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학습,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가기 (1)

새로운 언어를 통해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가기. 외국어를 공부하는 여러 이유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입니다. 누군가를 만나 배우고 감동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이 바뀌듯, 새로운 언어가 열어주는 세상을 통해 내 안의 지식, 경험, 의견, 욕망, 아픔 등을 새롭게 발견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영어교육 프로그램들은 사람들을 획일화하는 경향을 지닙니다. 특정한 프로그램을 선택한 사람들은 엇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같은 주제, 같은 관점, 같은 공부 순서, 같은 학습법을 ‘강요당하는’ 상황을 맞게 됩니다. 이는 프로그램 제작자들의 의도와는 관계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같은 내용을 제시하는 데에서 오는 한계입니다.

언어학습을 위한 내용구성에 있어 원칙은 분명 존재합니다. 문법과 같이 그 내용이 잘 정의된 요소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출판사들과 영어학습 프로그램 개발자들은 이런 순서를 S&S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합니다. “Scope and Sequence”의 약자로서 어떤 범위의 내용을(scope) 어떤 순서대로(sequence) 가르칠 것인가를 정하는 가이드라인을 S&S 라고 하지요.

하지만 특정 S&S가 학습자의 성향이나 정체성과 맞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흥미없는 소재를 늘어놓은 학습교재를 자신이 즐길 수 없는 방식으로 학습해야 한다면 영어공부와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지요.

이런 경향은 평가의 영역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언젠가 한 토익 수험서를 훑어보다가 스피킹 섹션에서 다음 질문을 발견했습니다.

“최근에 옷을 언제 샀나요?”
“일년에 라이브 공연에 몇 번이나 가나요?”

수험서들은 이런 문제에 대한 전략적 대비를 강조하며 ‘모범 답안’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에 여름 인턴 인터뷰를 준비하기 위해서 정장과 셔츠를 샀다.” “라이브는 서너 번 가는데 주로 락이나 힙합 공연이다.” 등의 문장들이 한국어와 영어로 정리해 주는 것입니다.

수험생들은 으레 모범답안을 외웁니다. 외우는 게 잘못은 아닙니다. 아니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그 문장들을 자신의 상황에 맞게 고쳐 외우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냥 주어진 대로 암기하는 경우가 꽤 되지요. 그러다 보니 있지도 않은 인턴, 사지도 않은 정장, 가지도 않은 여행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갑자기 없던 여동생이나 드론이 생기기도 합니다. 관심도 없던 주제에 ‘확고한 자기 의견’이 생겨버리기도 합니다. 본의 아니게 ‘사소한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거짓말로 피해 볼 사람이 없기에 별 문제는 아니라고 넘길 수 있습니다. 채점기관이 사설 탐정을 고용해서 답안을 쓴 수험자에게 정말 여동생이 있는가, 그집 옷장 안에 최근 구입한 정장이 진짜 있는가를 추적하지도 않겠죠.

하지만 이것은 효율성의 극대화가 지상최대의 과제가 된 사회의 사소한 비극입니다. 영어, 아니 영어점수를 위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관련 없는 이야기를 자기 이야기인양 하는 풍경은 결코 멋지지 않습니다.

시험공부를 위해 문장을 암기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그 문장의 의미가 우리 삶과 어긋나는 거라면 어떨까요? 영어 일기를 쓰기 위해서는 영어표현을 배워야 합니다. 하지만 일상과 관련 없는 영어일기용 문장을 줄줄 외우고, 이를 엮어서 일기를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요? 누구도 이로 인해 큰 피해를 보지 않는다고 해서 괜찮은 걸까요?

어쩌면 이런 ‘사소한 비극’이 차곡 차곡 쌓여 공부를 갉아먹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렇지 않아도 평범한 우리의 삶을 더더욱 진부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요? 영어가 새로운 세계를 열어젖힐 수 있는 가능성이 아니라 세계를 획일화하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계속)

