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a man vs There is some man

There is a man in front of the bookstore. vs. There is some man in front of the bookstore

위의 두 문장 모두 “서점 앞에 사람이 하나 있다”고 번역될 수 있습니다. 여러 교과서에서 말하듯 특정되지 않은(indefinite) 개체는 a나 some 모두로 표현이 가능한 것입니다.

하지만 완벽히 같은 문장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문법적으로는 이 둘 모두가 맞는 표현이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There is a man in front of the bookstore.”를 봅시다. “서점 앞에 한 사람이 있다”고 말하는 상황인데요. 이 경우 듣는 사람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다는 가정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말하는 사람은 아는 사람인데 일부러 ‘a’를 써서 표현할 수 있지요. 즉 발화자는 서점 앞의 사람을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지만 청자는 모른다는 가정 위에서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There is some man in front of the bookstore.라는 문장에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다는 가정이 담겨 있습니다. 적어도 이 말을 내뱉는 순간 발화자는 청자 또한 서점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모른다고 가정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이 문장은 “서점 앞에 왠 사람이 하나 있다”는 식으로 번역하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There is 다음에 나오는 a와 some의 미묘한 차이를 간략히 논의해 보았습니다. 전에 이런 용법의 예문을 두고 “a=some”이라고 설명한 책을 본 적이 있는데 이는 이런 차이를 간과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관사공부중

One of the 최상급+복수명사

one of the most important things

최상급은 의미상 뒤에 나오는 명사를 특정(to specify)하므로 그 앞에 the를 취하는 것이 적절하다. “the tallest girl in her class”라고 하면 “그녀의 반에서 제일 키가 큰 소녀”가 되므로 이 어구가 가리키는 건 딱 한 사람이 된다. 최상급이 나타내는 대상이 단일 개체로 특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모든 경우 그런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one of the most wonderful things in the world” 혹은 “one of the best things in my life”과 같은 “one of the 최상급 복수명사” 구문이다. 이 경우에는 “the 최상급” 뒤에 복수가 나온다. 왜 그럴까?

이는 인간의 인지가 과학적 계산과는 다름을 보여준다. “one of the tallest buildings”라는 말을 보자. 적절한 수학적, 물리학적 기준이 주어진다면 세계에서 가장 큰 건물은 하나 뿐이다. 하지만 위 경우에는 복수형(buildings)이 쓰였다.

물론 꼭 최상급이 아니라도 tallest buildings라고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래 위키피디아 페이지의 제목과 헤딩이 그런 경우다.

List of tallest buildings
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tallest_buildings

왜 그럴까?

답은 간단하다. 인간은 ‘가장 큰 빌딩’이라는 단일한 개체를 최상급으로 특정할 수도 있지만, 세계의 수많은 건물들을 줄세워 놓고 그 중에서 일정한 기준을 통과하는 것을 묶어서 “tallest buildings”라고 특정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최상급이 특정하는 대상은 보통 단일 개체이지만, 일정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집합(group)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기반하여 우리는 “the heaviest metals”를 생각해 볼 수도 있고,

What are the heaviest metals?
https://www.quora.com/What-are-the-heaviest-metals

the funniest jokes 라고 표할 수도 있다.

10+ Of The Funniest Two-Line Jokes Ever

10+ Of The Funniest Two-Line Jokes Ever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최상급 다음에 단수가 나와야 하는가 복수가 나와야 하는가는 ‘최상’이라는 말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한 데서 기인한 부적절한 질문이라는 점이다. 인간의 개념화 능력은 생각보다 유연하다!

결론적으로 한 반 25명 중 가장 큰 학생을 이야기할 때는 단일한 사람으로 특정될 가능성이 높기에 ‘the tallest girl”이 적절할 때가 대부분일 것이고, 이보다 훨씬 넓은 모집단(population)에서 최상을 이야기할 때는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집단을 이야기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점을 기억하면 되겠다.

아래 예문으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Using articles properly is one of the most difficult things in learning English grammar.”

#관사공부중

You have the (a*) wrong number

You have the wrong number. vs. You have a wrong number.*

“전화 잘못 거셨네요.”에 해당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은 “You have the wrong number.”이다. 이 경우 예외없이 정관사 the가 사용된다. 왜 “a”가 아니고 “the”일까?

“The”의 주요 기능이 특정(to specify)하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한다면 이 문장에서의 정관사 the도 특정하는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어? 그런데 상대가 잘못 알고 건 번호를 ‘특정’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특정되는 것이 세상의 수많은 번호 중 잘못 건 번호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만 한다.

