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영어교육학 강의 (3) – 주어의 재발견

구조에 대한 설명에서 의미를 이끌어내는 활동으로

먼저 다음 두 시나리오를 봅시다.

시나리오 1

교사: “자 여기, 문장 제일 앞에 나오는 이걸 뭐라고 하죠?”
학생: “명사요.”
교사: “그건 품사구요. 문장에서 하는 역할이 뭐예요? 5형식 배운 사람은 알텐데…”
학생: “주어요!”
교사: “맞아요. 주어. 그럼 이 자리에 나올 수 있는 거 뭐뭐 있지?”
학생: “명사요.”
교사: “좋아요. 명사. A cat 같은 거. 그리고 또?”
학생: “……”
교사: “명사를 대신하는 거, 뭐 있지?”
학생: “대… 명사?”
교사: “그렇죠. 명사를 대신하니까 대명사. ‘대’가 대신한다는 뜻이예요. It, she, he 이런 것들이 대표적이죠. I도 있구요. 명사, 대명사. 그리고 또?”
학생: “……..”
교사: “명사나 대명사 말고 동명사나 To 부정사도 올 수 있죠. 오케이? 자주는 아니지만 That 절도 올 수 있어요. 여기에서 That은 명사절을 이끄는 거죠. 그럼 예문을 몇 개 더 살펴볼게요.”

시나리오 2

교사: “자 문장은 크게 두 부분으로 볼 수 있어요.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랑, 그 주제에 대한 설명. 앞의 것을 subject라고 하고 뒤의 것은 predicate라고 해요. 근데 이런 용어는 몰라도 돼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거지. 자자 다시. 문장은 뭘로 이뤄진다?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랑 그것에 대한 설명. 따라해 봐요. 주제와 설명.“
성우: “주제와 설명.“
교사: “오케이 좋아요. 그럼 성우는 뭐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 싶어요?“
성우: “음… 영화요.“
교사: “영화요? 그럼 이렇게 시작하면 되겠네요. “The movie” 따라해 보세요. “The movie”.
성우: “The movie”.
교사: “영화가 어쨌어요?“
성우: “지루했어요.“
교사: “지루했다… 그럼 지루했다를 표현하는 단어를 찾아봐야겠네요.“
성우: “어떻게 찾죠?“
교사: “음 쉬워요. 한영사전을 찾으면 되죠.
성우: “(사전을 찾는다) Boring?“
교사: “맞아요. 근데 예문을 잘 봐요. 거기 boring만 있어요?“
성우: “아니오. 앞에 is가 있네요.”
교사: “그렇죠? 그러니까 boring은 혼자 못쓰이고 is 같은 애들이랑 같이 쓰여요. ‘is boring’ 이렇게. 좀 재미있게 표현하려면 The movie made me yawn. 그러니까 영화는 나를 하품하게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쓸 수도 있겠죠?”
성우: “네.”

…(중략)…

교사: “그럼 영화 말고 다른 거 이야기해 보고 싶은 거 없어요?”
성우: “친구 충식이요.”
교사: “오케이. 그럼 “friend”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My friend 충식 이런식으로 쓰면 되겠네요.”
…(중략)…
교사: “근데 영화나 중식이, 컴퓨터나 비디오 게임 이런 거 말고 다른 이야기도 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음… 뭐 좋아해요?”
성우: “사진찍는 거요.”
교사: “오 좋아요. 사진찍는 거. 그렇게 뭔가 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할 수가 있어요. Taking photos 같이 표현하면 되죠. 사진찍는 거 어때요?”
성우: “재미있어요.”
교사: “그럼 Taking photos is fun. 이런 식으로 하면 되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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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시나리오에서 ‘주어’를 설명하는 방식은 사뭇 다릅니다.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 주어는 구조적 관점에서 설명되고, 그 예 또한 명사, 대명사, That-절 등의 문법용어(grammatical terms) 혹은 상위언어 용어(metalinguistic terms; 언어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쓰는 언어)입니다.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 주어는 문법용어로 전달되기 보다는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가’라는 의미 범주로 제시됩니다. 이에 따라 학생은 자기가 이야기하고 싶은 소재를 이야기하고 (저는 이걸 ‘던지고’라고 종종 표현합니다) 교사는 이에 대한 설명을 이끌어 냅니다. 사실 이것이 본래의 “subject”/”predicate” 짝에 근접한 설명일 수 있습니다. 문장이 사실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를 던지고, 이에 대해 설명을 하는 두 가지 파트로 이루어지는 거죠.