#삶을위한영어공부
#초안집필중

정확은 부정확의 축적입니다

외국어를 정확하게 말하기 위해 말을 아끼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여 정확성에 나름 자신이 생길 때까지 문장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기다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큰 함정이 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부정확하게 말하기’를 반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부정확에서 정확으로의 변화는 온 오프 스위치처럼 작동하지 않습니다. ‘부정확(不正確)에서 ‘부(不)’를 떼어내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지요. 정확성의 발달은 부정확함에 대한 용인, 부정확하게 느껴지더라도 말하는 용기, 나아가 부족한 자신에 대한 사랑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부정확함에 야유와 조롱를 보냅니다. ‘발음이 왜 저 모양이냐’는 눈빛이 도처에서 감지됩니다. 이는 우리 가 각자의 불완전함을 수용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이는 목소리가 들려야 할 곳에 침묵을 가져오고, ‘부정확’에 대해 과도하게 마음을 쓰도록 만듭니다. 때로는 자괴감까지 따라옵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말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 옹알이를 하고 서툰 발음으로 말소리를 내었으며 ‘엄마’를 정확히 부르는 데만도 수십 개월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모국어 체계에 길들여진 상태에서 외국어를 배우는 상황이라면 더 어려울 수밖에 없죠.

“그 사람 발음 정말 이상한데 말은 다 통하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발음이 안좋아도 통하는 영어는 없습니다. 통하는 영어라면 발음이 좋은 것이죠.

‘네이티브와 같은 정확성’이라는 족쇄를 풀고 소통하려는 자세를 가진 사람만이 좀더 정확해질 수 있습니다. 소통하는 사람만이 좀더 정확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처음부터 정확할 수 없고, 그래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기억하세요. 한걸음 더 나아가는 용기와 함께 말은 자라납니다.

#삶을위한영어공부

#초안작성중

언어경관 잡감

Posted by on Oct 17, 2018 in 단상, 말에 관하여, 수업자료, 영어 | No Comments

1. Drug-free zone

아래 표지를 보고 어떤 학생이 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 왜 여기에서는 (마)약이 공짜예요?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

2. “나무를 사랑합시다 (Keep off)”

한국어를 꽤 아는 한 미국인은 이 표지판을 보고 굉장히 재미있어 했다고. 일반적으로 표지에 두 언어가 있을 때 기본 가정은 두 표현이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인데, 이를 처참하게 깨는 표지판. (나무를 사랑합시다 vs. 가까이 오지 마)

– 원어민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표지들이 언어학습자/외국인 입장에서는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게 됨.

3. 좀 오래된 일이지만 미국 뉴욕의 Flushing에 한국어로만 된 간판이 너무 많아져서 시에서 규제를 할까 검토하려 한 적이 있었다고 함. 아래는 관련 뉴욕타임즈 기사.

Ethnic Friction Over Signs That Lack Translations

4. 한국의 교통표지, 행정 관련 안내 등을 보면 한국어, 영어 표기가 가장 많고 이 외에 중국어와 일본어 표기가 종종 발견됨. 하지만 현재 한국에 체류중인 외국인 국적 통계에 따르면 중국이 1위, 미국이 2위이고, 근소한 차이로 베트남이 3위. 이후 일본이 4위 태국이 5위라고 함. 언어경관에서 우세한 언어와 실제 표지판을 이용하는 사람들 사이에 차이가 있음.

5. 한국은 보통 외국어로서의 영어(English as a Foreign Language)를 쓴다고 함.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쓸 일은 없기 때문. 하지만 일상에서 만나는 수많은 간판, 광고, 교통표지, 안내, 상품 설명 등에서 영어의 존재는 엄청남.

언어의 풍경을 잘 들여다 보면 단순한 정보의 다양화가 아닌 사회문화적 권력이 발견됨.

#언어경관

영어 듣기 전략 훈련법 12가지

 

전략 1: 주어진 과제의 목표에 대비한다.

교수전략: 먼저 학생들에게 개념에 관한 질문들(concept questions)을 던져서 듣기에서 주어진 정보를 가지고 무엇을 해야 할지 확실하게 밝힌다. 학생들이 무작정 듣는 것이 아니라 듣기를 통해 수행해야 할 과업(task)에 대해 명확한 상을 갖도록 한다.

전략 2: 다양한 배경지식(background/encyclopedic knowledge)을 활성화하여 들을 내용을 예측(predict)한다.

교수전략: 듣기 지문의 주제 및 화자의 입장 등에 대한 토론을 유도함으로써 듣기 내용을 미리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제목, 삽화, 키워드 등을 통해 듣기 내용을 추측해 보게 한다. KWL (Know/What to Know/Learnt)를 활용한다.

