 또 사회 전체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음을 명확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Today I’m going to … 라는 구문을 통해서 오늘 할 이야기를 단도직입적으로 전합니다. 이 문장은 전체 프리젠테이션의 주제를 담고 있는 문장이면서 자신의 일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ultimately to trust building) 문장이기도 하죠.

2. 아래에 내려가면 여러 가지 연구를 언급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On a given day, studies show that you may be lied to anywhere from 10 to 200 times. Now granted, many of those are white lies. But in another study, it showed that strangers lied three times within the first 10 minutes of meeting each other. (Laughter)”

이 부분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발표자가 소개하려는 연구를 매우 간결한 문장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러 연구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순간 프리젠테이션은 지루해집니다. 자기가 하려는 이야기와 관련된 내용만 최대한 간결하게 추려서 소개해야 하고, 그것이 하나의 스토리를 이루도록 해야 합니다. 프리젠테이션은 데이터 주석 data commentary 이 아니고 이야기하기 storytelling 이라는 점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데이터와 결과는 스토리텔링의 주요요소로 기능해야 하는 것입니다.

3. 이번에는 특정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부분을 봅시다.

“Now this brings us to our next pattern, which is body language. With body language, here’s what you’ve got to do.”

앞서 발표자는 프로이드의 말을 통해 우리의 말 speech 과 그에 숨겨진 심리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이 부분에서 위의 문장을 사용하여 제스처에 관한 논의로 넘어가죠.

이 부분에서 프리젠테이션을 보시다가 부분 부분을 엮어주는 표현들에 주목하는 습관을 들이자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Now we can move on to … 나 Given this situation/data 같은 식의 표현을 쓰실 수도 있고, On the contrary, on the other hand 등 역접을 나타내는 어구를 쓸 수도 있을 것입니다. This is just a part of the story, though. 라면서 좀더 넓은 논의로 나아가실 수도 있고, Is this really a universal pattern?과 같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습니다. 어떤 식의 표현을 쓰든지 파워포인트 슬라이드가 넘어갈 때 뚝뚝 끊기는 느낌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프리젠테이션을 만드는 것은 영화에서 좋은 편집만큼이나 중요한 작업입니다.

4. 다음으로 질문을 통해 청중과의 소통을 이끌어내는 부분을 봅시다.

“Now we’re going to look at the hot spots. Can you tell what’s happening in a conversation? Can you start to find the hot spots to see the discrepancies between someone’s words and someone’s actions? Now I know it seems really obvious, but when you’re having a conversation with someone you suspect of deception, attitude is by far the most overlooked but telling of indicators.”

우선 질문을 던지는 전략은 효과적이지만 매우 위험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너무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건 프리젠테이션을 어색하게 만듭니다. (청중 반응: 뭐 어쩌라구? 그거 계산하려면 수퍼컴퓨터 써야 되겠네.) 너무 안이한 질문은 ‘뭐 저런 질문을 던지고 있냐. 다 아는 거잖아.’와 같은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죠. 따라서 발표하시는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발표 내용을 이해하면 충분히 답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거나, 상상과 추측이 적극적으로 발동되는 질문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5. 다음으로 초반에 제시한 아웃라인을 언급하는 부분을 봅시다.

Now we’ve talked a little bit about how to talk to someone who’s lying and how to spot a lie. And as I promised, we’re now going to look at what the truth looks like.

이건 위에서 설명드린 3번과 비슷한 기능을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초반에 언급했던 전체 강연의 내용 및 구조를 언급하면서 넘어가고 있지요. 청중들에게 지금 발표가 어디 있는지(where we are)를 알려주면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면 전체 흐름을 놓치지 않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발표자는 청중들을 새로운 여행지로 이끄는 가이드라는 점을 염두에 두시면 좋을 것입니다.

6. 마지막 단락은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가져야 합니다.

자 마지막 문단을 한 번 볼까요?

When you combine the science of recognizing deception with the art of looking, listening, you exempt yourself from collaborating in a lie. You start up that path of being just a little bit more explicit, because you signal to everyone around you, you say, “Hey, my world, our world, it’s going to be an honest one. My world is going to be one where truth is strengthened and falsehood is recognized and marginalized.” And when you do that, the ground around you starts to shift just a little bit.

