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의 조건?

Posted by on May 31, 2015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페미니스트가 되는 데 일정한 능력이나 자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페미니스트의 자격을 논하는 것은 인간이 되기 위한 자격을 부과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성립하지 않는 논리를 이런 저런 예로 뒷받침하려 할 때 무리수를 두게 되는데, 이런 모습은 페미니즘 논쟁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버스는 안전해야 한다. 그러나…

Posted by on May 29, 2015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버스는 탑승에서 하차까지 안전해야 한다. 안전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생각엔 키작은 아이들이나 시각장애인 어르신, 아기를 업고 한 손엔 짐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어린 자녀 손을 잡은 엄마 혹은 아빠가 안전하다고 느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이건 뭐 나 혼자 백팩을 메고 타는 데도 이리 조마조마해서야.

스티븐 제이 굴드: 일반을 대하는 자세

Posted by on May 29, 2015 in 단상, 인용구 | No Comments

“20년 이상 매달 에세이를 써온 필자로서 내가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특수를 통해 일반을 다루는 힘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생명의 의미’에 관한 책을 쓰는 것은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우리는 모두 이런 큰 물음의 답을 알고 싶다고 갈망하지만, 다른 한편 참된 답이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다). 그러나 ‘야구에서 타율 4할의 의미’에 관한 에세이는 시대의 선호에 관한 특징, 우월함의 의미, 그리고 (믿든 혹은 믿지 않든) 선천적인 체격에 이르는, 광범위한 화제에 놀랄 만큼 적합한 참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일반론을 곧바로 공략해서는 안된다. 일반론은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은밀하게 접근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구절로 G. K. 체스터튼의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그림이란 한정이다. 모든 그림의 본질은 액자이다.” (스티븐 제이 굴드, <인간에 대한 오해>(사회평론). 개정 증보판 서문 중에서.)

학기말 증후군

Posted by on May 29, 2015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학기말이 다가오면 다음 학기의 삶이 어떻게 될지 기대 반 우려 반의 마음이 된다. 몇 번의 ‘실패’로 기억되는 방학이 또 다른 실패로 끝나게 될 거라는 파괴적 자기충족예언을 되풀이하기도 한다.

숨을 고른다. 산책을 하고 호흡이 긴 글을 써보려고 한다. 도서관에 자주 나가고 하늘을 오래 바라볼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멋진 계획 따위는 없다. 그저 흘러갈 뿐. 아니, 바닥을 보이지 않으려 발버둥칠 뿐.