전략 3: 언어적 지식을 통해 내용을 예측한다.

교수전략: 대본(transcript)의 빈칸을 채워넣는 활동(gap-fill activities)을 실시하고, 듣기 후에 학생들이 얼마나 맞았는지 확인하는 활동을 실시한다. 학습목표와 학습자의 수준에 따라 빈칸의 개수, 빈도, 빈칸으로 대체될 단어 및 숙어의 종류 등을 결정한다.

전략 4: 들으면서 잘 듣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monitor)한다.

교수전략: 듣기 중간 중간에 일정 간격으로 재생을 멈추고 학생의 이해를 점검하라. “누가 …라고 말했지?” “이번 들은 내용을 이해한 대로 말해봐.” “여기까지 주제가 뭐니?” 등의 질문을 던지라. 학생들의 대답에 대해 ‘맞다/틀리다’와 같이 단순한 피드백을 주기 보다는 그 대답이 흐름에 맞는지, 논리적인지, 답이 맞다면 앞으로 어떤 내용이 나올지 생각해 보도록 하라.

전략 5: 중요하고 필요한 부분에 집중하고 필요치 않은 부분은 대충 듣거나 흘려버린다.

교수전략: 전체의 중심 내용을 파악하는 활동과 자세한 정보를 파악해야 하는 과제를 번갈아가며 실시하라. 듣기 활동이 끝나고 가장 중요한 부분과 ‘몰라도 이해하는 데 큰 지장이 안되는 부분’을 구분해 보도록 하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토론해 보라.

전략 6: 필기를 통해 주요 정보를 확보한다.

교수전략: 다양한 그래픽 오거나이저를 활용하여 중요한 정보를 필기할 수 있도록 하라. 좋은 필기의 예를 보여주고 약어나 마인드맵 등을 활용한 필기법을 공유하라.

전략 7: 어려운 단어나 고유명사라면 대략 적는다. 철자 등의 정확성은 추후 확인한다.

교수전략: 이런 종류의 훈련을 위해서는 다양한 고유명사가 등장하는 뉴스 듣기가 제격이다. 적절한 지문 듣기 연습을 통해 친숙하지 않은 고유명사가 나와도 당황하지 않도록 훈련한다.

전략 8: 듣기의 주제를 파악하기 위해 키워드를 활용한다.

교수전략: 지문을 두 번째 들려주면서 특정 주제에 해당하는 어휘들(words belonging to a lexical set)을 들어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소셜 미디어 사용의 장단에 대한 지문이 주어졌다면, 소셜 미디어 관련 단어 및 그의 장점 및 부작용을 표현하는 단어들을 찾아서 적도록 한다.

전략 9: 자신이 이해한 바와 다른 학생들이 이해한 바를 비교한다.

교수전략: 짝에게 혹은 모둠을 만들어 듣고 이해한 바를 이야기해 본다. 특정한 표현을 들었는지를 비교할 수도 있고, 화자가 말하려는 요지에 대해 의견을 나눌 수도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정보 이해 및 해석의 차이를 알아볼 수 있다.

전략 10: 정보/이해 확인을 요청한다. (clarification)

교수전략: 학생들에게 “Could you repeat what you said about …?”와 같이 다시 한 번 이야기해 달라고 할 때 유용한 표현을 가르쳐라. 상황에 따라 이런 표현을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도하라.

전략 11: 들은 바를 다시 말로 해보거나 글로 써본다.

교수전략: Dictogloss를 적극 활용한다. 듣기 지문을 여러 번 들려주고 학생들이 모둠을 이루어 이야기를 복원(reconstruct)하도록 한다. (Dictogloss는 듣기 지문을 단어 수준까지 정확히 받아 적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받아쓰기(dictation)와 구분된다.)

전략 12: 화제가 전환되는 지점(transition point)에 주목한다.

교수전략: 접속사 및 각종 화제 전환 장치들을 소개한다. 이들 표현이 나올 때 재생을 멈추고 “자, 방금 들은 마지막 단어가 뭐였지? 그래, on the other hand! 그러면 이 다음에 무슨 내용이 나올까? 왜 그렇게 생각해?” 등의 질문을 던지라.

— 이상은 Wilson, J. J. (2008). How to Teach Listening. Pearson Education Limited. pp. 35-37의 내용을 보강하여 작성한 것입니다.

