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채용 vs. 편견 최소화 채용

Posted by on Nov 25, 2017 in 말에 관하여, 인지언어학 | No Comments

‘블라인드 채용’ 말고 ‘편견 최소화 채용’으로 쓰면 어떨까? 말은 말뿐이라고 하지만 일단 말부터 바꾸고, ‘편견 최소화 채용’의 내용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자는 것이다. 이 제안에 누군가는 ‘묻지마 채용’ 아니냐고 답하겠지만, 채용과정상의 편견을 최소화하고 보다 공정한 절차를 마련하자는 대의에는 동의할 수 있지 않을까? 미약하게나마 ‘블라인드’에 남아있는 차별의 흔적도 지울 수 있을 것이다.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수수께끼 하나

수수께끼 하나 풀어보시죠. A woman gave birth to two sons who were born in the same hour of the same day of the same year. But they were not twins. How could this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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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twins가 아니고 triplet이었어’라고 합니다. 허무한가요? ^^

영어 모국어 화자와 한국어 모국어 화자가 풀 때 정답률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로 보입니다. 영어에서는 twins, triplet, quadruplet 이 각기 다른 단어로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응하는 한국어 단어들은 쌍둥이, 세쌍둥이, 네쌍둥이죠.

한국어 화자들은 ‘Twins’라는 말에 보통 ‘쌍둥이’를 떠올리고, 이 문제의 맥락에서는 ‘쌍둥이가 아니라구?’라고 묻게 됩니다. 한국어에서 ‘쌍둥이’라는 개념이 세쌍둥이, 네쌍둥이 등을 포함하고 있어 문제를 맞추기가 더 어렵게 되는 것입니다.

PISA 등의 국제적인 평가에서 한국을 포함한 동양권 국가들의 수학성적이 높은 여러 요인 중 하나가 숫자의 일관성 때문이라는 가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11-20의 수를 한국어와 영어에서 어떻게 표현하는지 보면 차이가 큽니다. 어렸을 때 영어로 11,12,13 외우다가 짜증났던 기억도 있습니다. 한국어 숫자는 아라비아 숫자의 구조와 직접 대응되는데 영어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지요.

숫자 발음의 일관성은 작업기억(working memory)의 효율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하네요. 아주 작은 차이지만 머리 속에서 계산을 할 때는 적지 도움이 된다는 주장입니다. 저와 같은 한국어 모국어 화자라면 “십일 더하기 십이”랑 “Eleven plus twelve”를 비교해 보시면 감이 확 오리라 생각합니다. (참고로 중국어와 일본어 또한 한국어와 같은 일관성을 유지합니다.)

11 eleven 열+하나
12 twelve 열+둘
13 thirteen 열+셋
14 fourteen 열+넷
15 fifteen 열+다섯
16 sixteen 열+여섯
17 seventeen 열+일곱
18 eighteen 열+여덟
19 nineteen 열+아홉
20 twenty 열
21 twenty-one 스물+하나

 

http://www.npr.org/sections/krulwich/2011/07/01/137527742/china-s-unnatural-math-advantage-their-words

전쟁터가 된 삶

Posted by on May 3, 2017 in 단상, 수업자료, 인지언어학 | No Comments

대부분의 언어는 군대 관련 표현을 담고 있고, 영어 또한 예외가 아니다. engineer는 원래 군 엔진(military engines)을 만드는 사람을, ‘dress(ed)’는 병사들이 전투에 나갈 준비가 된(prepared) 상태를 뜻했다. 그래서 특별한 이벤트에 참석하기 위해 옷을 차려 입고 ‘출격 준비 끝’라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중세의 병사가 된 것이다. 온갖 표현과 어울려 쓰이는 strategy 또한 기원은 전쟁이었다. 그래서 ‘휴가 전략’이라는 말을 들으면 이가 안맞는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외국어 교수법도 군대 및 안보상황과의 긴밀한 관계 하에 변화한다. 교실에서 자주 쓰이는 “따라 읽기(oral repetition)” “단어 바꾸어서 반복하기(substitution drill)” 등은 2차대전에 참전할 미군 병사들의 외국어 실력을 단기간에 증진시킬 목적으로 고안된 군대식 교수법(Army Method)의 주요 학습법이었다. 911 이후 미국의 외국어 관련 예산에서 아랍어의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기도 했다. 미국 대학에서의 한국어 강좌 개설 또한 안보와 무관하다 할 수 없다.

정치의 영역에서 군사 메타포는 자주 사용된다. 선거의 ‘주요 격전지(key battleground)’나 ‘전면전(full-scale war)’ 등은 대표적인 예다. “military campaign”과 “election campaign” 모두 “캠페인”으로 불린다는 게 우연만은 아니다. 논쟁은 말 그대로 전쟁이다. 오죽하면 “I demolished his argument.(그의 주장을 박살내 버렸지)”라는 표현이 있겠는가?

