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 them in!

Posted by on Jan 29, 2017 in 단상, 영어, 일상 | No Comments

“Let them in! Let them in! Let them in! Let them in!”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들은 아마도 ‘지 일도 아니면서 왜 저렇게 난리냐 XX”같은 소리를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지 일도 아니면서’가 공항을 짓고, 인터넷을 깔고, 교육제도를 발전시키고, 미국 사회를 건설하고, 인류 문명을 세워 왔다는 것을 영영 모를 것이다. ‘지 일 아닌 일들’이 ‘지 일’을 가능하게 했다는 사실 말이다.

시민이면서 배우 메릴 스트립, 생애 최고의 수상 소감을 말하다

Posted by on Jan 9, 2017 in 링크, 영어, 일상 | No Comments

얼마 전 JTBC 기자의 정유라 신고와 관련하여 뜨거운 논쟁이 있었고, 양편의 논리 모두에서 배울 것이 있었다. 한편 그 와중에 널리 회자된 문구는 ‘기자이기 이전에 시민’이였는데, 내겐 조금 껄끄러웠다. ‘기자’와 ‘시민’을 연결하는 ‘이전에’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내 생각에 ‘기자이기 ‘이전에’ 시민’ 같은 건 없다. 기자이면서 시민이고 시민이면서 기자일 뿐이다. 그 둘 사이에 전후 혹은 중요성을 나타내는 ‘이전에’라는 말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는 말이다.

메릴 스트립은 방금 전 있었던 2017년도 골든 글로브 평생 공로상 수상 소감에서 동료 배우들의 출생지와 성장 배경을 열거하며 “헐리우드는 외지인과 외국인으로 가득 찬 곳”이라 못박고, 장애인 기자를 모욕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나아가 언론에게는 원칙에 입각하여 대통령이 책임지는 정치를 할 수 있도록 견제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메릴 스트립은 ‘배우이기 이전에 시민’으로 말한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시민이면서 배우로, 그리고 한 인간으로 말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적어도 내겐 소감의 끝, Carrie Fisher가 그녀에게 해주었다는 말이 꼭 배우나 예술가에게 국한된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부서진 마음을 가지고 예술로 승화시켜라(Take your broken heart, make it into art).”

Meryl Streep Defends Hollywood, Foreigners, and the Press in Blistering Anti-Trump Speech

세상에서 가장 슬픈 BE동사

위키피디아 인물 페이지의 첫 문장은 사람이름 + BE 동사로 시작한다. 예를 들면 “Matthew Paige “Matt” Damon (/ˈdeɪmən/; born October 8, 1970) is an American actor, film producer and screenwriter.” 같은 식이다. 맷 데이먼은 아직 생존해 있기에 be동사의 시제가 현재(is)다.

하지만 고인이 된 경우 시제가 달라진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George Michael의 페이지는 “Georgios Kyriacos Panayiotou (25 June 1963 – 25 December 2016), known professionally as George Michael, was an English singer, songwriter, and record producer who rose to fame as a member of the music duo Wham!”로, John Berger는 “John Peter Berger (5 November 1926 – 2 January 2017) was an English art critic, novelist, painter and poet.”로 소개된다.

위키피디아 인물 페이지의 과거형 WAS.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슬픈 BE 동사가 아닐까.

하지만 우리들의 맘 속에서 그들은 언제까지나 현재형이다. “George Michael IS an English singer, songwriter, and record producer.”이고, “John Peter Berger IS an English art critic, novelist, painter and poet.”인 것이다.

존재’했던’ 것들은 언제까지나 존재’한다’.
죽음과 삶은 그렇게 엮여 있다.

 

덧댐: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것은 기억. 기억과 기억을 연결해 주는 것은 만남. 죽음과 죽음을 연결해 주는 것은 기록. 삶과 삶을 연결해 주는 것은 죽음.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연결하는 것은 지금, 여기, 우리.

읽기와 안구운동: 흥미로운 사실 몇 가지

Posted by on Jan 2, 2017 in 강의노트, 과학, 영어, 인지언어학 | No Comments

읽기와 안구운동에 대해 공부하면서 흥미로웠던 사실 몇 가지 (알파벳 기반 텍스트 기준)

1. 인간의 눈은 미끄러지듯 철자 하나 하나를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점프와 착지를 반복하면서 텍스트를 읽어낸다. 여기에서 ‘점프’는 불어의 대응어인 ‘saccade’로, ‘착지’는 영단어 ‘fixation’으로 부른다.