삶을 위한 영어예문

삶으로 펄떡이는 말을 돌려줘.

그따위 판에 박힌,

어디에서 베껴온 듯한,

옛 문법서에서 태어나

줄세우기 시험지에서 죽어갈 예문 말고.

 

세계로 가득한 지문을 보여줘.

벅찬 가슴으로 맞을 대화를 들려줘.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

세상에서 절대 부딪칠 일 없는 지문들 말고.

 

내가 어리다고 해서

영어가 부족하다고 해서

아무 것도 모를 거라 생각하지도 마.

 

외국어라고 해서

내신 시험이라고 해서

일부러 죽은 것들을 가르칠 필요는 없잖아.

 

삶을 읽고 듣게 해줘.

마음껏 소리치게 해줘.

기뻐하고 분노하게 해줘.

웃고 떠들고 눈물 흘릴 수 있게 해줘.

 

말이란 게 애초부터

그러라고 있는 거잖아.

 

그러니

영어로도

쿵쾅거리는 심장으로

살게 해줘.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함께 스러질 수 있게

 

감옥이 아니라 세계를,

지배자가 아니라 친구를,

껍데기가 아니라 진짜를

만나고 싶어. 노래하고 싶어.

 

#삶을위한영어공부

#초안집필중

#랩가사써보고싶다

 

삶을 위한 영어공부 – 집필방향

Posted by on Oct 15, 2018 in 단상, 삶을위한영어공부, 영어, 집필 | No Comments

<삶을 위한 영어공부>는 다음 세 가지 영역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1. 한국사회에서 가장 대중적인 영어교육 담론으로 자리잡은 Krashen의 언어학습이론을 비판적으로 읽어내기

영어교육의 수많은 당사자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인풋이 중요하다”라는 말의 뿌리가 되는 학습이론을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영어학습에 적용하기.

2. 원어민 중심주의(Native speakerism)의 비판적 해체

한국사회에서 가장 은밀하고도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는 원어민 중심주의의 해체. “원어민처럼 완벽하게”, “네이티브 되기”, “아무리 해도 안되는”과 같은 말 속에 숨어있는 원어민 우월주의 및 중심주의를 들여다보고 무너뜨리기.

3. 사교육과 공교육의 압도적인 담론에서 벗어나 자신의 영어공부의 길 찾기

‘그들의 영어교육’에서 ‘내 삶의 영어공부’로의 전환. 삶을 가꾸고 성찰과 소통을 키워가는 재미있는 영어공부로의 초대.

#삶을위한영어공부
#초안집필중

네이티브가 되는 데 필요한 시간은?

 

“몇 시간이나 공부해야 네이티브처럼 말하고 쓸 수 있나요?”

 

영작문 쉬는 시간이 끝나갈 무렵, 맨 끝자리에 앉았던 학생이 성큼성큼 걸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대뜸 이 질문을 던지더군요.

 

“좋은 질문입니다. 한두 마디로 정리하긴 힘들 것 같지만 답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네이티브처럼”이라는 말을 정의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네이티브처럼 영어를 한다는 게 무슨 뜻일까요? 사실 이걸 정의하는 게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영어의 종류가 너무 많습니다. 세상에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나라가 한두 개가 아니거든요. 하지만 이것까지 생각하고 질문하신 건 아닌 것 같으니 일단 넘어가도록 하죠.

 

우리나라에서 네이티브처럼 영어를 한다고 하면 보통 미국이나 영국영어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먼저 생각하는 게 발음이죠.

 