사회언어학자 데보라 태넌(Deborah Tannen)은 그의 저서 <Argument Culture>에서 언론, 정치, 교육 등의 분야에 만연한 대결적 문화에 대해 논의한다.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대화의 상대를 적(adversary)으로 간주하고 이를 기본적인 사고의 틀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언어도, 교육도, 문화도 ‘전쟁중’이다. 삶을 표현하는 기본 메타포가 ‘전쟁터’인 사회는 불행하다. 그래서 종종 묻는다. 이 전쟁은 정말 필요한 것이냐고. 누가 이 전쟁을 부추기고 유지하느냐고.

말은 소통의 도구이자 갈등의 씨앗

‘쓰는 용어가 달라서’ 소통이 안되는 상황보다 ‘(같은) 용어를 다르게 써서’ 소통이 안되는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전자는 서로 다른 문화적 토양의 문제지만, 후자는 체화된 의미들이 충돌하는 문제랄까. 그런 의미에서 “그 동네는 그런 말들을 주로 쓴다더라”와 “도대체 이 말을 왜 그따위로 쓰는 거냐”의 차이는 사뭇 클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같은’ 성경을 보면서 철저히 보수적인 기복신앙을 갖게 된 사람들과 급진적 사회변혁을 추구하게 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같은 말로 소통하기’의 불가능성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ANOVA

Two frames about the evil forces

There are largely two frames about the evil forces: (1) They don’t know the facts. They are not able to put themselves in other people’s shoes. They are misinformed in every aspect. (2) They surely know how to ignore the facts. They are superbly able to “stick to their own shoes.” They have their own media, which exerts control across society.

The former construes the evil as “unable” and “misguided.” The latter as “able” and “self-generated.”

Yes, they are misinformed. But the more crucial is the fact that they can engineer and spread fake news as well as control media. They may hopelessly lack empathy, but the more dreading point is that they can generate the ‘alt-reality’ that soothes people’s indifference and intolerance, and even crowns hatred and violence.

The fight lies in how to decapacitate the evil, draining its financial, institutional, and psychological resources, not in how to explain their pathetic ignorance away.

읽기와 안구운동: 흥미로운 사실 몇 가지

Posted by on Jan 2, 2017 in 강의노트, 과학, 영어, 인지언어학 | No Comments

읽기와 안구운동에 대해 공부하면서 흥미로웠던 사실 몇 가지 (알파벳 기반 텍스트 기준)

1. 인간의 눈은 미끄러지듯 철자 하나 하나를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점프와 착지를 반복하면서 텍스트를 읽어낸다. 여기에서 ‘점프’는 불어의 대응어인 ‘saccade’로, ‘착지’는 영단어 ‘fixation’으로 부른다.

2. 눈이 점프를 하는 동안은 텍스트의 정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 다시 말해, 착지하여 머무르는 짧은 정지의 시간 동안만 텍스트로부터 정보를 가져올 수 있다.

3. 그런데 이런 ‘착지’시에도 왼쪽 눈과 오른 쪽 눈이 같은 철자를 바라보지 않을 때가 있고, 심지어 왼쪽 눈이 오른 쪽 눈보다 텍스트의 오른 쪽 철자를 바라보고 있을 때도 있다.

4. 평균적으로 점프 열 번 중 네다섯 번은 왼쪽과 오른쪽 눈의 타겟이 되는 철자가 다르다. 하지만 이 ‘어긋남’이 텍스트 이해에 큰 영향을 주진 않는다.

5. 눈이 착지할 시점을 정확히 잡는 것 같지만 점프의 10-15 퍼센트는 정확히 원하는 지점에 가 닿지 못한다. 눈이 우에서 좌로 ‘빽’을 하는 경우는 단순히 잘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눈의 계산 미숙에 의한 것이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독서시 안구운동은 ‘디폴트로’ 다양한 오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오류가 독서를 불가능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서수 앞에는 정관사 The가 필요하다?

First, second 등의 서수 앞에는 반드시 the를 붙여라?

저도 오랜 시간 이것을 ‘규칙’으로 외우고 있었습니다. 서수 앞의 ‘the’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우니까요. 그런데 이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다음 예를 보시죠.

“She took a first step in jazz.” (그녀는 재즈에 첫 발을 디뎠다.)

“It is a first step toward a deeper understanding of feminism.” (그것은 페미니즘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첫 걸음이다.”

이와 같이 ‘a first ~’ 구문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죠.

아, first 말고 다른 예시는 없냐구요? (슬쩍 넘어가려고 했는데 ^^;;) 있습니다. 다음 예를 볼까요?

“She gave me a second look.” (그녀는 나를 두 번째(다시) 쳐다보았다.”

The coach gave him a second chance. (코치는 그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었다.)

이 문장들에서도 “a”가 서수인 second 앞에 붙었네요.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설명인 “the + 서수”와 이들 예는 어떻게 구별되는 것일까요?