And that’s the truth. Thank you.

“사람들이 거짓을 인지하는 과학을 보고, 듣는 기술과 결합할 때, 그들은 자신을 거짓말에 동조하는 것에서 제외시킵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알리면서 아주 조금만 더 확실히 표현하는 길을 시작하세요 “이봐, 내가 사는 세상, 또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정직한 세상이 될거야 내 세상은 진실이 강해지고, 거짓은 밝혀지고 무시되는 세상으로 바뀔거야 그리고 여러분이 그렇게 할 때, 여러분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은 아주 살짝 바뀔 것입니다

그게 바로 진실입니다 감사합니다.”

TED의 한글 번역이 완전히 매끄럽지는 않지만 그 자체로 훌륭한 메시지입니다. 저는 좋은 발표는 정보와 함께 영감을 주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단락에서 깊은 울림을 이끌어 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프리젠테이션 막판까지 자잘한 데이터를 제시하느라 마지막에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시면 안된다는 말씀입니다.

이상으로 TED talk 한 꼭지를 가지고 학술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저의 짧은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앞으로 TED 를 시청하시거나 기타 강의를 보실 때는 발표자가 주제의 중요성을 어떻게 개괄하는지, 관련 분야의 지식과 연구를 어떻게 이야기로 만들어 전달하는지, 토픽과 토픽 사이의 전환에서 사용하는 전략은 무엇인지, 프리젠테이션의 개별 꼭지들을 전체 이야기 속에 어떻게 자리매김하는지, 결론에서 청중들을 감동시키는 전략이 무엇인지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강의의 내용만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각각의 요소에 해당하는 언어 요소들을 주의깊게 보셔야 하겠죠.

참고영상
https://www.ted.com/talks/pamela_meyer_how_to_spot_a_liar

#학술프리젠테이션 #영어로논문쓰기

7년만의 대화

“오늘 연락드린 것은 다름이 아니라, 제가 좋은 기회로 저연차 교사의 고민과 노력을 담은 책을 집필 중인데요. “아이들의 삶에 스며드는 수업은 따로있다”라는 제목을 지닌 파트가 있습니다. 이 파트에 제가 실제로 크게 감명 받았던 교수님의 글을 인용하고 싶어서, 혹시 괜찮을지 여쭙고자 연락드립니다. 실제로 제 수업에 큰 영향을 주었던 글이라.. 허락해주시면 너무나도 감사할 것 같습니다. 제가 싣고자 하는 글은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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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an apple”은
그렇게 열심히 따라 하면서
“This is me(이게 나예요)”라고 말하는 법을
배우진 못했습니다.

“Work hard, and you will succeed”는
숱하게 만났지만
“Unite, and you will get what you deserve”는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가정법을 배우며
“If I were a bird”를 반복했지만
“If I were an immigrant worker in South Korea”를
발화할 생각은 못 했고

“It is very difficult to master English”라고 말하며
영어라는 산 앞에서 좌절했었지만
“It is very difficult to master anything”이라는
당연한 이치를 기억해 내지 못했습니다.

롤 플레이를 하면서
해당 역할을 앵무새처럼 따라 했었지
새로운 역할을 꿈꾸고
새로운 대본을 써볼 생각은 못했던 나날들이 있었죠.

생각하는 말,
살아 숨 쉬며 펄떡이는 말,
웃고 울고 분노하고 아파하고 손잡아 주는 말을
가르치고 배우지 못했습니다.

삶을 위한 영어공부는
이처럼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합니다.

예문을 바꾸고
활동을 바꿉니다.

거기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삶으로 나아갑니다.

배우고 표현하며
성찰하고 소통하며 연대하는 말로,
그리고 그 말이 울려 퍼질
세상으로.

당신의 가슴이
세계를 껴안는
변방으로,
경계로,

사람들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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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제 수업을 들었던 한 학생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이제 선생님이 되어 서울의 모 고등학교에서 일하고 있다고요. 위에서 이야기했듯 자신이 몇몇 선생님과 함께 마무리하고 있는 책에 저의 글을 인용하고 싶은데 괜찮겠느냐고 물었습니다. 물론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영광스런 일이니까요.

