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귀스틱스

Posted by on Aug 31, 2014 in 말에 관하여, 일상 | No Comments

아내와 아침거리 사러 다녀오는 길. 고양이 한 마리가 눈길 한 번 안주고 스윽 지나간다. ‘그래도 얼굴은 한 번 보여줘야지?’ 다시 보고 싶어 뒤통수에 대고 ‘외국어’로 이야기한다.

“냐옹. 냐옹.”

엉엉. 뒤돌아보긴 커녕 더 잰 걸음으로 사라지는 냥님. ㅠㅠ

“그렇게 해서 어디 돌아보겠어? 더 빨리 도망가잖아. ‘냥귀스틱스 (냥guistics)’ 연구 좀더 해야겠구만!”
“아아 그런가? 냥귀스틱스? 제대로 좀 해봐야겠네. ㅎㅎㅎ”

골목을 돌아 걸어오는데 모녀로 보이는 두 사람이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 옆 건물 어디선가 들려오는 멍멍이 소리.

강아지: “멍멍. 멍멍멍. 멍멍.”
소녀: “멍멍. 멍멍멍.”
강아지: (훨씬 더 크고 사납게) “워..ㄹ 멍!멍! 멍멍멍!!! 크르ㄹㄹㄹㄹ릉”

이번에는 내가 조용히 한 마디.
“어이구. 아가씨 멍귀스틱스 (멍guistics) 공부 좀 해야겠네.”
“ㅎㅎㅎ 멍귀스틱스.”
“응. 냥귀스틱스, 멍귀스틱스.”
“그래. 열심히 좀 해 봐.”

이번 여름을 지나면서 가장 큰 수확은 아마도 냥귀스틱스의 세계에 한 발 들어섰다는 것. 아직 왕초보이지만 꾸준히 익혀봐야지.

 

냥귀스틱스

우울증과 착한 사람들

Posted by on Aug 31, 2014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어머니랑 식사를 하다가 로빈 윌리암스가 죽기 전 우울증으로 고통받았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우울증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랬구나. 근데 우울증으로 힘든 사람이 왜 점점 많아지는 거 같냐?”
“점점 많아지는 건지, 아니면 원래 많았는데 점점 더 많이 발견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확실한 건 우울증이 그저 남 이야기는 아니라는 거죠.”

사실 우울증이라는 주제를 꺼내면서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꽤나 오래 전이지만 어머니가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계신 걸 ‘격렬하게’ 느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때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해주신다.

“오장육부가 약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마음이, 정신이 약한 사람이 있어. 그런 사람이 걸리는 거지.”
“어머니…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 안하셨잖아요?”
“물론 지금도 각자가 건강하게 살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는데… 살다 보니 마음이 투명하고 맑은 사람이 잘 걸리는 것 같더라. 여리고 착한 사람들 말이야.”
“네네. 그런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죠. 제 아는 친구 중 하나도 교통사고 때문에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먹은 경우가 있었는데… 참 좋은 친구거든요. 활발하고 배려잘하고… 자기가 우울증 앓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대요.”
“그랬구나. 넌 우울하고 뭐 그런 거 없지?”
“네네 없어요. 어머니도 그런 거 없으시죠?”
“엄마야 괜찮지.”
“힘들고 우울하고 그러면 바로 바로 연락하세요. 혼자 삭히지 마시고요.”
“걱정하지 마. 엄마가 이 정신이 강하잖아.”
“네. 알죠. 그래도요.”

돌아오면서 ‘여리고 착한 사람들’에 대해 생각한다. 힘겨워도 하소연 않는 사람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물불 안가리고 뛰어드는 사람들, 계산할 줄 몰라 마음 송두리째 다 주어버리는 사람들, 바른 길 내려 거대한 힘과 맞짱뜨는 사람들, 아픔을 주지 않으려 아픈 상처 보듬어 안는 사람들… 맘 속에 그런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 하나 떠올려 본다.

그런 이들이 우울증으로 더 고통받는지에 대한 과학적 답은 갖고 있지 않다. 다만 그런 이들이 서로의 손을 잡지 않는다면 세상은 더욱 암울해질 거라는 생각은 점점 굳어져 간다. 아 우울해…

9월에는 기쁜 소식을 많이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14. 8월의 마지막 날에.

8월의 마지막 주말

Posted by on Aug 30, 2014 in 단상 | No Comments

세상이 너에게 가혹하다 해서
스스로를 가혹하게 대할 필요는 없어.”
아침에 일어나 나에게 중얼거린 말.

햇살 따가운 8월의 마지막 주말이 시작되었다.