요약하면 “문장 = 말하고 싶은 주제를 던지는 부분 + 그에 대해서 설명하는 부분” 정도 되겠습니다. 우리말로 하면 주부와 술부 정도 될 듯하네요. 그런데 ‘주부’나 ‘술부’ 같은 용어도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꽤 많더군요.

결국 시나리오 2에서는 시나리오 1에서와 같이 상위언어에서 상위언어로 이어지는 구조적 접근이 아니라, 말하고 싶어하는 소재를 이끌어내고 이에 대해 설명을 함께 만들어 가는 의미적 접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문법용어가 완벽히 자리를 잡은 성인이라면 첫 번째 접근이 꼭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 이 사회는 너무나 많은 문법교육을 요구하죠. 거시적으로 보면 교실에서의 교사-학생간 소통 규약(여기에서는 문법용어를 지칭)을 확립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천문학적 규모의 비용이 투입되고 있는 것입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문법용어 및 시험 때문에 영어를 포기하게 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꼭 필요한 비용인지 의문이 듭니다.

이런 면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은 상황에 따라 문법용어와 형식적 측면을 배제하고 최대한 의미만으로 문법구조를 풀 수 있는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연령이 낮은 학생을 가르친다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이죠.

하지만 여전히 저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습속(habitus)에 뿌리를 둔 문법 설명은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조금씩 변해가는 중에서도 오로지 문법으로만 영어를 배운 이전세대의 교육방식이 끈질기게 살아남아 자신의 세력을 지켜내고 있다고나 할까요?

제가 감사하죠 vs. Thank YOU

‘감사합니다’는 대개 ‘Thank you’로 번역되는데, 상대에게 감사를 돌릴 때 두 언어의 패턴 차이가 흥미롭다.

한국어
A: 감사합니다.
B: 제가 감사하죠. (‘제가’에 강세. 생략되었던 주어 등장.)

영어
A: Thank you.
B: Thank you. (‘you’에 강세. 비격식체에서는 주로 Thank YOU. 표기. 있던 목적어를 강하게 발음.)

한국어 ‘감사하다’는 타동사로 쓰이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자동사로 쓰이고, 다른 꾸밈말을 동반하지 않는다. “감사합니다” 단독으로 쓰일 경우가 가장 많은 것이다. 전통 문법으로 보면 ‘감사합니다’는 주어가 생략된 형태다.

이에 비해 영단어 thank는 타동사로 목적어를 취한다. “Thank you”가 가장 빈번히 쓰이지만 “Thank her”, “Thank him” 등이 가능하다. “Thank you”에서는 한국어 문장과 마찬가지로 주어가 생략되었지만 구조의 제약으로 목적어를 생략하진 못한다. (물론 him이나 her를 취할 경우 I가 등장하게 되므로 구조적 특성이 완전히 같다고 말할 수는 없다. 본 논의에서 중심은 아니므로 패스.)

일반적으로 한국어는 주어 생략이 잦다 하고 영어는 그렇지 않다고 하는데 상대에게 감사를 돌릴 때엔 이런 일반론이 살짝 뒤집히는 게 재미있다.

덧. 실험해 보진 않았지만 “Thank YOU.” 해야 할 상황에서 주어 I를 강조하며 “I thank you.”라고 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하다.^^

네이티브에게 외국어 배우기

그러나 외국어 교육에 전문성이 없는 (맥락 이해를 위해 역자 삽입) 원어민(native speaker)에게만 배우는 것은 에베레스트산에 오르는 데 산 꼭대기에서 태어나 밑을 향해 소리치며 방향을 지시하는 사람에게 안내를 받는 일과 같습니다. 발음은 정확할 지 몰라도 당장 흔들거리는 보울더(비바람에 깎여 둥근 모양이 된 바위)에서나 위험천만한 빙하의 균열 지점에서 확고한 발판을 찾는 데 도움을 주진 못합니다. 여러분들께 필요한 것은 말하자면 언어학습을 돕는 셰르파입니다. 고군분투했지만 결국 해당 언어의 고지에 오른 비원어민 화자(nonnative speaker) 말입니다.