그들처럼 발음을 하려고 한다면 아주 어려서부터 영어를 배워야 할 겁니다. 초등학교에 가기 전에 배우는 것이 좋겠고, 아무리 늦어도 사춘기 이전에 배워야 하죠. 하지만 발음을 너무 크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발음이 중요하긴 하지만 언어를 이루는 여러 구성요소 중 하나일 뿐이고, 중요한 것은 원어민같은 발음을 갖는 게 아니라 자기 발음을 통해 효율적이며 의미있는 소통을 할 수 있는가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완벽한 원어민 발음’이라는 말에 숨어있는 편견을 간파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완벽한’은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요. 하나는 가치 판단이 들어가지 않은, 정도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네이티브의 발음과 같다(same)”는 뜻을 담고 있지요. 하지만 잘 들여다 보면 ‘완벽’에는 우월함(superiority)의 가치 또한 담고 있습니다. 원어민의 발음은 완벽하고 나의 발음은 완벽하지 않다는 의미가 숨어 있는 것입니다. 한국사회에서는 후자의 의미가 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왜 이 세상의 수많은 발음을 완벽한 발음과 모자란 발음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누어야 할까요? 아직까지 저는 그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쓰기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이 수업이 영작문 수업이니 말이죠. 네이티브처럼 작문을 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우선 철자나 문법적인 오류를 덜 범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왜 ‘덜 범하는 것’이라고 했을까요? 원어민들도 종종 문법적인 오류를 범하기 때문입니다. 언어를 배우면서 오류를 줄여가려는 노력은 중요하고, 이는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꾸준히 해야 한다는 뜻이죠.

 

하지만 일률적으로 “몇 시간을 노력하면 완벽한 문장을 쓸 수 있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일정한 수준이 넘어가면 영어를 공부해 온 누적시간 보다는 하나의 글에 대한 퇴고가 글의 질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사실 수십 년 모국어로 글을 써온 작가들조차 글을 다듬고 또 다듬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요. 여러분들이 오류가 많은 글을 쓰게 되는 건 영어공부의 세월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고쳐쓰기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일 공산이 크다는 말입니다.

 

한편 ‘완벽한 문장 쓰기’의 오류에 빠져서는 안됩니다. 문법적으로 오류가 없는 문장을 생산해 내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 의견을 입체적이면서도 엄밀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흠없는 문장이라는 신기루를 좇기 보다는 하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무엇인지, 쓰여질 가치가 있는 내용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죠.

 

여기에서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응용언어학을 공부하고 영어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멋진 글을 쓴다고는 할 수 없지만 관련된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기도 하고, 해당 학문분야의 논문을 영어로 쓰기도 합니다. 미국인이나 영국인 중 이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요? 아마 극소수일 겁니다. 영어교육이나 응용언어학을 전공해야만 하는 일이니까요. 그렇다면 저는 그들보다 영어를 잘한다고 할 수 있나요? 비원어민인 제가 원어민들보다 낫다고 할 수 있나요?

 

생각하면 할수록 저와 원어민을 비교하는 게 별 의미가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저는 제 삶에서 중요한 일들을 영어로 할 수 있을만큼 훈련을 받았고, 그럭저럭 해내고 있습니다. 그것으로 족합니다. 여러분들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분야를 열심히 공부하시고 그걸 하시면 됩니다. 굳이 원어민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깁니다.

 

그래도 비교를 꼭 하셔야겠다면 이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여러분들이 많은 원어민들보다 낫습니다. 적어도 미국의 경우 외국어를 하나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많거든요. 그들은 우리보다 영어를 잘하는 게 아니라 영어밖에 못하는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데에다가 영어를 ‘더’ 하는 것이죠. 그들은 하나를 하는데 여러분들은 둘을 하는 겁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더 낫다고 할 수 있지요.

 

세상 모든 사람을 줄세우고 영어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을 나눌 필요가 없습니다. 영어를 잘하는 모양새는 여러 가지입니다. 여러분들이 살아가길 원하는 삶에서 어떤 영어가 필요한지 생각해 보십시오. 그 길에 정진하십시오. 그러다 보면 여러분들은 자신의 영어를 하게 될 겁니다. 그걸로 족하지요. 네이티브처럼 영어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여러분 자신으로서, 여러분의 삶의 영어를 구사할 방법을 강구하십시오.”

 

#삶을위한영어공부

#초안집필중

 

Dr. Hall in Seoul

Posted by on Oct 14, 2018 in 단상, 영어, 일상 | No Comments

Dr. Hall visited Seoul, South Korea and gave a plenary talk on the transdisciplinary framework for SLA in a multilingual world at the ALAK (Applied Linguistics Association of Korea) conference. Although I read the article by the Douglas Fir Group, the talk, with her articulate and persuasive voice and relevant examples, further challenged me to think deeper, act concrete, and become an agent of change as a teacher, however small it may be. It reminded me of those ‘good old days’: I fell instantly nostalgic for the vibrant, inspiring academic conversations on campus with so many bright minds.