기뻤습니다. 7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이젠 선생님과 선생님으로 만날 수 있어서 뭉쿨했습니다. 텅빈 7년 여의 시간이 순식간에 커다란 섭리로 채워지는 듯했습니다. 써놓고 보니 조금 호들갑스럽기도 하군요.

많은 분들이 가르치는 일을 콩나무 시루에 물 붓는 일에 비유하곤 합니다. 물을 부을 때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도통 알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콩나물은 무럭무럭 자라난다고요. 그렇기에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도 계속 물을 부어야 한다고요.

얼마 되지 않는 경력을 되돌아 보면 제가 물주는 일이나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십년 쯤 지나면 그래도 좀 괜찮아지지 않을까 했는데 점점 더 자신이 없습니다. 어떤 게 좋은 수업일까요? 학생들이 콩나물이고 제가 물을 준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나 오만한 생각 아닐까요? 그냥 함께 배우고 성장하면 되는데 제가 뭘 한다고 설치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래도 종종 이렇게 먼저 손 내밀어 주는 이들이 있어서 제가 하는 일이 아주 조금이나마 세상에 도움이 되는구나 싶습니다. 무쓸모의 두려움으로부터 저를 해방시켜주는 구원의 빛 같달까요.

책이 나오면 7년 만에 학생을, 아니 선생님을 만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직접 전해주고 싶다고 하네요. ‘코로나가 잦아들면’이라고 또 바보같은 기약을 했지만 잊지 않고 기다려 보렵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절이지만 만남의 설렘을 간직하고 걷다 보면 이 긴 여정의 끝에 다다라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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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원고 교정 후 마무리 단계라.. 책을 6월 안으로 출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책 나오면 교수님 한번 찾아뵈도 될까요?? 😃”

“그럼요. 물론입니다. 코로나가 극성이지만 좀 잦아들면 뵈어요. 멋진 선생님으로 성장하고 계신 것 같아 참으로 감사하고 기쁩니다. 책 마무리 화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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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해진 마음에 여름 밤바람이 스밉니다.

사회언어학과 영어교육 강의노트 4: 언어와 정체성, 그리고 적절성(appropriateness)의 애매함

한국인 간호사가 있었다. 최근 미국으로 건너가 자격을 취득해 병원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어느날 의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간호사B가 급하게 끼어들었다. 의사는 상황을 파악하고 간호사B에게 “그건 이리저리 해서 그녀에게(to her) 건네주라.”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her’는 한국인 간호사였다.

간호사B와의 대화를 마친 의사가 다시 한국인 간호사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의사가 살짝 당황한 듯 이렇게 말했다.

“Oh, I’m sorry. Do you go by ‘her’?” (앗 미안합니다. ‘her’로 불리시나요?)

무슨 말인지 몰라 멍하니 있던 간호사는 3-4초가 지나고 나서야 그것이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묻는 질문임을 알았다. 한국에서 일할 때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었다.

여러 복잡한 생각이 스쳤다. ‘당연히 여성으로 안보이나?’ ‘여기에서는 이런 식으로 대놓고 물어보기도 하나?’ ‘나 같으면 모른척 her라고 말할 거 같은데…’ 등등.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라면 그런 질문을 받을 일이 없다. 우선 상대의 성적 정체성에 대해 묻는 걸 꺼리며, 그런 것을 물어보는 일이 엄청난 결례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어에서는 him/her와 같이 성별을 명시적으로 드러내는 대명사를 쓰지 않아도 되기에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아마도 ‘저분’이나 ‘저 간호사’ 정도로 썼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들어 미국에서도 her/him과 같은 대명사를 쓰기보다는 them과 같이 성별을 나타내지 않는 인칭대명사(gender-neutral personal pronoun)를 쓰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고 한다. 일화 속 의사가 그냥 ‘them’을 썼더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갔을 수 있었을 것 같지만, 또 이런 ‘them’의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them’이 누구누구인지 되물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고 보면 언어와 문화에 맞는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사회언어학강의노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관련 영어표현

코로나19바이러스로 전세계가 떠들석합니다. 관련 핵심표현만을 모은 페이지에서 주요 표현을 가져와 해설을 달아보았습니다.

