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논문쓰기: 읽기와 쓰기 통합전략을 중심으로 5] 저자-되기 경험으로서의 논문작성

논문작성은 연구실적을 쌓는 일이기도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저자가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저자는 자신의 저작에 대해 권위를 가진 사람이다. 저자는 작품에 자신만의 목소리(authorial voice)를 불어넣는 사람이다. 나아가 저작의 과정은 해당 영역에 대한 전문성을 갖출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따라서 논문작성을 이해함에 있어 ‘졸업 요건의 충족’이나 ‘실적 달성’에서 ‘저자-되기’, ‘전문가-되기’라는 관점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논문을 써야 졸업한다”가 아니라 “논문을 써야 진짜 저자가 된다”로 생각해 보자는 제안이다.

물론 이 길이 평탄하지는 않다. 자신의 글이 처음부터 마음에 들 리도 없거니와 자신의 기준을 어느 정도 중족하는 글마저 타인의 혹독한 비판에 직면하기 일쑤다. 자신이 신뢰하는 동료나 해당 분야의 전문가인 지도교수, 저널의 리뷰어들의 평가로부터 타격을 입지 않을 재간 또한 없다.

이럴 때일 수록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써내는 사람은 없으며, 완벽한 글을 써냈다고 생각하는 순간 글의 발전 또한 멈춘다는 사실이다.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은 패배가 아니라 새로운 여정의 시작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맷집’을 키우는 일이 학술적 글쓰기 훈련과정에 핵심적인 요소임을 깨닫는 것이다. 글쓰기의 발달은 결코 부드럽고 매끈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과정은 꽤 오랜 분투와 적지 않은 분루를 필요로 한다. 그런 면에서 ‘많이 써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줄기차게 써내는 일’이 더 중요한 시점이 온다. 이에 관하여는 아래 한참 전에 써놓은 메모를 함께 읽어주시면 좋겠다.

Up to a point, writing a lot matters. It really is important for building one’s writing muscle. When it comes to getting a project done, however, writing persistently is far more important than writing a lot. I call this ‘writing defiantly,’ where one rows strenuously against the current of highly stressful everyday events. This is a valuable lesson I learned from hitting the cul-de-sac in several of my writing projects, where I definitely poured out a lot of text but the manuscripts had nowhere to go other than in a dark, lachrymose corner of my hard disk drive. Some writers may be able to achieve what they want by producing lots of words in a flash, but writing on a regular basis, shine or rain, tormented or commended, matters much more to ordinary writers like me. So writing a lot is good; writing persistently is better. All the best for my friends grappling with those unruly yet lovely manuscripts.

That절을 취하는 동사들

think, say, know, see, find, believe, feel, suggest, show

Longman 말뭉치에 의하면 영어에서 that절을 취하는 동사 중 빈도가 가장 높은 9개다. 명제적 의미를 보어(complement)로 취하는 동사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think가 1위인 걸 보면 사람들이 안에 있는 생각을 밖으로 많이 꺼내거나 (I think that …) 다른 사람의 생각에 대해 이야기하나 보다 (She thinks that…). 생각하고, 말하고, 알고, 알게 되고(깨닫고), 믿고, 느끼고, 제안(시사)하고, 보여주고(증명하고)…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구나.

자 그렇다면 학생들에게 이 단어를 가지고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는 건 어떨까? 나도 생각나는 대로 휘리릭 끄적여 본다.

I think that the world is crazy.
The worker said that she would join the strike at all cost.
I know that we are all gonna die.
I found that she was dying.
Do you truly believe that all we need is love?
Tom felt that he was betrayed by his friends.
The results suggest that we need to start all over.
This shows that I was totally stupid.