A PSU reunion followed her talk. Our conversation flowed a long way, covering our then-to-now lives, international relations, US and Korean politics, her years as president of AAAL, the joy and sorrow of scholarly writing, and, of course, our dear memories in State College and beloved APLNG friends. Even though I took her language socialization class ten years ago, it felt like a blink of an eye. Time flies, we stay apart, but the karma is always there, interweaving us in a mysteriously wonderful way.

I got her autograph on her recent book, “Essentials of SLA for L2 Teachers.” I rarely ask authors to sign their books, but I felt I had to do this this time. It has already been ten years; I do not know when I can see her in person again. So I wished to cherish the shining moment for a long time.

Now it’s time to wrap up this week and prepare for this week’s classes. It was a great weekend. I feel a little bit more hopeful, even in the turmoils of this unfathomable world. Thank you Dr. Hall, and I hope you have a safe trip back.

언어교육을 공부하는 이유: 에필로그를 대신하며

언어교육을 공부하는 이유: 에필로그를 대신하며

짧지 않은 시간 영어교육과 응용언어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리 대단할 것은 없지만 제 삶의 큰 부분을 이룬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언어학습의 메커니즘을 밝혀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쉽게 외국어를 배우고 즐길 수 있게 하는 일. 언어와 사고, 나아가 사회의 관계를 정확히 그려내는 일. 인지언어학, 심리언어학,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언어교육 등의 여러 응용 분야들을 꿰어 가치있는 지식을 만들어 내는 작업. 이들 하나하나가 큰 의미를 지닙니다. 하지만 영어의 힘이 막강한 한국사회에서 영어교육을 공부하고 가르치며 또 다른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저는 영어교육 관련 연구를 비롯한 언어교육학의 목표 중 하나가 언어와 소통에 대한 새로운 미학의 창조라고 믿습니다. “새로운 미학의 창조”라 함은 ‘멋진 발음’, ‘네이티브 영어’, ‘유창한 언어’ 등에 관해 의심을 품고 우리가 아름답다 여기는 언어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일입니다. 이를 통해 외국어를 통한 소통을 이해함에 있어 새로운 차원의 아름다움을 상상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 제가 생각하는 “새로운 미학”에 대해 조금 더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솔직히 알아듣기 쉽게 영어를 구사하면 좋습니다. ‘표준어’를 시원시원하게 하는 사람이 편합니다. 싱가포르 영어보다는 이른바 ‘본토영어’에 집중이 더 잘 됩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소위 ‘표준’ 한국어 발음을 통해 모국어를 습득했고, 미국영어를 기준으로 영어를 공부해 왔기에 자연스럽게 ‘표준어’와 ‘표준영어’의 억양과 발음이 스며들었습니다. 제 몸에 새겨진 언어습득과 학습의 역사를 하루 아침에 제거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제 몸이, 혀와 귀가 이미 거기에 깊이 길들여져 그런 언어들을 ‘덜 피곤하다’고 느끼게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누구도 ‘비표준’의 ‘이상한’ 발음을 일부러 구사하지 않으며, 자신에게 불리할 게 뻔한 비원어민 문법을 고집하진 않습니다. 인간의 발음이나 문법능력 자체에 우열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인생을 한 줄로 세울 수 없듯 말입니다. 다만 그 언어를 우상화하거나 멸시하거나 소외시키는 우리의 마음에 이 시대의 명암이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영어를 할 때 ‘김치 발음’이 나는 것은 뼛속까지 한국인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틀린 발음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제 삶의 역사와 정체성이 영어발음이라는 매개로 표현되는 것일 뿐입니다. 저는 제 영어 발음이 자랑스럽지도 부끄럽지도 않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뿐이지요. 그것은 저의 한계이지만 가능성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제가 갖고 있는 발음은 배우는 주체로서 저 자신의 역사입니다. 따라서 발음으로 저를 판단하시려 하는 분은 제 생애사 전체를 판단하고 계신 겁니다. 그럴 수 있는 권리가 있는 분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돌아보면 제 발음이 막 좋았던 적은 없습니다. 종종 마음에 들지 않았죠.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저의 혀를 통해 사람들과, 또 세계와 소통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제 억양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게 쉽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여러분께 이 우주상에 하나밖에 없는 발음으로 이야기를 건네고 있습니다. 놀랍지 않나요? 제 발음이 몇몇 분들께는 ‘외국의/낯선 발음’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너무나도 친숙합니다. 그렇습니다. 제 발음은 바로 저 자신입니다.