“But learning from a native speaker alone is like being guided up Mt. Everest by someone who was born at the top of the mountain and is shouting directions down from above. The sounds may be pronounced correctly, but that won’t help you find firm footing among the loose boulders and treacherous crevasses. What you need is a language Sherpa, if you will: a nonnative speaker who struggled with the language and who conquered it.” (p. 89)

Richard M. Roberts and Roger J. Kreuz. (2015). Becoming Fluent: How Cognitive Science Can Help Adults Learn a Foreign Language. Cambridge, Massachusetts: The MIT Press.

동영상의 밀도

Posted by on Aug 11, 2017 in 단상, 링크, 삶을위한영어공부, 영어 | No Comments

트렌드에 관심도 없고 따라갈 능력도 안되지만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감은 잡아야 할 듯하여 가끔 ‘영어 학습법’ 동영상을 찾아본다. 대개 정보의 밀도가 낮고 주변적인 이야기가 많다. 아는 내용이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으나 한두 문장으로 요약 가능한 이야기를 5분 10분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미디어에 대한 나의 오해일 수 있다. 동영상의 정보밀도는 낮추고, 신변잡기+경험+유머+슬쩍호통치기를 적당히 갈아넣어 매력적인 진행자를 통해 전달하는 방식이 최고의 성공전략일지도 모르니까.

얼마 전에는 동영상 강의를 보는데 추천 영상 중 하나가 <미국 교포 vs 영국 교포, 누가 더 영어를 잘할까?>라는 제목을 달고 있더라. 이런 제목에 끌리는 사람과 행여나 손이 미끄러져 클릭하게 될까 조마조마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는 당연히…

한국에서 웹이 시작되던 시기부터 웹상의 교육에 대해 고민해 왔지만 미디어에 대한 태도와 미감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 듯하다. 영상을 정보습득의 제1매체로 쓰는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상이라는 ‘외국어’에 좀더 깊이 빠져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덧: 물론 모든 영상이 ‘듬성듬성’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애정해 마지 않는 Vsauce 같은 채널을 보라. 문자매체 못지 않은 정보밀도를 자랑한다. 스크립트가 웬만한 책 원고보다 낫다.

https://www.youtube.com/user/Vsauce

영어 표현 메모 몇 개

1. read와 read into

read가 보통 ‘읽다’의 의미라면 read A into B는 “B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의미, 느낌 등을 ‘읽어내다'”라는 뜻으로 종종 쓰인다. 특히 “read too much into something”의 형태로 자주 쓰인다.

“The boy is reading too much into her words.” (소년은 그녀의 말에서 너무 많은 것들을 읽어내고 있었다.)

사실 대부분의 reading은 ‘read into’의 요소를 갖고 있다. 하지만 너무 심하면 ‘지멋대로 독해’가 되어버린다. 그런 경우를 ‘read too much into something’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2. meet과 meet with

meet은 ‘만나다’라는 뜻으로 널리 쓰인다. 이에 비해서 ‘meet with’는 조금 더 형식을 갖춘 느낌으로 일과 관련해서 더 자주 쓰이는 편이다. 일반화하긴 힘들지만 영국영어보다는 미국영어에서 meet with가 자주 발견되는 듯하다.

(중학교 때 meet을 철저히 타동사로만 배웠던 기억이 나서 meet with를 매일같이 쓰는 동료들을 보며 살짝 배신감이 들었다.)

3. on one occasion

한국어의 ‘한번은’에 잘 대응하는 표현이다. 뒤에 나오는 이야기가 흥미롭고 주목할만한 것임을 슬쩍 보여준달까.