#단단한영어공부 #삶을위한영어공부

단단한 영어공부 출간

책이 나왔습니다!단단한영어공부표지(입체)http://i0.wp.com/writinglife.kr/wp/wp-content/uploads/2019/03/단단한영어공부표지입체.jpg?resize=763%2C1024 763w” sizes=”(max-width: 763px) 100vw, 763px” />

단단한 영어공부: 내 삶을 위한 외국어학습의 기본 (유유)

영어교육과 응용언어학을 공부하고 한국사회 영어학습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면서 고민했던 흔적을 담았습니다. ‘영어학습의 바이블’은 아닐지라도, 영어를 왜 공부하는지, 원어민 중심주의는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인풋은 정말 만능인지, 현재 문법과 어휘 교육에서 더 나아갈 방도는 없는지, ‘아름다운 발음’은 정말 아름다운지, 바이링궐이라는 말은 올바르게 쓰이고 있는지, 영어 발달에 있어 한국어의 역할은 무엇인지, 유튜브는 본다고 공부가 되는지, 영작문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삶을 머금은 영어수업은 어떤 모습일 수 있는지 등등 적지 않은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사회의 영어교육을 바꿀 수 있는 작은 실천으로 ‘삶을 위한 영어공부’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각자의 삶에서 새로운 영어공부를 실천함으로써 영어와 자신이 맺는 관계를 바꾸고, 나아가 이 사회가 영어와 맺는 관계를 바꾸어 나가자는 제안입니다. 성찰 없는 암기, 소통 없는 대화, 성장 없는 점수 향상을 넘어 우리의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영어공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감사하게도 유유출판사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조성웅 대표님이 방향을 정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셨고, 전은재 편집자께서 울퉁불퉁한 글을 멋지게 다듬어 주셨습니다. 페이스북의 친구분들은 #삶을위한영어공부 라는 태그로 글을 올릴 때마다 응원해 주시고 좋은 의견을 주셨습니다. ‘단독저서’라고 하지만 혼자 할 수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모두가 함께 쓴 글을 제 이름으로 펴내는 것 같아 멋쩍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 천착해 온 주제에 대해 정리한 바를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이 책을 발판으로 마음을 함께하는 많은 분들을 만나고 싶고 더 멋진 꿈을 꾸고 싶습니다. 많이 읽어주시고 또 불러주십시오. 달려가겠습니다. 같이 궁리하겠습니다. 계속 고민하겠습니다.

서점에는 내일 혹은 모레쯤 입고될 듯합니다.

알라딘 https://goo.gl/DtQQ1G
YES24 https://goo.gl/puXTBR
교보문고 https://goo.gl/CbD3Ce

출판사 서평을 첨부합니다. 책의 의도를 정확히 짚어주셨네요.

영어공부, 새롭게 바라보기

『단단한 영어공부』의 저자 김성우 선생은 응용언어학자입니다. 언어학이 말 자체에 대한 이해를 추구한다면 응용언어학은 말과 인간이 만나는 지점에 관심을 둡니다. “말의 질서와 그 속에 숨겨진 의미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학문인 것이죠. 영어라는 언어의 질서와 그 이면을 연구하는 저자는 한국에서 영어가 ‘언어’가 아닌 입시, 스펙, 경쟁의 장 안에서만 이야기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워합니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영어가 사람을 평가하는 ‘기본’의 자리에 너무 쉽게 놓인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영어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자고 제안하지요.

저자는 우리가 오랫동안 잘못 알고 있던 외국어 공부법, 영어에 대한 뿌리 깊은 오해, 원어민 중심주의, 언어를 경험하기보다는 습득 도구로 여기게 만드는 공부 환경 등을 하나하나 되짚으면서 우리가 영어를 하나의 언어로,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바라보도록 권합니다. 무작정 암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와 나의 관계를 새로이 맺어 더 큰 세계와 만나 보자고, 삶을 위해 영어를 배우자고 말하지요. 아울러 어휘, 문법, 쓰기, 읽기, 말하기, 듣기 공부를 저자가 연구한 언어학습 이론, 저자가 영어를 배울 때의 경험,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터득한 방법들을 기반으로 소개합니다. 저자가 권하는 영어공부는 원어민처럼 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한국과는 다른 언어와 문화의 일원이 되어 그 사회와 문화를 배우고, 세계를 이해하고, 나아가 다른 세계를 상상하는 힘이 되는 영어공부를 위한 것입니다. 영어공부를 위해 내 삶을 쏟아붓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 영어를 공부하자는 것이지요.

