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젠테이션은 언제나 목마르다

Posted by on Nov 26, 2014 in 단상, 수업자료, 일상 | No Comments

고요하던 교실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한참 프리젠테이션을 열심히 하던 학생, 나에게 아무 말도 않고 앞에서 네다섯 줄 떨어진 자기 자리로 샤샤샥 순간이동하며 내뱉은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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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목마르네!”

‘아 이런 듣도 보도 못한 상황이!’라는 생각에 순간 아찔해졌으나 이내 폭소에 동참하는 나를 발견한다.

“ㅎㅎㅎㅎㅎ 천천히 하세요.”

돌아오는 길, 학생의 말소리가 계속 생각난다. ‘아 진짜 목마르네!”

프리젠테이션은 <타는 목마름으로>라는 제목으로 마음에 남았다.

심사평 유감

Posted by on Nov 26, 2014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의 몇몇 심사평을 접하면서 ‘소위 ‘전문가’의 취향이 네임밸류를 입고 객관적 판단으로 둔갑할 때 대중이 잃게 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가 문득 기억나는 한 선생님의 말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글이 있는데, 그건 못쓴 글도 아니고 복잡한 글도 아니예요. 그건 세상의 가장 큰 비밀을 발견한 듯 떠드는 글이예요. 문장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런 글은 읽기가 거북해요.”

학문적 글쓰기에 대한 말씀이셨지만 세상의 수많은 일들에 적용이 가능한 듯하다.

-ed와 -ing가 붙는 형용사

Posted by on Nov 24, 2014 in 말에 관하여, 수업자료 | No Comments

중학교 때 excited/exciting, bored/boring와 같은 형용사들을 배우면서 “사람한테는 -ed로 끝나는 거 쓰고, 사물이나 사건은 -ing로 끝나는 걸 쓰라”는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무책임하고 무식한 설명인지.  지금은 저렇게 가르치는 사람이 없겠지. :(

고양이 독점?

Posted by on Nov 21, 2014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꼬물이었을 때부터 매일은 아니지만 자주 챙겨주던 녀석이 있습니다. 랑랑이라고 부르는 아이. 지금도 가끔 제 집쪽으로 와서 밥을 먹고 가곤 하죠. 최근에 뜸해졌다 싶었는데 태어난 빌라촌 옆 작은 연립으로 거처를 옮겼더군요. 밥통과 물통이 놓여있는 걸 보니 마음이 놓였습니다.

간만에 만난 아이랑 놀고 있었습니다. 랑랑이는 잘 울어요. 저를 보고 연신 냐옹거리자 건물 안에서 한 남성의 냐옹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돌봐주는 분인가 보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1-2분 지나자 사료를 가지고 나오시더군요.

사실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아저씨의 표정이 차가왔습니다. ‘여기서 얘랑 뭐하니?’라고 묻는 듯 했거든요. 말붙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돌아섰습니다. (물론 제가 잘못 봤을 수 있겠죠. 처음 보는 남자사람한테 친절한 눈길을 보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일 테구요. 그래도 전 냥이를 사랑하는 분들께는 친절한데, 엉엉 ㅠㅠ)

느낌이라는 걸 완전히 떨칠 수는 없어 조금은 씁쓸한 마음이었습니다. 성장하는 걸 지켜보았고, 계속해서 돌봐주던 아이인데, 새로이 돌봐주시는 분이 이전의 모든 일들을 다 없던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듯한 눈빛을 던졌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글을 다 쓰니 생각이 좀 정리되었습니다. 누가 돌보건, 또 누가 안 알아주면 어떻습니까. 랑랑이가 잘 먹고 즐겁게 지낼 수 있다면 말이죠. 

Exposure

Posted by on Nov 21, 2014 in 말에 관하여, 영어 | No Comments

Dictionary.com이 선정한 올해의 단어는 <Exposure>입니다. 아래 세 가지 의미 때문에 선정했다고 하네요.