자, 받은 사람 입장에서 전화건 사람이 누른 번호는 딱 두 가지다.

the right number
the wrong number

이 점을 고려한다면 저 상황에서 “wrong number” 앞에 항상 the가 붙을 수밖에 없음을 이해할 수 있다. 즉, 전화를 받은 사람은 “전화를 ‘잘못’ 걸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며, 이 경우 번호의 종류는 딱 두 가지 즉 “올바른 번호”와 “틀린 번호” 밖에 없는 것이다.

인지언어학의 용어를 쓰자면 화자가 말할 때 상정하는 개념적 공간(conceptual space)에는 두 가지 종류의 전화번호밖에 없는 것이며, 이중 틀린 영역을 “the wrong number”라는 언어표현으로 특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최상급 앞에 the가 붙는 이유와 “wrong number” 앞에 the가 붙는 이유는 그다지 다르지 않다. 그들은 모두 하나의 대상을 특정한다. 다만 최상급 앞 the의 경우 많은 개체들 중 극단에 위치하는 대상을 특정하고, wrong number 앞의 the는 맞는 번호들의 집합과 틀린 번호들의 집합 중에 틀린 쪽을 특정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란 이야기다.

덧. 제목의 별표 *는 문장이 문법적이지 않다는 뜻.

이는 물론 특정 컨텍스트를 전제로 한다. 즉, “A wrong number”가 무조건 안되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열 개의 숫자가 나열되어 있는데 그 중에 틀린 숫자 하나가 포함되어 있다면 “There is a wrong number in the list.”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wrong number” 앞에는 “the”라는 설명은 wrong이다!!

#관사공부중

영어 관사가 어려운 이유

관사체계가 발달하지 않은 한국어 화자에게 영어 관사가 어려운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허나 영어교육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죠. 관사는 개념적으로 상당히 복잡하여 이해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잘 풀어서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많지 않습니다. (적어도 제 경우에는 한 분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어려우면 더 쉽게 정리해서 명확히 가르쳐 주셔야 하는데, ‘어차피 안되니까’, ‘차차 공부하다 보면 실력이 늘고, 실력이 올라가면 이해가 될테니까’라며 대충 얼버무리는 것이지요. 사실 이런 자세는 될대로 되라는 식에 가깝습니다. 요즘은 분명 좀 나아진 것 같지만 제 경험상 관사 교수법은 엉망이었습니다.

재미난 건 영어에서 가장 빈번히 나오는 품사 중 하나가 관사이고, 단일어로는 the가 빈도수 1위를 늘 차지한다는 점입니다. 관사의 바다 속에서 관사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등잔 밑이 어두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죠. 학술논문 강의를 하면서 관사가 가장 어렵다는 말씀을 여러 차례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대로 배워 본 적이 없기 때문이지요.

#관사공부중
#공부안하고알수있는건없다

the very man / the tallest girl (아래 아래 글에 이어서)

정관사의 가장 큰 임무는 ‘특정하는 일(to specify)’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특정하는 역할을 하는 형용사의 경우 정관사가 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낸다.

대표적인 것으로 두 가지 예를 살펴보자. 먼저 ‘the very man’이다. 주지하듯 ‘very’는 보통 부사로 쓰이지만 형용사로 ‘바로 그’, ‘다름아닌’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바로 그 남자’를 나타내는 표현은 ‘the very man’이 되어야 한다. Very의 개념 자체에 특정의 요소가 담긴 것이다.

Very가 부사로 쓰일 때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A very clever man’이라는 표현을 보면 ‘very가 아니라 ‘clever’가 man을 수식한다. 따라서 “매우 영특한 한 사람”이라는 의미가 되므로 부정관사 “a”가 쓰이는 것이 자연스럽다. (영어 공부를 어느 정도 한 사람들에게는 하나마나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의외로 초중생 수준에서는 이런 설명도 가치가 있다.)

형용사가 자연스럽게 특정 대상을 가리키게 되는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최상급이다. 최상급은 개념상 “가장 ~한”의 뜻을 갖는다. 세상에 이것 저것 개체가 많은데 그 중에서 가장 …한 대상을 가리키는 것이다. 따라서 그 의미 자체가 뒤에 나오는 명사를 특정(콕 짚어서 말함)하게 된다. 이 앞에 정관사 the가 나와야 함을 개념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the tallest girl은 한 명이다.)

“the very 명사”나 “최상급 앞에는 the”라는 설명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좀더 깊이 들어가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의미적 특성을 설명해 주는 것이 좋다. 인지적이고 개념적인 기반을 깔아주고 언어 표현을 올리는 것과 그냥 언어표현을 암기하도록 하는 것 사이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음을 명심했으면 한다.