이 책은 영어공부 비법을 알려 주는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을 읽는다고 갑자기 영어를 잘하게 될 일도 없을 겁니다. 다만 오랫동안 숙원사업처럼 매달린 영어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싶다면, 영어공부를 하면서 느껴 온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 나가고 싶다면, 영어를 즐겁게 배우고 가르치는 일을 모색하고 있다면, 진정한 ‘언어’학습의 기본을 다지고 싶다면, 우리에게 가깝고 먼 외국어와 새 출발을 하고 싶다면, 익숙하지만 낯선 영어공부의 세계로, 외국어의 세계로, 언어의 세계로 발걸음을 내딛어 보시길 권합니다.

a learner of being

Posted by on Feb 23, 2019 in 단상, 영어, 영어로 글쓰기, 일상 | No Comments

A learner of teaching, a learner of writing, a learner of music, a learner of photography, a learner of mindfulness, a learner of giving, a learner of taking, a learner of loving, a learner of aging, a learner of breathing, a learner of walking, a learner of leaving, a learner of eating, a learner of staying, a learner of hugging, a learner of forgiving, a learner of suffering, a learner of learning, and a learner of giving all these things up. — All of these are what I am. And I am deeply grateful that I am becoming a learner of being. Thank you for being a witness to my life as a learner.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I just come and go

인간은 대부분의 시간 주체로서의 정체성을 간직하고 살아간다. 내가 활동주(agent)로서 자율적 행위를 하며 살아간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나고 죽는 것은 주체적 선택과 행위와 거리가 멀다. (영어를 기준으로) 태어나는 행위는 대부분 수동태(be born)로, 죽는 행위는 대부분 자동사(die, pass away)로 표현된다.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동사는 “fall in love”인데, “fall”은 주체의 능력이나 의도를 가장 적게 담고 있는 동사 중 하나다. 흔히 말하는 ‘불가항’의 행위인 것이다.

어쩌면 물흐르듯 산다는 건 자동사를 늘려가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Rise, breathe, walk, sit, stand, smile, laugh, cry, clap 그리고 언젠가 disappear, vanish…. I just come, stay a while, and go.

#인지언어학이야기 #잡생각

영어로 논문쓰기: 네 가지 기둥

영어로 논문쓰기를 분석적으로 이해하고 공부하는 데 필요한 것 4가지. (말장난 아닙니다. ^^;;)

1. 영어에 대한 이해 (도구언어에 대한 이해)
2. 논문에 대한 이해 (장르로서의 논문에 대한 이해)
3. 쓰기에 대한 이해 (쓰기행위에 대한 실천적, 메타인지적 이해)
4. 영어로 논문을 쓰는 행위에 대한 이해 (프로젝트로서의 논문쓰기 수행에 수반되는 다양한 지적, 정서적, 정보적 요인에 대한 이해)

#영어로논문쓰기

똥고집

Posted by on Feb 6, 2019 in 단상, 영어로 글쓰기, 일상 | No Comments

사실 이과생들이 들어도 꽤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수강생들로부터 여러 번 들었다. 그런데도 이과생들로부터 문의를 받을 때마다 “개념적 뼈대는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예시는 인문사회계 논문 텍스트를 사용합니다.”라고 원칙적인 답변을 한다. 뭐랄까. 조금의 ‘거짓’도 없이 수강생을 모으고 싶은 똥고집이라고 해야 하나.

첫 강의가 토요일로 다가왔다. 경험상 준비과정은 ‘충격과 공포’에, 강의과정은 ‘설렘과 기쁨’에 가까왔다. 무려 여덟 번을 한 강의인데도 가슴이 쿵쾅거린다. 그래도 좋은 분들을 만나 함께 공부할 생각에 마음이 들뜬다.