2. 눈이 점프를 하는 동안은 텍스트의 정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 다시 말해, 착지하여 머무르는 짧은 정지의 시간 동안만 텍스트로부터 정보를 가져올 수 있다.

3. 그런데 이런 ‘착지’시에도 왼쪽 눈과 오른 쪽 눈이 같은 철자를 바라보지 않을 때가 있고, 심지어 왼쪽 눈이 오른 쪽 눈보다 텍스트의 오른 쪽 철자를 바라보고 있을 때도 있다.

4. 평균적으로 점프 열 번 중 네다섯 번은 왼쪽과 오른쪽 눈의 타겟이 되는 철자가 다르다. 하지만 이 ‘어긋남’이 텍스트 이해에 큰 영향을 주진 않는다.

5. 눈이 착지할 시점을 정확히 잡는 것 같지만 점프의 10-15 퍼센트는 정확히 원하는 지점에 가 닿지 못한다. 눈이 우에서 좌로 ‘빽’을 하는 경우는 단순히 잘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눈의 계산 미숙에 의한 것이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독서시 안구운동은 ‘디폴트로’ 다양한 오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오류가 독서를 불가능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영어 관사 – 사소한 것 몇 가지 3

최상급에는 왜 늘 “the”가 붙을까?

1. “The same”으로 정관사 이해하기

‘같은’의 의미를 나타내는 ‘same’ 앞에는 정관사 ‘the’가 나옵니다. 왜 그럴까요? 이걸 생각해 보면 ‘특정할 수 있는 개념에 대해 정관사를 사용한다’는 문장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같다’라는 말을 쓰려면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개체/개념을 상정해야 합니다. “똑같다”는 말을 하나의 대상에 적용할 수는 없으니까요. “A랑 B랑 똑같네”는 말이 되지만, “A랑 A랑 똑같네”는 말이 안되죠. (여기에서는 일상어의 사용을 이야기하는 것이니 아이덴티티에 대한 철학적 논의는 제외하도록 하죠. ^^)

2. 그렇기에 ‘똑같은’이라는 말을 하려면 앞에 어떤 대상이 언급되거나 문맥상 특정한 개념을 추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예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아래는 저와 제 친구가 한 카페에 간 상황입니다.

#1
점원: 뭘로 드릴까요?
나: 카페라떼 주세요.
친구: 같은 걸로 주세요.

괜찮은 것 같죠? 점원은 제가 카페라테를 주문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이를 기반으로 친구가 말한 ‘같은 걸로’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음은 어떨까요?

#2
점원: 뭘로 드릴까요?
나: 같은 걸로 주세요.
점원: ???
친구: ???

제가 다짜고짜 ‘같은 걸로’라고 말하면 점원이 분명 황당해 할 것입니다. 옆에 있는 친구도 놀라겠죠. 둘다 ‘같은 거라니? 니가 처음 준비하는 거잖아?’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런데 다짜고짜 ‘같은 걸로’라고 말해도 괜찮을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자주 가는 카페의 점원이 제가 겨울에 카페라테를 자주 마신다는 걸 아는 상황이죠. 이때 대화상으로는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이 점원과 제가 소통한 역사 속에서 ‘같은 것’이 뭘 의미하는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3
점원: 뭘로 드릴까요?
나: 같은 걸로 주세요.
점원: 네. (‘저 놈 참 꾸준히 라테를 먹는군’이라고 생각하며, 옆 바리스타에게 “카페라테 하나!”)

3. 영어로 다시 돌아와 보죠. “the same”이 항상 “the same”일 수밖에 없는 것은 “same”의 기준이 되는 대상이 드러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same”이 특정한 대상을 가리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the”가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The poet moved to France in 1998. She won the prize the same year.” (시인은 1998년도에 프랑스로 이주했다. 같은 해에 상을 받았다.) – 이 문장에서 the same year는 당연히 1998년을 가리킵니다. “Same year”가 가리키는 대상이 명확하므로, 다시 말해 “same year”가 특정한 해를 가리키므로 정관사 “the”가 필요한 것이죠.

4. 학교에서 배운 규칙 중에서 “최상급 앞에는 the 붙여!”가 있죠. 그렇다면 왜 최상급 앞에는 the가 필요할까요? 위에서 ‘the same N’를 설명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최상급 앞에 오는 the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최상급의 경우 말 그대로 ‘최상’인 개체를 콕 짚어 지칭합니다. 즉, 최상급으로 수식되는 명사는 특정한 대상일 수밖에 없다는 거죠.

