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의 발달

Posted by on Sep 30, 2014 in 강의노트, 말에 관하여, 영어 | No Comments

어휘의 발달을 생각할 때 가장 흔히 떠올리는 것은 ‘아는 단어의 수가 많아지는 것’이다. 시험 준비를 위해 어휘집을 사서 외우는 경우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겠다. 어휘의 양적인 팽창이 어휘의 발달에서 뼈대를 이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상위 학습자로 가면 갈수록 단순한 어휘량의 증가는 그다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단계가 올라갈 수록 중요해지는 것은 한 가지 어휘에 담긴 다양한 의미의 이해, 기본 어휘의 메타포적 사용, 연어(collocation) 등 개별단어를 넘어선 단어들의 연결 패턴 습득, 단어가 특정 문화에서 갖는 함축적 의미 파악 등이다. 이들을 대략적으로 어휘의 깊이(depth)라고 할 수 있겠다.

어휘를 깊이 알게 되면서 단어들 간의 관계(relations/associations) 이해에 있어서 새로운 양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다음을 보자.

1. 팔, 다리, 머리

2. 집, 회사, 학교, 동아리

어린 아이들이라면 1번의 단어들과 2번의 단어들을 서로 다른 범주에 속한 것으로 파악할 것이다. 하지만 어휘지식이 발달하면서 다음과 같은 새로운 범주가 형성된다.

3. 집, 회사, 학교, 동아리 = 조직

4. 팔, 다리, 머리 = 신체

여기에서 더 나아가 비유적인 표현을 익히게 된다. 따라서 1과 2 사이에 새로운 연결고리가 형성된다.

5. 회사의 머리, 동아리의 팔다리

 

물론 이는 어휘발달의 양상을 보여주기 위해 단순화시켜 만든 예다. 중요한 것은 어휘수의 증가 못지 않게 어휘의 깊이에 대한 지식, 어휘들간의 관계 설정 등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무작정 어휘를 늘린다고 언어실력이 단기간에 향상되지 않는 이유를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어휘발달의 다면적 양상에서 한 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겠다.

영어에서 가장 흔한 어휘들 – 몇 가지 범주에 대하여

1. Delexical verbs

https://learnenglish.britishcouncil.org/en/english-grammar/verbs/delexical-verbs-have-take-make-and-give

위키피디아에서는 Light verb 항목에 나와 있다. (http://en.wikipedia.org/wiki/Light_verb)

a. Sam did a revision of his paper. – Light verb construction
b. Sam revised his paper. -Full verb
a. Larry wants to have a smoke. – Light verb construction
b. Larry wants to smoke. – Full verb
a. Jim made an important claim that…. – Light verb construction
b. Jim claimed that… – Full verb
a. Mary is taking a nap. – Light verb construction
b. Mary is napping. – Full verb

2. Modal items

English Modal auxiliary의 종류는 다음 링크에 잘 설명되어 있다.

http://en.wikipedia.org/wiki/Modal_verb#English

이 항목들을 왜 modal auxiliary라고 부르는지 살펴보면 좋겠다.

The verbs in this list all have the following characteristics:

They are auxiliary verbs, which means they allow subject-auxiliary inversion and can take the negation not,
They convey functional meaning,
They are defective insofar as they cannot be inflected, nor do they appear in non-finite form (i.e. not as infinitives, gerunds, or participles),
They are nevertheless always finite and thus appear as the root verb in their clause, and
They subcategorize for an infinitive, i.e. they take an infinitive as their complement

3. stance words

“In linguistics, stance is the way in which speakers position themselves in relation to the ongoing interaction, in terms of evaluation, intentionality, epistemology or social relations.”

http://en.wikipedia.org/wiki/Stance_(linguistics)

“Linguistic and non-linguistic forms and strategies that show a speaker’s commitment to the status of the information that he or she is providing.”

http://grammar.about.com/od/rs/g/stanceterm.htm

4. Discourse markers

예시

http://english.edusites.co.uk/article/improving-writing-discourse-markers-a-teachers-guide-and-toolkit/

위키피디아의 정의

“In linguistics, a discourse marker is a word or phrase that is relatively syntax-independent and does not change the truth conditional meaning of the sentence, and has a somewhat empty meaning.Examples of discourse markers include the particles “oh”, “well”, “now”, “then”, “you know”, and “I mean”, and the connectives “so”, “because”, “and”, “but”, and “or”.