다시 완벽한 정답은 없습니다만, 일반적으로 “the + 명사”가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보면 차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The + 명사”는 특정(specify)할 수 있는 대상을 가리킵니다. 따라서 “The first”라는 표현은 여러 개의 대상 중에서 ‘첫 번째’라고 콕 짚어서 이야기할 때 씁니다. 예를 들어, 글 속에서 “There is a total of five examples.”라는 문장이 나왔다면 그 다음에 ‘첫 번째’라고 할 때는 “The first”를 쓰는 게 맞습니다. 다섯 가지 예시가 있다고 했고, 그 중에서 첫 번째는 특정할 수 있는 대상이죠. 독자는 다섯 번째 예시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거구요.

그런데 위에 제시한 ‘a first step’이나 ‘a second look’과 같은 표현들은 한정된 원소로 이루어진 집합에서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와 같은 개념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습니다. ‘첫 걸음’이라는 표현이 ‘두 번째 걸음’과 ‘세 번째 걸음’이라는 대상을 상정하지 않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a second look’은 ‘다시 보았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을 뿐, ‘첫 번째 보기’나 ‘세 번째 보기’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습니다. “A second chance”의 경우도 동일한 원리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자 그럼 이런 원리를 염두에 두고 다음 문장의 관사를 골라 보시죠.

I need a/the/무관사 second job. (이대로는 먹고 살 수가 없네. 일자리가 하나 더 필요해. – 이런 맥락에서)

The politician is considering a/the/무관사 third option. (옵션 A와 B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듣고 있던 사람이 새로운 옵션 이야기를 꺼낼 때.)

#관사공부중
#아직멀었다

This is your brain on communication

Cognitive neuroscience of storytelling – One of the most interesting TED talks I have recently watched. Highly recommended.

“Neuroscientist Uri Hasson researches the basis of human communication, and experiments from his lab reveal that even across different languages, our brains show similar activity, or become “aligned,” when we hear the same idea or story. This amazing neural mechanism allows us to transmit brain patterns, sharing memories and knowledge. “We can communicate because we have a common code that presents meaning,” Hasson says.”

This의 심리적 의미

This! #This

영상 처음 멘트에, 또 맨 끝 자막으로 “This”가 나온다. #This 태그도 있다. ‘바로 이거’ 정도의 의미 되겠다. 기사나 영상을 공유하면서 별말 없이 “This”라는 주석을 다는 이들도 종종 있다. “This”가 기본의미로 쓰이면 화자와 물리적으로 가까운 대상을 가리킨다. 이는 화자와 멀리 있는 “That”과 대비된다. 그래서 눈 앞에 있는 뭔가에 주목하라고 할 때 “Look at this!”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아래 동영상의 제작자나 “This”라는 한 마디를 달고 게시물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This”라는 표현을 씀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바로 자기 자신 앞에 있는 것” 즉, 심리적으로 가깝고 흥미로운 현상에 주목하기를 바란다. 일상생활에서 이미 이러한 “This”의 기능에 익숙해진 뇌는 “This”라는 표현에 자연스럽게/자동적으로 반응한다. 순간이지만 동영상이나 기사를 자기 앞에 있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There is” 구문 중에도 이러한 this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 “There is this~ 구문이 있다. 예를 들어 “There is this weird guy at the local library.”라고 하면 “동네 도서관에 이런 이상한 남자가 있는데…” 정도의 의미인데, “this”를 사용함으로써 듣는 사람의 주의를 집중시킨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자신의 마음 속 장면으로 청자를 초대하여 ‘가까이서’ 생생히 그 남자를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This는 물리적 거리이면서 심리적 거리다. 많은 언어표현은 이렇게 물리적 세계와 심리적 세계에 걸쳐 있다. 인간만이 언어를 가졌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많은 동물들이 나름의 언어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리적 세계와 심리적 세계, 또 상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인간 언어의 특이성을 논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뭐 그리 대단할 것도 없지만 말이다!

https://www.facebook.com/mlb/videos/10154269475682451/

시멘트 vs Cement, 그리고 뇌의 처리 패턴

한국어 사용의 ‘잔재’로 특정 영어 표현의 느낌이 영 좋지 못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cement a marriage/relationship”같은 표현. 한국어 단어 ‘시멘트’를 수십 년 써왔더니 저 표현들을 볼 때마다 공사장에 시멘트를 들이 붓는 장면이 생각나면서 눈살이 살짝 찌푸려진다. “결혼/관계를 단단하게 만들다, 유대를 강화하다” 정도의 중립적 의미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그러고 보니 시멘트라는 구체적 개체가 ‘유대를 강화하다’라는 추상적 의미로 사용될 때의 뇌 활성화 패턴에 대한 연구는 있지만, ‘외국어-외래어’ 짝에 대한 반응을 살펴본 연구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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