1. contract a virus 바이러스에 감염된다고 할 때에는 contract라는 동사를 주로 씁니다.

2. extremely infectious / highly contagious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는 표현들입니다. Extremely/highly로 강도를 표현합니다.

3. pass it to others 다른 사람에게 옮긴다고 할 때 pass를 주로 씁니다.

4. carriers 그렇게 바이러스를 (본의 아니게) 옮기게 되는 사람을 carrier라고 합니다.

5. super-spreaders 우리말로 ‘수퍼전파자’는 super-spreader라고 합니다. (이 용어는 가급적 쓰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쓸 경우에는 spreader라는 표현을 기억해야겠네요.)

6. patient zero 최초 감염자는 patient zero입니다. One이 아니라 zero로 개념화되는 게 흥미롭네요.

7. show/display symptoms 증상을 보인다고 할 때에는 show/display symptoms라고 합니다.

8. fever 열 cough 기침 respiratory difficulty 호흡곤란 등이 있겠죠.

9. 잠복기는 the incubation period 라고 표현하지요.

10. (감염)사례는 cases라고 표현합니다.

11. 확진자라고 판단하는 것은 “call someone confirmed or diagnosed cases”라고 표현합니다.

12. 사람들이 감염이 된 것으로 테스트 결과가 나오는 경우 “They test positive for it”이라고 합니다.

13. 유난히 감염자가 많은 경우를 spike로 표현해서 “a spike in cases”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치솟는 모양을 표현한 단어죠.

14. 치명률은 “the mortality rate of a disease”로 표현합니다. 사망자수는 death toll이 되겠습니다.

15. 질병의 발생은 outbreak로 표현하죠. 이 제목의 영화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16. 전 세계로 퍼지는 감염병을 판데믹이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pandemic으로 씁니다. Pan-이 붙으면 ‘전체의, 전세계의’의 의미가 되죠.

17. 바이러스를 통제하고 확산을 막는다고 할 때는 control/contain the spread of the virus 라고 합니다.

18. 특정 지역을 봉쇄한다고 말할 때에는 “Towns and cities may be put/placed on/in lockdown”으로 표현합니다.

19. 격리조치는 quarantine이라고 하며 사람을 주어로 할 경우 “be put/placed in quarantine”를 쓰면 됩니다. 자가격리는 self-quarantine이라고 표현하면 되지요.

20. 마스크는 그냥 mask 라고도 하지만 face masks라는 표현도 자주 쓰입니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백신개발’은 ‘develop a vaccine’이라고 표현하면 되겠습니다.

어지러운 나날이지만 모두 몸도 마음도 평안하시기를 빕니다!

표현 출처:

https://dictionaryblog.cambridge.org/2020/02/26/quarantine-carriers-and-face-masks-the-language-of-the-coronavirus

인풋의 양이 아니다. 경험의 깊이다.

영어학습의 초특급 키워드 ‘인풋’. <단단한 영어공부>에서도 여러차례 언급했지만 ‘무조건 많은 인풋’이 능사는 아니다. 최근에 학부모들을 만나면서 반복하는 메시지는 ‘인풋의 양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영어를 좋아할 수 있는 계기, 언어의 숲으로 ‘빨려들어가게’ 하는 실마리를 찾는 것이 더욱 절실하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그 계기가 영어의 발음일 수 있다. 단어의 발음이 예뻐서, 누군가의 억양이 매력적이어서 영어가 좋아질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영화의 배역(e.g. 해리포터)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좋아하는 유튜버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노래나 챈트일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림책의 내용일 수 있다. 미국 미드웨스트 지역의 백인 중산층 영어가 아니라 맨체스터의 노동자들의 ‘투박한’ 발음에 끌릴 수도 있다. 심지어 속어와 욕설이 영어로 진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간의 영어학습 담론에서는 ‘양(quantity)’이 다른 모든 것들을 압도하는 경향이 강했다. 내용과 방법이 아니라 얼마나 많이 노출되느냐였다. 이렇게 ‘무조건 많이’로 대표되는 인풋 담론은 개개인의 영어에 대한 욕망(desire)를 간과했다. 인지적인 측면들을 과하게 강조하면서 정서적이고 사회적인 면, 지각에 관련된(perceptual) 특성들을 무시한 것이다.