In Practical English Usage Michael Swan defines a ‘discourse marker’ as ‘a word or expression which shows the connection between what is being said and the wider context’. For him, a discourse marker is something that either connects a sentence to what comes before or after, or indicates a speaker’s attitude to what he is saying. He gives three examples: on the other hand; frankly; as a matter of fact.”

http://en.wikipedia.org/wiki/Discourse_marker

5. Basic nouns

가장 자주 나오는 단어 100개 http://en.wikipedia.org/wiki/Most_common_words_in_English

cf. General Service List http://en.wikipedia.org/wiki/General_Service_List

New General Service List http://www.newgeneralservicelist.org/

Most frequent letters http://en.wikipedia.org/wiki/Frequency_analysis

6. General deictics

“A word or phrase (such as this, that, these, those, now, then) that points to the time, place, or situation in which the speaker is speaking. Also known as deixis. Deixis is expressed in English by way of personal pronouns, demonstratives, and tense.” (http://grammar.about.com/od/d/g/deicticterm.htm)

7. Basic adjectives

cf. fine/great 등은 기본 형용사이면서 매우 높은 빈도수 기록. 대답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

8. Basic adverbs 

9. Basic verbs 

— 이상의 분류는 O’Keeffe, McCarthy, & Carter. (2007). From Corpus to Classroom. Cambridge.의 2장에 따른 것입니다. 위의 목록은 빈도 최상위에 속하는 약 2000 단어를 분류한 결과입니다.

 

 

 

하늘을 사랑하는 이유

Posted by on Sep 29, 2014 in 단상 | No Comments

키로 사람을 가르고,
몸무게로 사람을 가르고,
외모로 사람을 가르고,
옷으로 사람을 가르고,
신발로 사람을 가르고,
장신구로 사람을 가르고,
헤어스타일로 사람을 가르고,
피부색으로 사람을 가르고,
목소리로 사람을 가르고,
걷는 모양새로 사람을 가르고,
발음과 억양으로 사람을 가르고,
사투리로 사람을 가르고,
성별로 사람을 가르고,
성적 지향으로 사람을 가르고,
종교로 사람을 가르고,
출신학교로 사람을 가르고,
지식으로 사람을 가르고,
취향으로 사람을 가르고,
관상으로 사람을 가르고,
손금으로 사람을 가르고,
혈액형으로 사람을 가르고,
별자리로 사람을 가르고,
인종으로 사람을 가르고,
국적으로 사람을 가르고,
결혼으로 사람을 가르고,
소득으로 사람을 가르고,
부동산으로 사람을 가르고,
전화기로 사람을 가르고,
사는 동네로 사람을 가르고,
사는 높이로 사람을 가르고,
심지어는 밥으로도 사람을 가른다.

가를 수 있는 건 죄다 끌어다가 사람을 가르는 세상. 그래서 함부로 가를 수 없는 하늘이 좋다. 안에는 국가라는 조직에 찢긴 상처를 안고 있지만 여전히 온전한 존재.

하늘_가로등http://i1.wp.com/writinglife.kr/wp/wp-content/uploads/2014/09/하늘_가로등.jpg?resize=1024%2C682 1024w” sizes=”(max-width: 1024px) 100vw, 1024px” />

서른 다섯이 넘어서도 가난하면 네 탓

Posted by on Sep 28, 2014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잭 마 씨에게

선생이 서른 다섯이 넘어서도 가난하다면 순전히 자기 책임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저는 의견이 다릅니다만 여기에서 자세히 논하지는 않겠습니다. 당신이 이 글을 읽을 일은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어서 말이죠.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저는 빈곤의 구조적 뿌리에 대한 당신의 빈약한 이해가 순전히 당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건 모두 네 책임이라구”라는 생각은 일련의 사회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힘에 의해 체계적으로 재생산되고 확산되고, 또 강화되기 때문입니다. 당신도 이러한 요인들에 크게 영향받았을 수 있습니다.

안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성우 드림

Dear Jack Ma,

I recently read an article that reported that you suggested one should be blamed for one’s own poverty if (s)he is still poor over the age of 35. I have a different opinion, which I do not want to elaborate here, for I am confident that you will not read this post. I would like to make one point clear, though: I don’t think your lack of understanding about the structural roots of poverty is solely your own fault. The “it-is-all-your-fault” idea is systematically reproduced, circulated, and strengthened by a set of sociopolitical, economic, cultural forces. You might have been heavily influenced by these factors.

Thank you for not reading this post.