오늘의 문장

Posted by on Aug 29, 2014 in 강의노트, 수업자료 | No Comments

아이들에게 “turn on/off” / “remote control”을 가르쳐 주는 중이었습니다.

“방금 배웠죠? ‘turn on’이 ‘켜다’라는 뜻이니까 ‘turn on the TV’는 뭘까요?”
“‘TV를 켜다’요.”
“그렇죠? 그러면 ‘TV를 끄다’는 어떻게 하면 되겠어요?”
“(조금 느리게) turn… off… the… TV요.”
“그쵸? on 대신 off를 쓰면 되겠죠. 따라해 보세요. ‘turn off the TV'”
“turn off the TV”
(이제 리모콘이 remote control에서 왔다는 것을 가르쳐 줄 차례) “그럼 TV 켜고 끌 때 뭘 사용하죠?”
(조용)
“(다시 한 번) 뭐 가지고 TV 켜고 끄죠?”
(키득거리며) “발이요.”
($@#%@#) “아……. 발… (순간 당황했지만 흩어지는 정신을 수습하여) 근데 오른손잡이?”
“네네.”
“그럼 오른 발로 켜고 끄겠네요?”
“ㅎㅎㅎ 네네.”
(칠판에 ‘I turn on the TV with my right foot.’을 쓰며) “그럼 이렇게 되겠네요. 따라해 보세요. “I turn on the TV with my right foot.””
“I turn on the TV with my right foot.”
“좋아요. 그럼 ‘끈다’라고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I turn… off… the…TV… with…my…right…foot?”
“네네. 맞아요. on 대신 off를 쓰면 되겠죠? 근데 계속 발로 끄네요? ㅎㅎㅎ”

이리하여 나온 오늘의 문장은
“I turn on the TV with my right foot.”이 되겠습니다.

Podcast: Lexicon Valley

Posted by on Aug 29, 2014 in 링크, 수업자료 | No Comments

Slate.com의 언어 관련 Podcast <Lexicon Valley>입니다. 주로 영어 어휘와 문법에 관련된 주제로 꾸며집니다. 얼핏 제목만 살펴봐도 흥미로운 주제가 많네요.

http://www.slate.com/articles/podcasts/lexicon_valley.html

오늘은 언어와 사고에 관한 에피소드를 들었습니다.

“No, Your Language Doesn’t Influence How You Experience the World”

Listen to Slate’s show about The Language Hoax, in which author and linguist John McWhorter pushes back against the idea that language affects culture.

http://www.slate.com/articles/podcasts/lexicon_valley/2014/07/lexicon_valley_the_language_hoax_by_linguist_john_mcwhorter_takes_on_the.html

Déjà Vu

Posted by on Aug 28, 2014 in 단상 | No Comments

또하루http://i0.wp.com/writinglife.kr/wp/wp-content/uploads/2014/08/또하루.jpg?resize=1024%2C577 1024w” sizes=”(max-width: 1024px) 100vw, 1024px” />

마중가는길1http://i1.wp.com/writinglife.kr/wp/wp-content/uploads/2014/08/마중가는길1.jpg?resize=1024%2C577 1024w” sizes=”(max-width: 1024px) 100vw, 1024px” />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 그리고 일상의 규범화

Posted by on Aug 28, 2014 in 강의노트, 링크, 말에 관하여 | No Comments

격식성(formality) 이야기를 하다보니 생각나는 게 있다. 예전에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 줄여서 ‘애정남’라는 개그 코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었는데, 에피소드들 중 상당수는 큰 의미에서 본 격식이 애매하기 짝이 없다는 점을 파고든 것이었다. 객관적으로 정의되거나 사회적 규범으로 굳어지지 않은 요소들을 발굴해 ‘선을 그어주는’ 포맷이었던 것. 인생에서 코드화되지 않은 상호주관성의 영역은 어디에나 널려 있고, 일상은 ‘상대가 이 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다’는 암묵적 가정 위에 굴러간다. 그런데 이런 가정은 늘상 충돌을 일으킨다. 이런 관찰을 기반으로 최효종(애정남)의 처음 멘트를 다시 써보면 다음과 같다.

=========

“여러분. 대한민국이 왜 아름다운지 아십니까?” – 인간 행동의 일거수 일투족이 규약화되고 법제화되지 않아서 좋지 아니한가? 인사할 때 각도까지 정해져 있고, 악수할 때 시간까지 지켜야 한다면 얼마나 숨막히겠나?