우리는 외국어를 배우면서 그 언어의 정보를 처리(process)하지만, 그와 함께 특정한 소리나 단어에 애착을 갖고, 누군가의 발음에 매료되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되며, 우리 자신의 정체성(identity)을 변화시킨다. 언어학습은 지식암기가 아닌 전인적 발달과 변화과정이다.

물론 현장의 영어교수 또한 변하고 있다. 학습자들의 감정과 정체성을 고려하는 시도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평가는 ‘객관적’이고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문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차가운 머리를 갖고 언어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떨리는 마음과 소통에 대한 욕심을 갖고 자신을 조금씩 변화시켜 간다. 이 점을 염두에 둔다면 언어학습에서 정서와 지각, 정체성과 욕망의 문제는 주변이 아닌 중심에 놓여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인풋의 양이 아니라 경험의 깊이인 것이다.

그 학생의 질문

“선생님께서 불편하실 수도 있는데요. 말씀하시는 영어공부의 방법이 살아오신 것과 모순되는 점이 있지 않나요?”

오늘 강연에서 한 고등학생이 한 질문입니다. 제가 중고교 시절 공부했던 것과 <단단한 영어공부>에서 말하는 바 사이에 사뭇 큰 괴리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지요. 저도 성적 잘 받고 진학 잘 하려고 공부를 했으니까요. 제 삶의 전체 궤적을 보면 모순이라고 불릴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삶에서 한결같은 일관성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자신이 겪은 일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겪었던 영어공부가 만족스럽지 않았고, 이후에 영어교육을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깨달은 바를 나누려고 책을 쓴 것입니다. 지금 학교 생활에서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 게 있다면 잊지 마시길 바라요. 망각하지 않고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학생의 묵직한 질문에 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제 답변이 학생에게 만족스러웠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삶의 모순들을. 결코 잊혀서는 안되는 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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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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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이렇게 하지만
너무 자주 잊고 사네요.

학생과의 대화를 잊지 않으려
기차간에서 글을 남겨 놓습니다.

반 발짝 나아가기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썼던 문장들을 반복하는 듯한 느낌이 강해졌다.

아니 실제로 그런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세 가지 이유가 있는 듯하다.

첫 번째는 물론
내 공부의 부족이다.
먹고산다는 핑계로
깊게 공부하기 보다는
얕은 지식을 꿰어 강연을 다니는 경우가 많다.
그것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연구자의 입장에서 보면
‘게으르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강사와 연구자 사이에서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나를 본다.

내 삶의 조건들이 못마땅하기도 하고
괜한 비통함에 휩싸이기도 한다.

하지만 안다.
결국 공부를 지속하는 것은
오롯이 내 책임이라는 것을.

두 번째는,
현실의 완고함이다.
오래 전부터 이야기해오던
‘삶을 위한 영어공부’나
‘삶을 위한 리터러시’를 이루기 위해
현실에서 아직 갈 길이 머니
한 이야기를 하고 또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한국사회의 영어교육과
리터러시 교육은
참으로 변하지 않는 듯하다.

목요일 성미산 학부모 강의 후 접했던
가장 뼈아픈 반응은 이것이었다.

“말씀하시는 방법이 참 좋은데,
그렇게 가르치는 선생님을 찾을 수가 없어요.”

학원이든 과외든
삶을 중심에 두고 가르치는 경우를
찾기 힘들다는 말씀이셨다.

입시도, 내신성적도
학생에게는 중요한 삶의 일부이고
시장은 그것을 중심으로 자원과 전략을
배치할 수밖에 없음을 안다.

그렇기에 더더욱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심정이지만
끈질기게 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세 번째는,
경청의 기회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응용언어학/영어교육 연구자에게
지속적으로 소통할 ‘현장’이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일 것이다.

학생이건 학부모건 교사건
아니면 일반 학습자이건
함께 고민하고 삶을 나누는 공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뭔가 질러보려고 한다.
방학때부터 학부모님들과
삶과 교육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장을 만들어 보려고
이런 저런 궁리중이다.