SW

 

잭마http://i0.wp.com/writinglife.kr/wp/wp-content/uploads/2014/09/잭마.jpg?w=960 960w” sizes=”(max-width: 960px) 100vw, 960px” />

내 인생의 책 열 권

Posted by on Sep 27, 2014 in 말에 관하여, 일상 | No Comments

<내 인생의 책 열 권>

사실 열 권을 고르는 게 쉽진 않았습니다. 책을 아예 읽지 않은 건 아니지만 제대로 기억하고 실천하는 게 없어 감히 ‘마음에 남아있다’거나 ‘내 삶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말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공간을 통해 늘 좋은 가르침을 주시는 전성원님, 김서경님, 김경은님께서 지목해 주신 터라 감사의 마음으로 책 열 권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1. 조영래. <전태일 평전>. 아름다운 전태일. – 대학 초반, 세상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답과 도전을 동시에 준 책입니다. 그의 삶을 생각하면 여전히 부끄럽지만, 세상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에 대해 고민하게 해준 책으로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2. Lev Vygotsky. <Mind in Society>. Harvard University Press. – 제 학문적 작업에 초석을 놓은 책입니다. 지도교수를 만나고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리터러시와 언어교육을 고민하게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구요.

3. 조정래. <한강>. 해냄. – 다른 이유는 없고요. 재미있어서 가장 빨리 읽어치운 장편으로 기억합니다. ^^

4. Lois Lowry. <The Giver>. Laurel Leaf. – 청소년을 위한 문학작품 중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입니다. 기억하는 행위의 고통과 외로움을 생생하게 보여주었죠. 요즘같은 시대에 더더욱 와닿는 내용이어서 최근에 한 번 더 읽기도 했습니다.

5. C.S. 루이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홍성사. 흔히들 “악”이라 말하는 추상적 개념에 살을 제대로 붙여준 책입니다. 악의 일상성, 지혜로움을 그려내는 작가 C.S. 루이스의 날카로운 통찰에 대해 놀라기도 했죠.

6. Howard Zinn.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Harper Perennial Modern Classics. – 이 책을 통해 하워드 진을 인생의 스승으로 만났습니다. 함께 소리내어 읽었던 3R 친구들과의 추억도 참으로 소중하고요.

7. 이어령. <말>. 너무 오래되어서 출판사는 잘 모르겠네요. 중학교 때 읽었던 책인데, “문장을 다듬고 단어를 고르는 일”에 대해 구체적인 고민을 처음으로 던져준 책입니다.

8. 김수영 전집. <시>. 민음사. 이젠 조금 철지난 표현이 되어버렸습니다만, “치열하게 살며 쓰기”의 뜻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시인의 언어에 매료되었습니다. 치열함이 점점 식어가는 요즘,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그의 얼굴이 담긴 쇼핑백을 받으면 괜히 시선을 피하게 됩니다. ^^;;;

9. Daniel J. Levitin. <This is your brain on music>. Plume/Penguin. 인지과학 관련 대중서 중에서 가장 흥미 진진하게 읽었던 책입니다. 읽는 내내 ‘대중을 위한 과학책은 이렇게 써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었죠. 응용언어학에 대해 이런 책을 써보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한 책이기도 합니다.

10. 곽재구. <사평역에서>. 창비. 그의 시가 위대해 보이거나 충격적이지 않았습니다만, 시인의 성정이 제 마음과 많이 닮았다고 느꼈습니다. 순전히 착각일 수 있겠습니다만, 시를 읽으며 시인과 ‘통했다’는 느낌을 꽤 자주 받았거든요. 

이상으로 생각나는 책 열 권을 두서없이 나열해 보았습니다. 다른 분들께도 이야기를 듣고 싶지만, 여기에서 마칠까 합니다. 책에 관해 생각을 할 기회를 주신 세 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일상 속의 죽음, 죽음 속의 일상

Posted by on Sep 27, 2014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세상에서 마음이 가장 무거웠던 어느날의 일기] 며칠 전 이수역에서 벌어진 80대 시민의 끔찍한 사망사고에 대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주낙현 신부님의 글을 읽으며 2005년의 어느 일기를 다시 찾지 않을 수 없었다.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의 명복을 빈다.

========

아침에는 몸이 많이 무거웠다.
늦게 운동을 하고 자서 그런지 다리도 시큰거렸고
오늘 맡은 몇 건의 계약도 그다지 재미있는 일이 아니었고
무엇보다 요 며칠 업무에서 느끼는 무기력감이 아침마다 나를 엄습해서
어지간하면 30초 안에 수건을 들고 욕실에 들어가는 게 보통이지만
2분을 뒤척거리고 나서야 떠지지 않는 눈을 부비고 일어섰다.

참 신기한 건 그렇게 힘들게 일어나도
어머니가 지어주신 아침을 먹고 나면 하루를 살 기운이 생긴다는 거다.