“바로 우리들만의 약속이 있기 때문입니다.” – 외부로부터 강제되는 규범이 아닌 ‘우리'(특정 커뮤니티에서 사회화를 거친 모든 사람들)만의 암묵적 가정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정들을 갖고 있는 인간은 없다.

“예를 들면 연인간의 터치, 요거 애매~합니다.” – 연인 사이의 육체적 교감의 정도. 이거 법으로 정해져 있지도 않고, 매뉴얼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근데 누구나 이런 고민을 하게 되지 않나?

“둘만 있을 때야 누가 뭐라고 하겠나마는” – 사적 관계에서의 행동의 규약은 둘이 알아서 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이나 제도, 국가가 뭐라 할 수 없는 것이지만은. 니네들이 알아서 하면 되지만.

“다른 사람 앞에서 애매한 게 현실이예요.” –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사실이니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를 경우가 많다. 사적 영역이 공적 영역으로 넘어갈 때 매너, 규약, 법률 등이 출현할 수밖에 없다.

=========

애정남은 이런 말을 하고 나서 ‘스킨쉽’의 애매함을 해결하기 위한 기준으로 연령을 제시한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기존의 애매함을 깨기 위해 또다른 애매함, 예를 들어 친소의 정도, 사랑에 대한 확신 등을 동원하는 것이 아니라 연령이라는 생물학적으로 확립된 기준을 동원하고 있다는 점. 다른 에피소드에서 이런 전략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이런 해법은 개그 속에서나 가능하다. 실제 우리네 삶의 대부분은 애매함이 다른 애매함과 관계를 맺고 긴장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사랑, 우정, 미움, 질투 등등… 무엇 하나 계량화와 엄밀한 개념정의로 규칙을 정할 수 없다는 말이다. 하긴 삶만 그런가? 인간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코드인 언어도 애매함과 메타포로 꽉 차 있다. 이런 특징은 인간의 언어(자연어)와 프로그래밍 언어를 구분하는 중요한 자질이다.

덧댐: 언젠가 언어철학과 개그라는 책을 쓴다면 “애정남”은 “비트겐슈타인과 상호주관성”으로, “생활의 발견”은 “바흐친과 맥락”이라는 주제로 써보면 재미날 듯하다. 누가 읽을 지는 모르지만. ㅎㅎㅎ

 

 

사람의 얼굴과 이모티콘: 뇌는 어떻게 반응할까?

Posted by on Aug 28, 2014 in 링크, 수업자료 | No Comments

우리 뇌가 얼굴 표정의 이모티콘을 볼 때 실제 사람의 얼굴을 볼 때와 비슷하게 반응한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두 가지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구요. :)

“Now, researchers say that not only do we know what the little :) means, but we actually perceive it the same way we perceive an actual human face… This signal, called the N170 event-related potential, is the highest when people see actual faces, but was also high when people saw the standard emoticon :).”

http://www.smithsonianmag.com/smart-news/your-brain-now-processes-smiley-face-real-smile-180949732

이메일에서 느낌표의 사용

Posted by on Aug 28, 2014 in 말에 관하여, 수업자료 | No Comments

보통 공식적인 이메일에서 느낌표를 사용하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격식성을 떨어뜨린다는 이유죠. 하지만 다음과 같이 매우 적절하게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

나: “국가기관이나 회사 상당수가 수요일 휴일로 지정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학교는 수요일부터 정상적으로 수업을 하는 것인지 궁금해서 문의드립니다.”

학과 조교: “9월 10일은 저희 학교에서도 공식휴일로 지정했습니다. 수업도 없습니다!”

Buzzfeed 비디오 제목에서 배우는 것

Posted by on Aug 28, 2014 in 링크 | No Comments

Buzzfeed의 비디오가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이유는 늘상 겪게 되는 문화적, 인종적, 성적, 언어적, 행동적 편견을 재미나게 비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목표가 학문적 탐구나 사회운동은 아니니 본격적인 심리학, 사회학적 분석이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제목을 살펴보면 사회의 ‘가려운 곳을 긁는’ 이야기들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들 주제 외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 음식과 연애, 섹스 이야기다.

“10대가 부모가 이야기하듯 말한다면”
“미국인들이 설명하는 영국영어”
“여자 Geek이 남자 Geek처럼 행동한다면?”
“금발은 정말 더 재미나게 사나요?”
“주별로 가장 인기있는 트위터 프로필”
“10대 속어를 설명하는 아무 생각 없는 어른들”
“여성이 하는 화장을 처음 해보는 남성들”
“흑인들이 백인들이 (그들에게) 말하듯 말한다면”

 

 

Lo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