한국어의 영향을 받은 영어발음과 문법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자신이 영어를 배워온 역사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나를 키워낸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습득하게 된 내 모국어의 체계와, 그 모국어 발음에 최적화된 제 혀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사정없이 폄하하는 것입니다. 이는 결국 말과 함께 살아온 제 삶의 총체를 부정하는 일에 다름 아닌 것입니다.

또한 아무리 발음이 ‘이상한’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진심으로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있고, ‘절대 못 알아들을’ 것 같은 악센트에도 의미를 만들어내기 위한 몸부림이 숨어 있습니다. 유창한 발음으로 텅빈 과장의 말을 하기도 하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뻔뻔함과 무례함을 전달하기도 합니다. 언어의 겉과 속이 불일치하는 경우를 너무 자주 봅니다.

이런 생각에 터해 외국어를 통한 소통에서 새로운 미감의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발음이 안좋아서 영어를 못알아 들을 때 ‘얘 발음이 왜이래’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아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텐데, 대화가 길어질 것 같긴 하지만 이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며 차근 차근 대화를 이끌어가려는 노력이 아름답습니다.

특정 외국어를 하나도 몰라서 손짓 발짓을 통해 의사소통하려는 사람 앞에서, ‘아 이 사람이 이렇게까지 해서 전달하려는 의미는 무엇일까? 내가 어떻게 하면 상대의 의미가 좀더 명확해질까?’라고 궁리하는 태도가 아름답습니다.

‘빠다발음’과 백인 앵커 목소리에 쉽사리 아름다움을 부여하지 않고, 의미를 창조하고 전달하는 지난한 과정에 감동하는 마음이 아름답습니다.

사투리를, 싱가포르와 아일랜드와 동남아와 한국의 영어를 ‘비표준’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다양성과 개성을 전달할 수 있는 문화적 자산으로 파악할 수 있는 힘이 아름답습니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외국어를 쉽게 폄하하거나 이상하다고 판단하지 않으며, 날로 성장하는 타인의 언어를 응원하며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 아름답습니다.

이 책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특권의 부여과 구별짓기의 도구로서의 영어를 넘어 삶을 풍성케 하는 가능성의 언어로서의 영어를 키워가는 일입니다. 사람들을 쉬이 줄세워 사회적 자본을 불균등하게 분배하는 영어의 힘에 저항하는 일입니다.

이를 통해 영어를 “절대 도달할 수 없는 그들의 언어”가 아니라 “성찰과 소통, 연대를 위한 우리 삶의 언어”로 바꾸어 나갔으면 합니다. 우리가 가진 아름다움의 감각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일상에 뿌리박은 단단하고도 재미난 영어학습의 방법을 나누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다른 삶과 세계를 상상하는 힘이 되는 영어가, 우리 모두를 성장시키는 영어교육의 문화가 숨쉬는 사회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학교에서, 동네에서, 도서관에서, 스터디 모임에서, 그리고 어둔 밤 홀로 공부하는 여러분들의 컴퓨터와 노트 속에서 삶을 위한 영어공부를 실천하는 재미난 실험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저 또한 계속 공부하고 궁리하며 나누겠습니다.

삶을위한 영어공부,
이제 시작입니다.

#삶을위한영어공부
#초안작성중

재미난 회문(palindrome) 몇 개

“다시합창합시다”와 같이 어느 방향으로 읽어도 철자가 동일한 회문(palindrome) 몇 개를 모아보았습니다.
 
Baby Bab
Borrow or rob?
never odd or even
A man. A plan. A canal. Panama
Do geese see God?
was it a car or a cat i saw
Ah, Satan sees Natasha.
nurses run
Goddamn mad dog!
Did I cite Operas Are Poetic? I did.
Drawer’s reward.
Eva, can I stab bats in a cave?
Evil olive
I did, did I?
Lion oil.
Lived on Decaf; faced no Devil.
Ma is a nun, as I am.
Maps, DNA, and spam.
No lemon, no melon.
No, it is open on one position.
Now I won.
Race fast, safe car!
Rise to vote sir.
rotator
Stack cats.
Stressed desserts
Top spot.
We sew.
Won’t lovers revolt now?
Yo, banana 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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