4. onto

onto의 의미는 ‘into’와 ‘on’이 적절하게 버무려진 것으로 보면 된다. 어떤 위치로 ‘진입’하는 것과, 진입된 위치가 뒤에 나오는 명사와 접촉하고 있음을 동시에 표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onto the stage”는 (1) 무대 밖에서 안으로의 진입(into)과 (2) 진입한 위치가 무대에 닿아 있음(on)을 동시에 나타낸다.

5. in the nick of time / just in time

Just in time과 in the nick of time은 거의 비슷한 의미다. ‘사고가 터지거나 당황스런 일이 일어나기 직전에’ 정도의 뜻으로 보면 된다. 다만 이 둘이 쓰이는 맥락이 조금 다른데 just in time은 두루 두루 쓰이는 데 반해 in the nick of time은 스토리텔링에서 주로 사용된다.

6. Dead on time

영국 영어에서 “dead on time”은 ‘딱 맞추어서”의 의미다. “Dead”가 ‘죽은’의 의미가 아니라 ‘바로(right)’의 뜻으로 쓰인 것. 그래서 사람들이 장난스럽게 이런 문장을 해석해 보라 하기도 한다.

“The man arrived dead on time.”

물론 문맥에 따라 죽어서 도착한 것일 수도 있지만, 딱 맞춰서 도착했다는 뜻일 가능성이 높다.

나의 영어공부 이야기 (1)

<초등(아니 국…)학교 시기>

언제였나, 영어공부를 시작한 게… 아마 ABC쏭을 따라 부르기 시작한 건 5학년 말쯤이 아니었을까? 그 전에는 영어라는 말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 널리 쓰이는 건 몰랐고 그냥 미국말인 줄 알았다. Thank you. Hi! 정도를 따라 했던 것 같다.

세상에 영어공부를 위한 책이 존재한다는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 것은 6학년 여름 방학. 같이 살던 외삼촌으로부터 단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책 제목은 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알파벳과 주제별 단어 위주로 구성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ABCD가 나왔었고, 대문자와 소문자가 나왔었던 것 같다. 글자를 따라 쓰는 연습도 있었던 것 같고.

본문은 주로 단어 위주였다. 1-12월의 이름을 그림-철자로 배우고, 계절의 이름도 배웠다. 비온다, 춥다 등의 ‘날씨를 나타내는 형용사’들이 기억나고, 유명한 지역의 지명을 영어로 읽어보았던 것도 같다. 뉴욕 뭐 이런 거?

돌아보면 이 시기 공부가 썩 만족스럽진 않다.

외삼촌은 친절하게 가르쳐 주셨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렇게 발음이 좋지는 않았다. ^^;;

===

그 때의 학습을 지금의 영어교육과 비교해 보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사실 가장 큰 차이점은 “소리”가 없이 영어를 대했다는 것이다.
소리가 있었다면 외삼촌의 발음을 따라 했다는 것! 순식간에 그 발음에 익숙해져버렸다. 음하하…

사실 아동의 언어학습에 있어 자연스런 음성없이 언어를 처음 접한다는 건 위험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렇게 한참을 공부했다. 중학교에서도 선생님이 진도에 맞추어 들려주시는 교과서 본문과 다이얼로그 외에는 영어 말소리를 들을 기회가 없었다. 듣기평가도 활성화 되지 않았던 시절 아닌가.

중학교 초반까지 한 주에 한 번 외삼촌으로부터 ‘사교육’을 받았지만, 영어 소리는 너무나 낯선 것이었고, 나는 영어가 그렇게 재미있는 과목이라고 생각지 못했다. 즉, 영어를 암기과목으로 공부하고 있었고 단어-뜻 짝을 암기하는 식으로 공부 패턴을 잡아가고 있었다.

여기에서 영어공부의 첫걸음이 어그러진 것일까?
하지만 정말 다행히도, 영어를 싫어하진 않았다.
암기는 나름 잘 했기 때문인가 보다.
혹은 삼촌이 조금 무서웠거나~

<중학교 시기>

I.
중학교 때 영어의 끈을 놓지 않은 것은 오로지 성적 때문이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암기과목으로 생각하고 공부해왔던 습관은 여전했다.

듣기평가는 아주 형식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듣기를 평가한다기 보다는 교과서의 본문을 제대로 암기했는지 평가하는 식이었다.

