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공부해야 하느냐고 묻지 말고…

Posted by on Apr 25, 2015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나의 허술함을 눈치채지 못한 순진한 누군가 내게) “응용언어학에서 구체적으로 뭘 공부해야 될까요?”라고 질문을 던진다면,

1. ‘무엇’ 이전에 ‘어떤 전제를 가질 것인가’를 물을 것이고 (세계관, 이론적 관점)

2. ‘뭘 공부해야 하느냐’라고 묻지 말고 ‘어떻게 알 수 있는가?’고 물으라고 말해줄 것이다. (연구방법론)

전자 없이 후자만 파는 사람들은 테크니션이 되기 쉽고, 후자 없이 전자만 파는 사람들은 별볼일 없는 사변가가 되기 쉽다.

학교 공부 끝낸 지가 언젠데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제서야 조금 알 거 같다.

길어진 평균 수명에 기대를 걸어야 하나 (먼산)

MOOC와 교육, 그리고 진짜 문제

Posted by on Apr 25, 2015 in 단상, 링크, 일상 | No Comments

무크(MOOC)와 거꾸로 교실: 기술은 교육을 구원할 수 없다

http://slownews.kr/39610

기술과 교육의 관계를 무크(MOOC), 판서, 거꾸로 교실(Flipped Classroom) 등의 키워드를 통해 살펴보았습니다.

어떤 기만

Posted by on Apr 25, 2015 in 강의노트, 단상 | No Comments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습자 중심 교육’을 수업방식의 문제로 환원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교육체제가 학생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시공간을 보장하는가이다. 학생들이 멋대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지 않고 ‘학습자중심’을 말하는 것은 얼마나 공허한 일인가. 제도적 틀 속에서의  자율을 ‘학습자 중심’이라고 말하는 것은 동물원의 우리 안에서의 자유를 말하는 것만큼이나 기만적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호명

Posted by on Apr 24, 2015 in 강의노트, 단상, 수업자료, 일상 | No Comments

. 모순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교육의 많은 문제는 학생들을 ‘학습자’라는 범주 안에 가두는 데서 발생한다. 그들은 학습자 이전에 생각하고 느끼고 배고프고 인정받고 싶고 졸립고 화나고 짜증나고 연애하고 싶고 드러눕고 싶은 인간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바로 그 이유로 간과하기는 쉽고 견지하기는 어려운 관점이다. 학생들이 ‘배우기 위해’ 학교에 왔다고 전제하는 순간 교육은 바로 어그러진다.

. 세상을 알아간다는 건 범주화 능력의 발달을 의미한다. 나와 너, 산 것과 죽은 것, 액체와 고체와 기체, 성별, 국가, 정상과 비정상, 선행과 악행, 개인과 사회 등등을 구분하고 개념화하는 능력 말이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인지와 언어의 발달, 과학개념의 습득이다.

. 반대로 윤리적 측면에서의 발달은 이 모든 범주들을 ‘파괴하는’ 과정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남과 여 그리고 트랜스젠더, 대한민국 사람과 외국인, 정치인과 일반 시민 등의 상위에 있는 하나의 개념, 즉 ‘인간’으로 이 모든 범주를 무력화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물론 ‘인간’을 넘는 개념화도 가능하다. 인간과 동물을 묶고, 인간과 동식물을 묶고, 생물과 미생물을 묶는 식으로의 확장 말이다.)

. 윤리적 힘은 단순한 인식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교과과정은 ‘인식(awareness)’에 특별한 지위를 부여한다. ‘너는 환경의식이 있니?’ ‘너는 인권의식이 있니?’

. 아이들에겐 감동적인 순수함도, 섬뜩한 사악함도 있다. 사회문화적 경험이 이 두 특성의 가장 중요한 근원이며, 그 경험의 대부분은 기성세대에 의해 조직된다.

. 중1 교과서에서 사춘기는 여전히 ‘질풍노도의시기’로 이야기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10대 초중반을 그렇게 호명하는 건 늘 어른들이다. 사춘기 아이들이 답안지에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써넣는 행위는 어떤 의미인가? 학생들이 기성세대를 자유롭게 묘사할 수 있는 기회는 왜 주어지지 않는가? 그런 기회를 준다면 지금 기성세대는 어떻게 호명될 것인가?

잡생각이 많은 밤이다.

입력 패러다임에서 경험 패러다임으로

Posted by on Apr 24, 2015 in 단상, 말에 관하여, 수업자료 | No Comments

“영어 시간 어때요?”
“싫어요.”
“싫어요? 왜? 재미가 없나요?”
“영어만 써서요.”
“…”
“영어만 쓰는데 뭔 소린지 하나도 못 알아들어요.”
“아 알아듣기 힘들죠. 그럼 뭐해요?”
“딴짓 하면서 알아듣는 척 해요.”
“…”

영어 교수의 결정적 변수가 언어입력(language input)이 되어버린 시대. 이럴 때일 수록 학습자들이 어떤 경험(experience)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입력” 패러다임에서 “경험”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오래 전부터 생각해 왔지만 작년부터 초등학생, 중학생들을 정기적으로 만나니 더 깊이 고민하게 된다.

선언하려는 유혹, 전문가의 책무

Posted by on Apr 22, 2015 in 과학, 단상 | No Comments

선언하는 사람들이 높은 인기는 말끔한 설명에 대한 다수의 욕망과 짝을 이루고 있지. 하지만 복잡한 걸 복잡하지 않다고, ‘이렇게 간단한 걸 너희들은 왜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냐’고 말하는 게 전문가의 권위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하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더라. 단도직입적이고 군더더기없는 설명은 불명확하고 복잡한 현상을 견뎌내는 힘을 약화시키지. 현상에 치밀하게 접근하는 방법론에 대한 고민 대신 ‘권위있는 상식’을 찾게 되고. 결국 이편 저편으로 나누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는 사람들이 점점 더 증가하는 거야.