1. Exposure: the act of bringing to public attention, especially through media coverage; publicity.

2. Exposure: an act or instance of bringing to light, revealing, or unmasking crime, misconduct, or evil.

3. Exposure: disclosure of something private or secret.

각각의 의미는 올해를 뒤흔든 세 가지 사건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구체적인 설명은 아래 비디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vimeo.com/112204493

거부하고 싶은 다양성

Posted by on Nov 20, 2014 in 단상 | No Comments

타인의 상처까지 자신의 몫으로 안고 가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상처를 주고도 모르는 이들도 있다. 심지어 무고한 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깨달음을 얻으라 윽박지르는, ‘가해자로서의 자부심’을 가진 인간들까지 있다. 이런 다양성은 진심으로 거부하고 싶다.

당황하게 해서 미안해요

Posted by on Nov 19, 2014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밤 수업을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섰다. 한적한 교정.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고 있는 세 학생. 낯익은 목소리 하나가 섞여있다. 오후 수업을 듣는 학생이다. 반갑다.

“(밝은 목소리로) OO씨?”
“(흠칫 놀라며) 아… 아… 안녕하세요?”
“이제 가요?”
“네네. (친구들 뒤로 숨으려는 시늉) 시험보고 나오는 길이예요.”
“반가와서 불렀는데 왜 숨으려고 하세요?”
“아 죄송해서요. 죄지은 거 같아서.”
“아아 무슨요. 전 오늘 안오셨길래 이렇게 만날 줄 몰랐네요.”
“네네 오늘 수업 못들어간게… 시험… 때문에… 내일은 꼭 갈게요.”
“그래요. 내일 수업 시간에 봐요.”

급 당황하는 학생에게 급 미안해진 나는 평소의 두 배 속도로 걷기 시작했다. 좀더 빨라지면 경보가 될 지경.

‘담부터 결석한 학생은 아예 아는체 말아야 하는 걸까. ㅠㅠ 근데 결석은 죄가 아니라고 말을 못해줬네, 쩝.’

학습서와 참고서적을 혼동하는 오류

Posted by on Nov 19, 2014 in 강의노트, 수업자료 | No Comments

외국어 학습자들이 범하는 가장 흔한 오류 중 하나는 ‘공부를 시켜주는 책’을 사러 갔다가 ‘자료만 잔뜩 들어있는 책’을 구입해서 돌아오는 일이다. 정보가 많을수록 본격적인 학습에 할당된 쪽수는 적을 수밖에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며칠 지나지 않아 외국어 실력은 그대로 남고, 책장만 더 화려해지는 (출판사에게 바람직한) 결과를 목도하게 된다. ‪#‎고백하자면제게도낯설지않은시나리오_엉엉‬

생애 초기 잠깐 노출된 언어는 영원히 사라지는가?

Posted by on Nov 19, 2014 in 링크, 말에 관하여 | No Comments

태어나서 겨우 몇 개월 들었던 말. 새로운 말을 쓰게 되면 영원히 사라지는 걸까요? 아래 연구에 따르면 개인이 의식할 수 있는 기억에는 없다 해도 뇌는 반응한다네요. 기억 저편에 있는 언어의 흔적이 생각하고 느끼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입니다.

“It astounded us that the brain activation pattern of the adopted Chinese who ‘lost’ or totally discontinued the language matched the one for those who continued speaking Chinese since birth. The neural representations supporting this pattern could only have been acquired during the first months of life,” says Ms. Pierce. “This pattern completely differed from the first group of unilingual French speakers.”

http://medicalxpress.com/news/2014-11-brain-response-lost-language.html

선생으로서의 감정노동

Posted by on Nov 18, 2014 in 단상 | No Comments

(두 가지가 상반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저런 분석을 내놓기보다 내게 주어진 감정노동을 정직하게 받아내는 것이 훨씬 가치있는 일일 때가 있다. 아직 멀었다는 생각에 마음 한켠이 욱씬거리는 귀가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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