즉, 영어 소리 자체에 대해 익숙해지지 않더라도, 교과서 본문의 내용을 충실하게 암기하면 풀 수 있는 듣기 문제들이 많았다.

듣기 문제의 탈을 쓴 본문 암기 문제라고나 할까…

발음에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사실 영어는 ‘말’을 하기 위해 배우는 것인데, 교실에서 말하기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당시 선생님들의 수업을 옮겨 보면 대략 이렇게 된다.
(거의 모든 분들의 패턴이 똑같았다.)

1. 오늘의 단어 – 오늘 배울 단어를 선생님이 읽어주고 반 전체가 따라한다. 보통 한 단어를 2번 정도 따라 읽고 뜻을 배우는 식. 아주 가끔 선생님이 학생을 일으켜 발음을 하게 하고, 그 발음이 적절치 않은 경우 형식적인 교정을 해주셨다. (야 너 그거 쥐프트 아니고 기프트야.)

2. 오늘 배울 내용 들어보기 – 처음의 Listening 부분은 한 번에 다 듣고, 본문 부분은 여러 번에 걸쳐 나누어 듣는다. 예습을 해 온 경우에는 듣기가 아니라 교과서 내용 확인이 되어버리기도 하였다. 보통 1번 정도 듣게 된다.

3. 교과서 해석하기 – 교과서 문장들을 하나씩 해석하는 과정이다. 필요한 경우 선생님께서 처음에 나온 “오늘의 단어”들을 상기시켜 주신다. 이때 교과서 가장자리는 필기로 빼곡해진다.

4. 문법 설명 – 교과서 해석에 필요한 설명을 해주신다. 해석 시 중간 중간에 문법이 나오기도 하고, 그 과의 중심 문법 사항을 따로 설명해 주시기도 하신다.

5. 다시 듣기 – 일단 한 번 해석이 끝나면 다시 테이프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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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위의 순서에 따라서 공부를 하였다.

교과서에 Further Study라는 심화학습 부분에서는 주요 구문과 문법 및 발음을 다루었다. 요즘에야 발음 문제가 시험에 거의 출제되지 않지만, 당시에는 발음 문제는 반드시 시험에 출제되었던 기억이 난다. 또한 문법 문제의 비중이 꽤 되어서, 교과서 본문 독해 시간에도 문법 설명을 꽤 길게 들었던 적이 종종 있었다.

Dialogue를 배울 때는 두 사람을 일으켜서 Role Play를 시키시기도 했다. 사실 말이 Role Play지, 역할을 맡아 책을 읽는 수준이다. 사실 그 ‘읽는 수준’도 안되는 학생들이 수두룩했기 때문에 Role Play는 많은 경우 다시 ‘따라 읽기’로 자연스럽게 바뀐다.

교과서 말미의 연습문제는 그냥 숙제로 내준다. 다음 날 검사를 하셔서 안해 온 아이들은 손바닥을 자로 맞았던 기억…

본문 뒤의 Comprehension Check-up은 “너희들이 해봐”라는 말과 함께 그냥 넘어간다.

지금 돌아보면 완벽한 문법번역식 수업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 의미있는 의사소통이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불가능했다. 모든 학생들이 영어의 초보였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것은 그 당시 수업 시간이 위에서 묘사한 방식으로 1년 내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영어가 원래도 어려운 과목인데 저렇게 가르치니 재미가 더 없어졌다.

“그래도 다른 과목에 비해 잘 하는 과목 영어.”

그거 하나 붙잡고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잘하는 과목이니 계속 잘해야만 한다는 이상한 의무감이랄까… 그래서 사실 중학교 3학년 때까지는 영어 성적이 참 좋았었다.

그러나 나의 시련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II.

중학 때 영어교재는 교과서 + 두 권의 문법서였다.
그 유명한 성문 기초영문법과 성문 기본영어.
당시의 영어교육에서 빠질 수 없는 두 권의 명저(?!).