복잡한 것을 단순화하려는 유혹에 대한 저항. 복잡한 건 복잡하다고 말하는 용기. 복잡다단함을 잘라내지 않으며 최대한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것. 그게 전문가의 의무 아닐까.

안개 자욱한 길은 조금씩 헤쳐가야 해.
햇살이 안개를 순식간에 걷어줄 때까지는.

개념 연예인 vs 개념 정치인

Posted by on Apr 13, 2015 in 단상, 말에 관하여 | No Comments

가끔 보이는 “개념 연예인”이라는 말. 얼핏 들으면 그런가 보다 하지만, 차별적인 느낌이 배어 있는 듯하다. 대부분의 연예인은 ‘개념이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 말이다.

우습고도 비극적인 건 한국 사회에서 ‘개념 정치인’이라는 표현이 더 설득력이 있다는 사실. ㅠㅠ

3개 국어를 구사하는 초등학생

Posted by on Apr 11, 2015 in 말에 관하여, 수업자료 | No Comments

“(자랑스럽게) 선생님, 저는 3개 국어를 할 줄 알아요.”
“정말요?”
“네.”
“그럼 한국어는 할 줄 아니까 다른 건요?”
“괴물어요.”
“괴물어? ㅎㅎㅎ 어떻게 하는 건데요?”
“(몸을 비틀며 알 수 없는 야수의 소리를 낸다) 키이힝힝힝”
“아아… 진짜 괴물이군요.”
“네. 완전 괴물.”
“괴물어 말고 뭐 할 줄 알아요?”
“(주저없이) 외계어요.”
“외계어요? 외계인들이 쓰는 말?”
“네.”
“그것도 한 번 해볼래요?”
“(또다시 몸을 뒤틀며 짐승의 소리를 낸다) 키이힝히히히힝”
“어? 외계어랑 괴물어랑 비슷한데요?”
“네. 걔네들 말이 좀 비슷해요.”
“오 그렇군요. 다른 외국어도 배워봐요.”

초등학교 5학년 아이와 대화를 하다가 마이클 토마셀로의 말이 생각났다. 인간은 언어가 다르면 소통을 못하는데, 다른 동물의 경우 같은 종이면 꽤 잘 통한다는 말. 외계인과 괴물은 같은 종인가?

그런데 외계인과 괴물이 비슷하다는 생각은 누가 심어 준거니?

학생의 수수께끼 하나

Posted by on Apr 10, 2015 in 강의노트, 말에 관하여, 일상 | No Comments

“(5학년 장난꾸러기 남자 녀석) 머리는 하나, 팔은 둘, 입은 다섯, 다리도 다섯인 것은 무엇일까요?”
“모르겠는데요?”
“아하하하하 그것도 몰라요? 다섯 살 짜리도 다 푸는 문젠데. ㅎㅎㅎㅎㅎ 진짜 몰라요?”
“모르는데… 뭐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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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긴 뭐예요. 괴물이지.”
%#$@%^@#@%%^!!

그렇구나, 괴물.

‘개’나 ‘고양이’, ‘스핑크스’ 수준의 명사만 생각했으니 절대 맞출 수 없었던 문제.

어떤 용감함

Posted by on Apr 10, 2015 in 강의노트, 일상 | No Comments

[어떤 용감함] 학생들과 사람의 성격을 나타내는 형용사 몇 개를 배운다.

“오늘은 사람 성격을 나타내는 말을 좀 배워볼까 해요. 자자, 그럼 먼저 brave. 따라해 보세요. Brave!”
“Brave!!”
“이거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
“…”
“없어요?”
“혹시… 용…감한?”
“오 맞아요.”
“나대는 건가.”
“나대는 건 좀 다르죠. 용감하다는 건 보통은 좋은 뜻으로 써요. 나대는 건 별로 안좋게 말하는 거잖아.”
“그렇죠.”
“물론 나쁘게 쓸 수도 있죠. ‘(비꼬는 투로) 걔 참 용감하네.’라고 하면 좋게 말하는 건 아니잖아요.”
“네네.”
“음 그러면 Do you think you are a brave person?”
“(거침없이) 네!”
“오오. 왜 brave하다고 생각해요?”
“선생님께 대들다가 생기부 끌려갔어요.”
“ㅋㅋㅋㅋㅋ”
“(옆 친구 왈) 야 그건 멍청한 거지!”
“그렇네요. Brave 랑 stupid랑 반반인 건가요?”
“치킨 반반.”
“ㅎㅎㅎㅎㅎ”

[어떤 유머] humorous 설명을 하는데 한 친구가 동영상을 보다가 빵터졌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막 보여주더니 나한테까지 가지고 온다. BB탄 발사가 가능한 장난감 권총에 칫솔을 달아 이를 닦는 모습을 담은 인터넷 방송이다. 딱 보기에도 위험하고 어이없는 영상. 아이들은 이런 게 재밌나 보다.

“이거 위험할텐데. 이러다가 이 다칠 수도 있어요.”
“ㅋㅋㅋㅋㅋ 웃기잖아요.”
“그럼 이건 humorous한 건가요?”
“ㅋㅋㅋㅋㅋ 미친 거죠.”
“(칠판에 슥슥 쓴다) 권총 뒤에 칫솔 달아서 이닦기 = humorous + crazy 유머러스랑 크레이지 반반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반.”

따라가기 힘든 아이들의 유머코드.
그냥 외워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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