일곱 시 사분, 신대방역 도착.
며칠 전에 느긋하게 열차 한 대를 보내고 나서 10분만에 온 열차 때문에 한바탕 “출근길 쑈”를 한 터라 잽싸게 정거해 있는 열차에 올랐다.

여느 때처럼 몸을 열차 벽면에 비스듬히 기대고 책을 한 자 볼까 하고 있는데
이 열차 분위기 별로 좋지 않다.

웅성거림.
차가 조금 오래 서있었나 보다.

“왜 이렇게 안가? 바빠죽겠는데.”

몇몇 사람들의 판에박힌 문구.
입밖으로 내진 않았지만 나도 그런 생각이었다.

생각보가 차가 오래 안갔다.
아침시간의 정차 1분의 위력은 꽤 큰데
3-4분이 지나도록 꿈쩍도 않는 열차.
여기 저기서 불평이 고함이 되어 터져나오고 있었다.

“이거 왜 안갑니까?”
“빨리 갑시다. 빨리. 뭐하는 거야, 지금.”

그때 방송이 나왔다.

“승객여러분. 선로 위에 사람이 누워있는 관계로 출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전한 열차 내에서 잠시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선로 위에 사람이 누워있습니다.”

웅성거림은 더욱 심해졌다.

“사람이 누워있다구?”
“응, 그렇대. 어떤 미친놈이지?”

옆에 있던 한 할아버지는 쩌렁 쩌렁 울리는 소리로 말했다.

“요즘 사람들이 제정신이 아니야. 저런 정신없는 놈들은 잡아다가 족쳐야 돼.”

옆의 할머니도 거들었다.

“미친 사람인가 보네. 빨리 끌어내야지. 왜 아직 안끌어내고 있는 거야.”

그때 앞에 승객이 기관사를 향해 소리지른다.

“빨리 갑시다. 빨리.”

유난히 많은 사람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 소리들이 무척이나 거슬렸다. 난 내가 지각을 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지각보다 그들의 웅성거림을 더욱 피하고 싶었다.

그 때 119 구조대원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경찰이 나타났다. 정차한 지 약 10분 후.

“이제야 오네. 참 늦게도 온다.”
“이제 빨리 끌어내야지.”

난 이제 지각을 기정사실화했다.
무슨 일이 있는지 보고 싶어졌다.
어떤 사람과 구조대원의 실랑이를 예상하며.
차량에서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실랑이는 없었다.

차량 맨 앞칸에서 30여미터 앞에 사람이 반듯이 누워 있었다.
잠바를 얼굴까지 뒤집어 쓴 모습.
허름한 옷차림의 노숙자 같았다.
그런데 알 수 없는 것은 그 사람의 목이 있어야 할 자리가 푹 꺼져 있는 것이었다.
머리가 있다면 뭔가로 덮어도 그 윤곽이 드러날텐데.

경찰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진을 찍는다는 건 그 사람이 죽어 있다는 뜻이다.
갑자기 현기증이 났다.
자살, 목없는 사람.
김선일과 이은주 같은 이름들이 떠올랐다.

모든 게 한 순간 멈췄다.
열차도, 하늘도, 소음도.
몇 초간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번개를 맞은 듯 거기에 그대로 서 있었다.

나를 깨운 건 또 다른 항의들.

“빨리 끌어내고 출발합시다.”
“지금 바쁜데 이렇게 시간 계속 보낼겁니까?”
“빨리 갑시다. 빨리요.”

경찰은 안내방송을 주문하고
기관사 아저씨는 아까부터 계속 했다는 대답을 한다.

이번에는 구역질이 났다.
사람들의 웅성거림, 삿대질, 욕설.
세상을 다 안다는 듯한 논평들.
출근길을 방해하는 시체에 대한 증오어린 표정들.
그 와중에 잠에 빠져있는 사람들.

역내 방송이 크게 나왔다.

“이제 출발합니다. 모두 승차해 주십시오.”

회사로 가야 하는 나는 마법에 걸린 듯 열차 안으로 흡수되었고
열차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출발했다.

“이은주 죽은 다음에 자살률이 엄청 늘었대.
자살도 유행이야 유행.”

아무 생각 없이 던지는 노파의 말 한마디가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짜증을 넘어선 주체할 수 없는 감정.

뭐라 해야 하나.
삶을 마감한 망자 앞에서도 우린
지각을 걱정해야 한다.
버릇없는 인간들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줘야 한다.

열차는 평소와 다름없이
그가 누워있던 철로 위로 달렸다.

지금 열차가 달리는 길로
그가 걸어왔을 것이다.
약을 준비했거나
반듯이 철로에 자기를 뉘었거나…

그의 마지막 걸음을 생각하면
아찔한 고요함을 생각하면
숨이 막힌다.