#관사공부중
#관사강의나만들어볼까

동일성에 대한 민감성의 차이

Posted by on Jun 27, 2018 in 단상, 수업자료 | No Comments

지하철에서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는 사람만 봐도 다른 칸으로 탈출하고 싶어지지만 시스템이 부과하는 폭력적이리만큼 엄청난 동일성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개인적 차원과 시스템적 차원에 있어 동일성에 대한 민감성은 달라도 너무 다른 것이다.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연구방법으로서의 글쓰기

“연구방법으로서의 쓰기(writing as method)”라는 말이 있다. 있어 보이려는 수사적 표현일 수도 있지만, 글쓰기를 통해 생각의 폭과 깊이를 확장하는 과정이 연구의 핵심 방법론을 이룬다는 실질적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문학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만 줄창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많은 연구자들 또한 글쓰기를 주요 일과로 삼는다. 특히 인문사회과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글쓰기를 피해갈 도리가 없다. 나처럼 연구를 띄엄띄엄 하는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문제는 이런 ‘방법으로서의 글쓰기’를 배우는 시기가 너무 늦다는 데 있다. 나 또한 글쓰기를 싫어하지 않았지만 학술적인 글쓰기는 언제나 과제와 연결된, 그래서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해치우게 되는’ 일이었다. 석사과정 후반까지 학문적인 글쓰기를 숙제와 등치시키는 우를 범했다. 결국 학위논문을 작성하면서 방법으로서의 글쓰기를 발견하게 되었고, 이후에는 하찮은 쪽글이라도 꾸준히 써내고 있다. 이제 글쓰기는 과제가 아니라 가장 선호하는 사고방식, 혹은 연구 모드(mode)가 되었다.

적어도 함께하는 학생들은 내가 범한 우를 다시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구자에게 글쓰기는 과제가 아니라 생각의 방식이고 주요한 연구 방법론이다. 이거 참 전형적인 ‘나는 바담 풍 해도 너는 바람 풍 해라’ 식의 조언이지만, 공부를 업으로 할 사람이라면 깊이 생각해 볼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김기란 선생의 지적처럼 논문은 학문적 사고의 구조를 텍스트화한 것이다. 바꿔 말하면 ‘텍스트화’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학문적 사고의 구조를 익힐 방도는 도무지 없는 것이다.

순수학문과 교육의 공통점

Posted by on Jun 25, 2018 in 강의노트, 단상, 수업자료 | No Comments
연구가 인류에게 새로운 지식을 선사하는 일이라면 교육은 자신 앞에 있는 한 사람과 함께 새로운 세계를 열어젖히는 일이다. 지식의 새로움이라는 기준에서 보면 연구가 교육을 단연 앞서겠지만,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 그 한 사람이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모른다는 점에서 교육의 임팩트가 작다고 할 수 없다.
 
흔히 생각하는 바와 반대로 소위 ‘순수학문’과 교육은 많이 닮았다. 당장 눈앞에 쥘 수 있는 건 없을지 모르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떤 열매로 우리에게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교육을 수월성의 논리로만 파악하는 일은 위험천만하며 근시안적이다.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세금을 때리다’

최근 들어서야 “관세를 매긴다”라는 뜻의 비격식 표현으로 “slap tariffs on ~”이 쓰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궁금한 것은 ‘관세를 때리다’가 이 표현의 번역일까 하는 점이다. 두 언어에 비슷한 개념화가 일어나고 있는게 흥미롭다. (참고로 slap은 ‘철썩 때리다, 때려 붙이다, 쾅 놓다’등을 뜻하고, ‘김치 싸대기’는 ‘Kimchi slap’으로 번역될 수 있다.)

https://forum.wordreference.com/threads/to-slap-tariffs.3345811/

TED 공식 Speaking Guide

TED의 책임 디렉터 Chris Anderson이 쓴 TED강연 공식 가이드입니다. 사실 특별한 내용은 없지만 “Presentation Literacy”라는 개념에 근거하여 대중강연을 구상하고 준비하는 데 있어 필요한 기본사항을 잘 정리해 놓았습니다. 평이한 영어로 되어 있어 읽기 어렵지 않구요. 책에 나오는 강연들이 플레이리스트로 정리되어 있어 강의하기에도 좋습니다.

한 해 동안 이 교재에 살을 붙여 강의를 해보았습니다. 기회가 되면 청소년들과 함께 강독을 진행하면서 각자의 관심분야에 관한 강연을 만들어 보는 수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강연 재생목록
https://www.ted.com/playlists/324/the_official_ted_talk_guide_pl

도서 공식 페이지
https://www.ted.com/read/ted-talks-the-official-ted-guide-to-public-spea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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