#영어로논문쓰기

서문, 두 가지 관점

서문(序文)은 처음 말이라는 뜻으로 Preface나 Introduction으로 번역된다. 책의 머리에 위치하여 본문으로 이끄는 글 정도의 의미가 되겠다. 하지만 적지 않은 경우 본문과 결론이 존재하고 난 뒤라야 서론의 운명이 결정된다. 그런 면에서 현상적으로는/독자들에게는 ‘서문’이지만 생성적으로는/저자에게는 ‘결문(結文)’이라 하겠다. 독자를 어디로 이끌지 온전히 알게 될 때 어떻게 이끌지를 알게 되는 것이다.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삶을위한리터러시

지도교수 vs. work with someone

적어도 제가 아는 한 미국 대학원에서 지도교수가 누구냐고 물어볼 때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은 “Who do you work with?”입니다. 직업을 물어볼 때 “What do you do?”라고 물어보듯 지도교수가 누군지 알고 싶을 때는 “Who do you work with?”라고 간단히 묻는 것입니다.

말을 바꾼다고 사람이나 시스템이 갑자기 변할 리야 없겠지만 기본적으로 “work with”라는 언어패턴에 담긴 수평적 관계를 좋아합니다. “With”에는 상하가 없습니다. Someone to work with.함께 일하고 만들어 가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이 지도교수라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지도교수’는 교수와 대학원생의 관계를 다소 위계적으로 그립니다. ‘지도’는 보통 전문성과 경험이 많은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이런 경우 “work with ~”보다는 “work for ~의 관계가 성립하게 됩니다. 교수와 함께(with) 일한다기 보다는 교수를 위해(for) 일하는 것이지요.

페이스북에서 또 강의에서 명민하고 실력있는 대학원생들을 종종 만납니다. 뛰어난 학생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자신을 그저 ‘지도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주도적 협력자’로 만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즉 “자신을 지도할 사람” 보다는 “work with”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려 합니다.

학문의 세계를 먼저 경험한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관계는 근본적으로 수평적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미 그런 곳들이 있겠지만, 석사생이든 박사생이든 함께 일하고 성장할 수 있는 협력자(collaborator)로서 대하는 문화가 더욱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덧. 물론 영어에도 academic advisor / dissertation advisor와 같은 표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용어들은 다소 격식을 갖춘 상황에서 주로 사용되며 한국어의 ‘지도교수’의 사용역(register)과 딱 대응되지는 않습니다. 한국어에서는 일상 대화에서 ‘지도교수’가 많이 쓰이는 반면 영어에서는 ‘work with’와 호칭을 엮은 표현이 자주 쓰이는 것입니다.

#삶을위한리터러시 #영어로논문쓰기

 

논문쓰기 강의 단상 (2019)

<영어로 논문쓰기>는 개인강의로 세 번, 대학에서 네 학기를 진행했다. 두세 개의 연구단체에서 특강을 진행하기도 했다. 핵심을 압축하여 동영상 강의도 찍어봤다.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 중에서는 늘 만족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그만큼 애정이 가는 강의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과정이 새롭게 개편되지 않는 한 더이상 대학에서 논문쓰기를 가르칠 기회는 없을 듯하다. 대학원 초기 학술 리터러시와 논문에 대한 개념을 잡아주는 강의가 학과와 학생 모두에게 큰 도움을 준다고 믿지만, 그거야 일개 ‘듣보잡’ 리터러시 연구자의 생각일 뿐 아니겠는가.

개인 강좌의 경우에도 지인을 기반으로 강좌를 여는 방식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듯하다. 흔히들 말하는 “Scale up”을 위해서는 다른 조치가 필요하겠지만 그럴 여유도 열의도 야망도 없다. 물 흐르는 대로 살아가는 게 꼭 좋은지 모르겠지만 거기에서 애써 벗어나려고 하는 것도 우습달까.

지금으로선 논문쓰기 강의를 들은 분들이 간간히 연락을 해주시는 것으로 족하다. 완벽할 순 없겠지만 이번 강의도 알차게 만들어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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