“일상은 죽음보다 강하다”는 말이 떠오르고
난 계속 구역질이 났다.

.
.
.

열차 안은 결코 안전하지 않았다.

2005.3.24.

인터넷 언어의 진화

Posted by on Sep 27, 2014 in 링크, 말에 관하여, 영어 | No Comments

인터넷 언어의 진화 – “I can’t even”과 “because hungry”

1. “I can’t even” – 말하다가 만 것 같지만 이게 한 문장이다. 문법적으로 보자면 “본동사 없는 문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Urban Dictionary에 의하면 뭔가가 너무 재미있거나 무섭거나 귀여울 때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이런 예문이 나온다.

girl: “it was so awkward”
girl2: “OMFG AHAHAHA I CAN’T EVEN”

2. “Because hungry” – 링크한 기사에 따르면 “”She went to the store because she was hungry,”가 ” She went to the store, because hungry.”라는 식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문법적으로 because가 종속절을 이루는 접속사라는 점을 생각하면 분명 뭔가가 이상하다. 하지만 이런 문형은 온라인에서 심심찮게 관찰된다. “I have to quit here because hungry.”

http://mashable.com/2014/09/25/what-is-internet-speak/

정년퇴임식

Posted by on Sep 26, 2014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낙엽 – 권오량

한때는
새봄의 기쁨이었고,
여름의 주인이었고,
가을의 영광이었지.
그러나 이제
모든 것 버리고 간다.

제 소임 다 하려고
억수같은 비 성난 바람 견뎌내던
그 집착 선선히 버리고
일렁이는 바람조차 없는 오후에
조용히 내려앉는다.
때가 왔다는 이유만으로.

=========

석사과정 지도교수님의 정년퇴임식에 다녀왔습니다. ‘때가 왔다는 이유만으로’ 자리에서 물러나셨죠. 그렇게 세대도, 세월도 흘러갑니다. 자작시를 낭독해 주시는데 왜 제 눈이 그렁그렁해졌던 걸까요.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로 마음 따뜻해진 저녁이었네요.

권오량선생님http://i1.wp.com/writinglife.kr/wp/wp-content/uploads/2014/09/권오량선생님.jpg?resize=1024%2C768 1024w” sizes=”(max-width: 1024px) 100vw, 1024px” />

먹튀, 출튀, 벨튀, 그리고…

Posted by on Sep 25, 2014 in 강의노트, 일상 | No Comments

어? 출석을 부르자 마자 한 학생이 교실을 나간다. 남아있던 학생들 중 친한 친구들로 추정되는 몇몇이 일제히 장난섞인 야유를 보낸다.

“출튀! 출튀!”
“출튀?? 아… 먹튀처럼 ‘출석하고 튀기’인가요?”
“네네.”
“ㅎㅎㅎ 재미있네요. 다른 거 뭐 있나요?”
“벨튀요.”
“어? 그건 뭐죠? 벨튀? 처음 들어봤네요.”
“(일제히) 벨누르고 튀기요.”
“ㅎㅎㅎㅎㅎ 그것도 웃기네요. 또 뭐 없나요?”

짧은 침묵. 뒤쪽 학생 몇몇이 웅성거린다.

“아 뭐야, 정말~~ 왜그랬어~~~”
“뭐라고 했는데 그러나요?”
“(이야기한 학생이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PLL튀요.”
“(속으로는 ‘헉’ 했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리고) 아 PLL튀면 “Principles of Language Learning and 튀ching”*인가요? ㅎㅎㅎ”
“네. 피엘엘튀요.”
“앞으로는 발음 잘해야겠네요. 피엘엘튀 ㅎㅎㅎ”

정리: 먹튀, 출튀, 벨튀, 그리고 PLL튀!

*PLLT는 Douglas Brown 교수의 언어교육 관련 개론서. 영어교육과 학생들이라면 다 아는 책 이름입니다.

영어 구두점 punctuation 변화에 대하여

Posted by on Sep 25, 2014 in 링크, 말에 관하여 | No Comments

TIME에 구두점에 관한 재미난 기사가 실렸습니다.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추세에 대해 이야기하네요.

1. 이모지는 SNS 등에서 구두점과 같은 역할을 해내고 있다.
2. 예전 관습에서 벗어난 구두점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3. 아포스트로피의 사용이 줄어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예 없애자는 주장도 나온다.
4. 느낌표를 사용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조차 쓰게 만드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5. 하이픈 사용은 꽤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http://time.com/3423875/happy-national-punctuatio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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