예를 들어 “She is the tallest girl in her class.”을 봅시다. 한 반에 키가 가장 큰 사람은 한 명 밖에는 없고, 따라서 ‘tallest girl’은 언제나 특정(specify)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할 수 있을 때 사용하는 관사, 즉 정관사(definite article)를 써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키가 완전히 똑같아서 ‘키가 가장 큰 학생’이 두 명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법적으로 상정하는 ‘최상’의 개념은 이런 예외적인 경우까지 포괄하진 않습니다. “She is one of the two tallest girls in her class.”이라고 쓸 수 있을지는 몰라도 “the tallest girl”이라고 하는 개념은 기본적으로 한 사람을 상정하는 것입니다.)

5. 이같은 논리로 설명 가능한 문구가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the following …” 입니다. 학술논문에서 자주 나오는 표현 중에 “in the following”이 있습니다. 독립적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in the following section”과 같이 뒤에 명사가 나오기도 하죠.

하지만 어느 경우이든 “the following”과 같이 정관사와 함께 쓰인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위의 예들을 다시 살펴보시면 쉽게 대답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The following”을 독립적으로 쓰든 뒤에 section이나 statement가 나오든간에 “following ~”은 독자가 콕 짚어서 알 수 있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자 그렇다면 이제 ‘전자/후자’를 나타내는 표현이 왜 “the former/the latter’인지도 이해하실 수 있겠죠? 문장 내에서 전자와 후자라는 표현은 언제나 특정한 대상을 지칭합니다. 따라서 특정할 수 있는 표현을 나타내는 정관사 the의 수식이 필요한 것이죠.

#관사공부중

영어 관사 – 사소한 것 몇 가지 2

정관사? 부정관사? 그리고…

1. 많은 분들이 관사에 대해 질문하실 때 “여기에 a를 써야 하는지, the를 써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어요.”라고 말씀하십니다. A와 the의 구별이 관사학습에서 핵심적인 사항임에 틀림 없지만, 관사를 이렇게 a/the 두 개의 체계로 생각하는 것은 올바른 접근법이 아닙니다.

두 개의 관사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어떤 게 더 있을까요?

2. 네. 맞습니다. 관사는 크게 정관사(definite article), 부정관사(indefinite article) 외에 무관사(zero article)로 나누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즉, 특정한 명사가 나왔을 때 ‘여기 a? the?’보다는 ‘여기 a? the? 무관사?’로 질문하시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입니다.

3. 관사의 용법은 한국어에서 ‘은/는, 이/가’의 구별처럼 쉽지 않고 각각의 개념도 정리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관사와 부정관사, 무관사가 가지는 기본 개념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a. 부정관사: 특정한 개별자가 가진 특질(features)과 관련 없이 비슷한 사물/개념들 중 하나를 가리킵니다. 하나로 특정할 수 없는 걸 나타낼 때 쓰는 관사죠. 이때 ‘하나로 정할 수 없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가 바로 ‘indefiniteness’입니다.

예를 들어 “I have an apple.”이라는 문장에서 “an apple”은 세상에 존재하는 사과라고 불리는 것 중 하나임을 의미합니다. 그게 맛이 있는지 없는지, 크기는 어떤지 등은 중요하지 않죠.

b. 정관사: 특정한 사물이나 개념을 가리킵니다. 영어로는 specify할 수 있는 대상을 가리킵니다. 여기에서 ‘specify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definiteness’로 표현되는 개념입니다.

‘특정(specify)할 수 있다’는 말을 이해하긴 쉽지 않습니다. 이론적으로도 논쟁거리죠. 논문을 쓰자는 건 아니니 디테일을 과감히 생략하고 간단히 설명하면 ‘말하는 사람이 상대방도 알고 있다고/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대상’을 의미합니다. 이 대상은 보이는 물건일 수도, 추상적인 개념일 수도 있죠.

c. 무관사: 절대적 추상화 혹은 일반화(absolute generalization)를 하는 경우에 사용됩니다. 이 경우 관사가 붙지 않은 명사는 한계가 없는 일반적, 추상적 개념을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 ‘love’는 ‘사랑’이라는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개념을 나타내고, ‘people’은 특정인의 집합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반적 집합을 나냅니다.

4. 위의 개념은 일반 학습자에게는 생소하고 어려울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한 가지만 기억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앞으로 명사 앞에 관사를 붙이려고 고민할 때에는 “정관사? 부정관사? 무관사?” 이렇게 세 가지로 질문을 하는 습관을 키우자는 것입니다.