사실 주변에 영어를 제대로 공부하는 형 누나만 있었어도 나는 이 두권에 목을 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두 권의 책은 반드시 봐야 해. 그것도 달달 외울 정도로.”
라고 말했다. (비극의 시작~)

중간에 아버지가 안현필씨의 책을 두어권 사오셨다. 당시에는 성문에 대적할만한 세력이 없었고, 안현필씨의 시리즈 몇 권이 마니아층 사이에서 영어의 비법으로 통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안현필 시리즈를 본다는 것은 왠지 이단으로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독서실에 가면 누구 책꽂이에나 있는 성문 시리즈를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부터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까지 성문 기초영문법을 5번 정도 독파했던 것 같다. 그리고 고등학교 들어가기 바로 전 겨울방학 때 성문 기본영어를 반쯤 대충 봤고.

문제는 그거였다.

그렇게 공부해도 학교 성적은 잘 나왔고, 영어로 Communication할 필요도 없었고, 그러니 영어 듣기나 말하기를 늘려야겠다는 의지도 없었던 것이다. 문제집의 문제들은 독해 아니면 문법이라서 그럭 저럭 맞출 수 있었다.

그 달콤함이 고등학교 때의 쓰라림이 되었다.

흐흑….

III.

중학교 때의 영어공부 방법을 기억하면서 후회되는 점도 많지만 나름대로 스스로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도 있다.

여러 가지 면이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영어라는 과목을 ‘꾸준히’ 공부했다는 것이다. 특히 중학교 3학년 때는 하루에 1-2시간씩 거의 1년을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성문 기초영문법을 마지막으로 보고, 성문 기본영문법에 있는 문법과 독해를 꼼꼼하게 공부했다. 맨 뒤에 있는 구문 모음들도 꾸준하게 보아서 영어의 대표적인 패턴에 익숙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영어 자체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되고,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쌓게 된 시기였던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가 외고 입시 원서 마감 며칠 전에 “외국어 고등학교라는 곳에 가볼래?”라고 했을 때에도 영어가 그렇게 걱정되지 않았다. (그런데 시험은 무지 어려웠다. ㅎㅎ) 결과적으로는 외국어 고등학교 준비를 하지 않고도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OO년도 더 된 일이다.

중학교 시절 영어공부를 요약하면…

1. 쓸데없이 문법에 너무 치중했다.
2. 듣기는 아주 아주 기초적인 것에 머물렀다.
3. 말하기는 아예 생각도 못했다. 이점은 매우 후회된다.
4. 읽기의 input은 꽤 되었으나 나머지 영역에서의 언어 input은 거의 없었다.
5. 영어를 거의 매일 공부하는 습관을 길렀다. 결과적으로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이 점은 가장 큰 소득이었다.

나름대로 영어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되었으나, 외고에 진학해서는 그야말로 강력한 문화적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다른 과목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우물안 개구리식의 영어공부가 한계에 다다르게 되었던 것이다.

(고교편은 다음 시간에 ^^)

be about to에 대한 메모 둘

Posted by on Jun 11, 2017 in 수업자료, 영어 | No Comments

 

1. be to와 함께 가르치면 좋다. be to에는 ‘~할 예정이다’라는 뜻이 있다. to V 앞에 ‘대략, 근처에’라는 뜻의 about이 붙었으므로 “이제 막 ~하려고 하는”의 의미가 된다. (‘at about five o’clock’의 예와 같이 about에 ‘approximately’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2. be about to V 외에 be about p.p.나 be about ~ing도 쓰임을 알려주어도 좋겠다. 예를 들어 ‘이쪽 일 대충 끝났어’라고 할 때 “I’m about done here.” 정도로 표현 가능.

구동사(phrasal verb)와 구명사(phrasal noun)

한 페친께서 “run-down”이라는 구명사(phrasal noun)을 언급하셔서 관련 링크를 하나 공유합니다.

영어 학습 단계에 있어 상위 학습자와 원어민을 가르는 몇 가지 지점이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구동사(phrasal verb)의 자유로운 사용이죠. 영어를 꽤 잘하는 분들도 put off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자리에 postpone이나 procrastinate를 쓰거나, set something off 라고 쓰면 적당할 상황에서 cause something to begin과 같이 쓰는 걸 볼 수 있으니까요.