나의 경험과 지식이
그들의 삶과 만나
또다른 삶이, 실천이, 깨달음이 될 수 있는
그런 자리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쳇바퀴 돌듯 쫓기는 일상이지만
사유와 실천에 있어서는 반발짝이나마 나아가고 싶다.

내 힘으로는 도무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함께해 주시겠다는 분들이 있으니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큰 일이 아니면 어떤가.
서로의 삶으로 인해
아주 조금이나마
더 나은 우리가 될 수 있다면.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씨익 웃으며
‘이게 사는 거지’라고
중얼거릴 수 있다면.

연수강의를 마치고

4주간 진행된 전국영어교사모임의 <교사와 연구자가 함께 궁리하는 ‘삶을 위한 영어교육’> 연수강의가 끝났다.

예전에 준비해 두었던 강의자료를 선생님들을 염두에 두고 조금씩 바꾸어 할 수 있는 강의였지만 준비하고 강의하는 동안의 긴장은 그 어떤 때보다 컸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분들이 많이들 오셨기 때문이었다.

다 끝내고 보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교육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많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이들이 있다. 그들과 함께 궁리하며 걷는 길이기에 비관할 수 없다. 멈출 수 없다.

‘삶을 위한 영어교육’의 문제의식에 공감하시는 선생님들이 많았다. 조금 힘들더라도 실천을 통해 삶과 영어공부가 함께 갈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다짐이 보였다. 가능성이 만들어지고 세상은 조금씩 바뀐다. 당장 변하는 게 보이진 않지만 변화를 체감할 때가 되면 서서히 바뀌고 있었음을 알게 되리라. 그리고 무엇보다 힘겹게 달려온 자신을 꼬옥 안아줄 수 있으리라.

4주간 금쪽같은 저녁시간을 내주신 선생님들께, 행사를 조직하고 진행하느라 고생하신 전국영어교사모임 집행부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를 보낸다.

돌아오는 길, 훌쩍 차가와진 밤공기를 느낀다. 학기는 종반으로 내닫고 그리운 얼굴들이 마음을 스친다. 고마운 사람들 덕에 버틴다.

몸은 지쳤지만 맘은 푸근하다.
이 정도면 괜찮은 밤이다.

리듬 앤 플로우

음악도 잘 모르고
힙합은 더 모르지만
지난 한 주 <Rhythm + Flow> 덕에 행복했다.

오디션 경연 포맷을 그닥 좋아하진 않지만
엄청난 압력을 견뎌내며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이들에게서
큰 감동을 받았다.

사실 욕설이나 비하, 성적인 묘사들에 대해
그리 익숙하지 않다.
‘정치적 올바름’에 다소 경도된
고리타분한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열 편의 에피소드는
“다른 문화를 엿보는” 경험으로 생각하고
최대한 즐겁게 보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한 귀퉁이를 접고 보니
즐거운 순간이 많았다.

기획과 편집의 힘이겠지만
이번 경연에 참가한 아티스트들은
대개 불우한 형편에서 자랐다.
약물중독으로 가족을 잃거나
범죄로 인해 감옥에 갇힌 가족을 봐야 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 와중에
그들을 지켜준 것이
음악과 가족, 그리고 때로 신앙이었다.
빈곤과 폭력의 악순환 속에서
자기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음악을 택했던 것이다.

응축된 고통이
벌건 마그마처럼
리듬과 가사로 요동칠 때
나 또한 흔들리고 흐느꼈다.

언어교육을 업으로 삼은 사람으로서
어렸을 때 연기나 랩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게
종종 아쉽다.

삶과 말을 재료로
혼과 리듬을 엮어내는 일,
대사를 매개로
타인의 몸과 마음을 상상하는 일의 아름다움을
좀더 일찍 알았더라면
내가 언어를 대하는 방식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다.

아, 그리고 사소한 즐거움 하나.
아무 것도 모르는 내가
초반 30인의 경연자 중 우승자로 점친 사람이
진짜 우승을 했다.
업계 최고수들의 생각과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
소소한 기쁨을 선사했다.

음악이 있어 다행이고
음악하는 사람들이 축복이고
음악과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내 삶의 리듬과 플로우를 찾아
하루 하루를 지어(compose)가야겠다.

 

Let’s make the rhythm flow, 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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