#관사공부중

탄핵 신어휘 4선

He 1’d the vote. 삐져서 혼자 표결에 빠졌다.
We 234ed you. 압도적인 표차로 탄핵하였다..
They just 56ed it. 막무가내로 반대하였다.
Some 7ed for the agenda. 기권하였다.
#탄핵_신어휘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영어 관사 – 사소한 것 몇 가지

 

1. 아시다시피 a/an은 단수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부정관사 a/an은 ‘하나’를 나타내는 one에서 파생했지요. 당연히 a books라고 쓰는 건 불가능합니다.

2. a/an이 단수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반면 정관사 the는 단/복수의 개념과 관련이 없습니다. 문맥에 따라서 the book이나 the books 모두 가능한 것입니다.

3. The는 어원적으로 ‘that’과 관련이 있고, 개념적으로는 ‘특정(specify)할 수 있는가’와 관련이 깊습니다.

4. ‘동서남북’ 각각의 방향을 명사로 나타낼 때는 the east, the west, the south, the north와 같이 정관사를 사용합니다. 전치사와 함께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여서 “남쪽으로 뛰어갔다”고 하면 “He ran to the south.”와 같이 “to THE south”를 사용하여야 합니다.

하지만 동사 바로 뒤에 방향을 나타내는 말이 나올 때에는 부사로 쓰여서 run south, walk east, drive west 와 같이 관사를 쓰지 않습니다. Turn right, turn left와 유사하죠? 전치사와 같이 쓸 때에는 “turn to the left”나 “turn to the right”로 쓰니까요.

5. 두 개의 대상을 지칭할 때 ‘하나는’, ‘다른 하나는’이라는 표현을 종종 쓰죠. 영어에서는 one/the other를 가장 선호합니다.

이때 the를 사용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두 개 중에 하나를 제외하면 나머지 하나는 정해지는 것이고, 이렇게 특정할 수 있는 대상을 나타낼 때에는 the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름도 정관사(definite article)입니다. ^^

#관사공부중

고쳐주면 쌤이 아니다?

나: 시험 잘 보셨다면서요? 뭐 맛난 거라도 먹었어요?
준(가명): 그런 거 없어요.
니: 아…
선(가명): 니가 나보다 평균 20점은 높을텐데.
준: 설마.
선: 진짜로. 진짜로. 전 통닭 시켜먹었어요.
나: 아 통닭. 맛있었겠네요. 점수는 낮아도 통닭 드셨군요. ㅎ
준: 아 왜 난 아무 것도 없어.

……

나: 시험문제 주관식 어떤 거 나와요? 영작 같은 거 많이 나오나요?
준: 영작도 나오고요. 단어 주고 순서 바꿔 쓰라는 거.
나: 아…
선: 맞아. 필요하면 단어 좀 바꿔 쓰라고.
나: 아 동사 같은 거 시제 바꾸고 그런 거요?
선, 준: 네.
준: 그리고 뭐더라. 문장을 영작하고 몇 번째 단어를 쓰라고 해요. 세 번째 단어만 쓰라든가.
나: 아 그런 문제도 나와요?
준: 네. 영어로 썼을 때 세 번째, 네 번째 단어만 써라. 그런 거요.
나: 특이하네요.
준: 근데 지난 번에는 답이 두 개였는데…
나: 그럼 몇 번째 단어 쓰라는 것도 답이 두 개가 되잖아요.
준: 그렇죠. To 부정사 나오는 거 였는데 답은 하나만 된대요.
나: 엥? 가능한 답이 두 개였다면서요. 선생님도 두 문장 다 맞다고 하신 건 아닌가요?
준: 선생님이 둘다 쓸 수는 있다고 했는데… 원래 생각했던 문장 하나만 된다고 했어요.
나: 선생님이 둘다 된다고 하지 않았어요?
준: 근데 문장은 하나만 인정해 줘서 전 틀렸어요.
나: 흠… 그건 좀… 혹시 학교에 막 항의 전화 오고 그런 거 없었대요?
준: 엄청 많이 왔대요.
나: 그랬을 거 같은데… 결국 답 안고쳐주신 거예요?
준: (강조하며) 당연하죠. 고쳐주면 그게 쌤이예요?
나: 아… 고쳐주면 쌤이 아니다?
준: 절대 안고쳐주죠. 여태껏 시험문제 몇 개 오류 있었는데 한 번도 답 고쳐주는 거 못봤어요.