사실 저도 이러는 경우가 많아서 미국인 동료 하나가 ‘너는 왜 말하는 걸 글쓰듯 하냐?’라고 물은 적도 있습니다. 저는 당당히 ‘영어를 글로 배워서 그래.’라고 대답했죠. ^^

구동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 바로 구명사(phrasal noun) 입니다. Report가 동사와 명사 모두로 사용되듯 run down 또한 동사로도 명사로도 사용될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명사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띄어쓰기 없이 한 단어로 쓰거나 중간에 하이픈을 넣어주어야 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아래 링크에서 구명사(phrasal noun)의 다양한 예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phrasal verbs vs. nouns

애플 WWDC 언어 맛보기

Posted by on Jun 6, 2017 in 강의노트, 말에 관하여, 영어 | No Comments

1. 그냥 excited 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really excited 해야 한다. 그냥 glad 해서는 반가운 게 아니다. So glad 해야만 한다. 감정의 오버도 용인되는 자리다.

2. A new level 따위는 없다. 새로운 레벨은 모두 ‘a whole new level’ 이어야 한다. 새로운 것은 whole new 하거나 brand new 해야만 한다. 앱도 마찬가지다. New apps가 아니라 All new apps여야 한다.

3. 행사는 largest, biggest, fastest, best 등 최상급의 향연이다. 물론 ever로 꾸미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비교급도 ever랑 결합하면 강력하다. Than ever before 같이 말이다. 마치 인류의 역사가 WWDC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듯하다.

4. 많은 이들이 싫어하는 클리셰지만 여전히 자주 들리는 말: “Game changer.” 이제 게임은 좀 그만 바꾸었으면 좋겠다.

5. Incredible, incredibly, unbelievably… 라면서 다 믿으란다. 믿을 수 없으니 더더욱 믿으라는 말은 일종의 유비같이 느껴진다.

6. 엄청나케 큰 화면에 보여주면서 꼭 sneak peek 이라고 한다.

7. WWDC 때마다 keep pushing forward (the limits), raising the bar 하느라 수고가 많다.

기술혁신, 그래픽, 시연 등이 모여 신제품/기술 발표 이벤트가 완성된다. 연사들의 언어는 이를 실시간으로 엮어준다. 그 특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바와 그리 다르지 않다.

 

영어교육 투 트랙 전공과정

돌아보면 영어교육 전공과목을 들으며 강독을 해본 적이 없다. 다양한 이론이 응축되어 탄생한 교재를 다시 요약하여 공부하다 보니 두루뭉술하고 애매한 느낌만 남았달까. 이에 비해 텍스트를 꼼꼼히 읽고 음미해야만 했던 몇몇 문학과목에서는 갑갑함과 해방감을 동시에 맛보았다.

사범대학의 교과교육과목은 “현장”에 대한 관심을 전면에 놓는 추세다. 발표와 토론 등의 방식 또한 종종 활용된다. 이는 양날의 검이다. 교육에 대해 다양한 관점과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지만 이론적 엄밀성과 학문적 깊이를 희생시키는 결과 또한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사범대 영어교육과의 교과교육과정을 두 트랙으로 재편하였으면 한다. (사범대학 내 타전공 또한 비슷한 처지일 터이나 필자가 알고 있는 언어교육영역에 한정하여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는 개념적 토대를 닦는 트랙으로, 언어학, 심리학, 인지과학, 사회학, 인류학 등의 텍스트를 꼼꼼히 읽어내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를 통해 ‘언어교육학’이라는 응용분야의 뿌리를 이해한다.

둘째는 한국사회와 영어교육 트랙이다. 여기에서는 대한민국의 현 교육환경에 대한 이해에 기반하여 교과교육방법을 연구한다. 해외 이론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상황을 고려하여 수정하고 재맥락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연구’라는 표현을 썼다.

나아가 대학원 수준에서는 이론강독 수업이 활성화되길 바란다. 특히 방법론 관련 강좌의 강화가 시급해 보인다. 필자 또한 주요 논문들을 꼼꼼히 읽어내려가는 시도를 해보고자 한다. 이론강독이 가능한 학교에서 얼마나 더 가르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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