……

나: 내일은 뭐 하세요?
선: 아아아… 전 수행평가 과제 해야돼요.
준: 전 아무 것도 안해요.
나: 주말인데 뭐 아무 것도 안해요?
선: 아무 것도 안하는 게 제일 좋은 건데.
준: 그쵸. 아무 것도 안하는 게 최고.
나: ㅎㅎㅎ 하긴 아무 것도 안할 수 있는 날이 별로 없죠.
선: 그룹과제가 제일 싫어요.
나: 아 같이 뭐 해야 되는 거예요?
선: 네.
나: 꼭 안하는 애들이 있죠?
선: 안하는 것도 그렇고, 온다고 그랬다가 안오고, 연락 끊기고.
나: 심하네요.
준: 버스타는 애들.
나: 아 ‘버스탄다’고 해요?
준: 네. 무임승차.
나: 아 그걸 버스 탄다고도 하는구나.
준: 네네.

……

나: 자 그럼 안녕히 가시고, (준에게) 부디 아무 것도 하지 마시고, (선에게) 그룹과제 잘 하시고요.
준, 선: 네 안녕히 가세요~

===

대부분의 교사들이 겪는 중간기말 시험문제 스트레스에 대해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가끔 말도 안되는 고집을 부리는 교사들이 분명 있다.

“고쳐주면 그게 쌤이예요?”

무심코 튀어나온 말.
하지만 가슴에 와서 콕 박힌 말.
원래는 이런 말이었어야 하지 않나.

“(틀린 줄 알면서도) 안고쳐주면 그게 쌤이예요?”

그나저나, 아무 것도 안하는 주말.
좀 부럽구나. ㅎㅎㅎ

글로 배운 문법의 한계

아래 이야기를 좀더 해보면 이렇습니다. 외국어를 배울 때 동원할 수 있는 다양한 자원이 있고, 그중 전형적인 문법교육이 의지하는 것은 개념적(conceptual) 자원입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대부분 그러셨겠지만) 저는 문법을 글로 배웠습니다. 그래서 3인칭 단수를 배울 때 “주어가 3인칭 단수면 동사의 현재형에 -s 를 붙인다”라는 설명을 외웠죠. 그리고 문제를 열심히 풀었습니다. “아 Tom은 나도 너도 아니고 다른 사람인데 1명이니까 -s를 붙여야지’라고 생각하면서 동사에 s를 붙이고 흐뭇해했죠. 이 예에서 저는 오직 개념적 설명에 의지해 문제를 풀었습니다. 지필평가에서는 문제가 없었죠.

하지만 외국어 학습에서 개념적 지식은 다양한 지식의 양태(mode)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이 외에 어떤 양태가 있을까요?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지각(perception)입니다. 발화와 관련해서 중요한 것은 청각일텐데요. 다음 두 예시를 봅시다.

A building is …
The buildings are …

첫 번째 표현에서는 “A”가 나옵니다. 발음은 /ə/죠. 그리고 나서 “is”가 등장합니다. 이런 표현 즉, <단수를 나타내는 부정관사 a/ə/+명사>에 광범위하게 노출되면 /ə/라는 소리와 단수 동사 사이에 연관이 있음을 우리 뇌가 기억하게 됩니다.

이에 비해 두 번째 표현은 “BuildingS are …”와 같이 복수를 나타내는 “s” 즉 /z/ 발음이 나오고 뒤에 복수 동사인 are가 나옵니다. 이렇게 명사 끝에 /z/ 발음이 나오고 are가 나오는 예에 광범위하게 노출되면 /z/와 / άːr/가 결합되는 소리(한국어로 대충 쓰면 즈아 ^^)가 귀에 익어서 자연스럽게 들리는 것입니다.

이에 더해서 A building is … 나 The buildings are … 와 같은 표현들을 반복적으로 발음하면 /zάːr/와 같은 발음에 익숙해집니다. 흔히 ‘입에 붙는다’고 하죠. 이때 형성되는 것은 운동기능(motor skill)을 기반으로 하는 절차적 지식(procedural knowledge) 입니다. 이건 “3인칭 단수에 s를 붙여라”라고 하는 개념적 지식과는 매우 다른 양태를 띄고 있어서, 뇌와 구강, 혀의 움직임 등이 실시간으로 협응(coordination)되어야만 제대로 작동합니다.

여기에서 ‘글로 배운 문법’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납니다. 글로 배운 문법은 개념적 지식에만 의존할 뿐 소리를 인지하고 구별해 내는 지각(perceptual) 자원도, ‘몸이 기억하는’ 세밀한 운동기능도 활용하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글로 배운 문법은 글쓸 때는 어느 정도 유용하지만 실제 발화에서는 매우 제한적인 역할만을 합니다. 문법교육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글로 배운 문법’을 넘어서야 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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