중학교 영어가 어려운 이유

Posted by on May 29, 2015 in 강의노트, 수업자료, 영어, 일상 | No Comments

“똑같은 거 가지고 문법을 설명하는 척 해”: 중학교 1학년들이 말하는 <중학 영어가 어려운 이유>

나: 중학교 가니까 영어 어때요?
학생A: 할 게 많아요.
학생B: 재미가 없어요.
나: 그래요? 뭐 때문에 어려운 것 같아요?
학생A: 솔직히 내용은 안 어려운데 (초등학교 때랑) 똑같은 거 가지고 문법을 설명하는 척 해요.
학생B: 이것은 명.사. 저것은 동.사… 그러고 끝나.
학생A: 맞아 맞아.
나: 문법이 많이 나오는구나…
학생B: 시험에서 ‘동사를 찾아 쓰시오’ 같은 문제가 나왔어요.
학생A: 난 국어에서 ‘조사의 뜻’을 쓰라는 거 나왔는데.
나: 시험에서 “동사를 찾아 쓰시오”가 나왔다고요?
학생B: 네. 문장 몇 개 주고 거기에서 동사 다 찾아 쓰는 게 나왔어요. 용어 아는 애들은 괜찮은데 모르는 애들은 손을 못대요.
나: 그렇겠네. 숙제는 주로 어떤 거 해요?
학생A: 단어시험 준비.
나: 아… 단어 시험을 자주 봐요?
학생A: 네. 그리고 말하기 평가 짜증나요.
나: 아, 말하기 평가요? 그거 초등학교 때는 없었죠?
학생A: 아뇨. 있었어요. 근데 그때는 한 학기에 한 번이었고 즉흥적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 하면 됐는데, 지금은 한 주에 한 번에다가 교과서에 있는 걸 그대로 토시 하나 안틀리고 외워야 돼요. 완벽하게 외워서.
나: 아…
학생B: 울학교에는 말하기 시험 없는데. 우리 학교가 엄마들이랑 학원 선생님들 사이에서 시험 쉽기로 유명하대요.
학생A: 개부러워.
학생B: 초등학교 때는 한 주에 한 번 에세이 쓰기 숙제가 있었어요.
나: 한 주에 한 번이요? 자주 썼네~
학생B: 네. 근데 주제는 자유.
나: 영어시간은 어때요?
학생B: 좋아요. 많이 잘 수 있음. ㅋㅋㅋ
학생A: 나는 과학 시간. 안깨워.
나: 중학교 가서 제일 힘든 게 뭐예요? 영어에 관해서.
학생A: 문법이요. 사실 우리나라 문법도 모르겠는데, 모국어 문법도 모르겠는데, 모르는 나라 말 문법을 어떻게 알아들어요. 단어가 문제가 아니예요. 솔직히 우리나라 말 가르쳐도 체언이 뭐고 용언이 뭐고 … 이렇게 배우는 거 아니잖아요? (방언터진 줄 알았음)
나: 아 그렇죠.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영어.
학생B: 영어는 모르겠고, 한국어가 세계 제1언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나: 아. ㅎㅎㅎ 그럼 좋긴 하지만, 영어가 지금은 제일 널리 쓰이죠. 당분간 영어를 제일 많이 쓸 걸요? 사람 숫자는 중국어가 많지만 영어를 젤 많이 써요.
학생A: 일본어를 세계어로! 애니 자막 없이 거의 다 알아들을 수 있는데.
나: 와아… 전 일본어 거의 못하는데.
학생A: 일본어는 애니로 배우면 돼요.
학생B: 맞다, 우리 학교에도 애니로 일본어 배우는 수업 있어. 근데 이번에 새로 들어온 애들이 워낙 잘해서 하반인데 중반, 상반 만큼 한다고 하더라.
학생A: 나 글루 보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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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거 가지고 문법을 설명하는 척 해요.”
“우리말 문법도 모르는데 모르는 나라 말 무법을…”
머리를 한 대 쾅 맞은 것 같았다.

문법용어를 남발하는 선생님.
오로지 기계적인 암기로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수행평가.
졸립고 재미없는 수업.

생각해 볼 게 많은 대화였다.

많은 사람들이 영어실력을 향상시키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학습 시간 부족에 있다. 형편없는 교수방법이 그에 못지 않게 큰 걸림돌로 보인다.

두 학생이 대한민국 모든 중1을 대표할 수는 없겠으나,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중학영어교육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를 그려볼 수가 있었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아이들이야 전혀 다른 걱정을 하겠지만.

오늘의 결론: 초중고교생들과 학부모들을 좀더 자주 만나야겠다.

목소리는 목소리다

Posted by on May 29, 2015 in 단상, 말에 관하여, 인지언어학 | No Comments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목소리를 듣는다’는 표현은 누군가의 의견을 듣는다는 뜻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본다는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말에 ‘의견을 요약해 달라’고 요구한다.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으니 간단히 말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말은 종종 단순히 비유에 그치지 않는다. ‘목소리’라는 단어 뜻 그대로 성대를 통해 흘러나오는 육성에 귀기울여주길 바라는 것이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서로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간절함을 전달하기도 한다.

메타포는 주로 물리적이고 신체적인 경험을 심리적이고 추상적인 영역에 투사함으로써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차다’는 기온이 낮다는 물리적인 의미이지만 ‘(사람이) 차다’는 냉정한 성격을 말한다. ‘차오르다’는 물이나 기름 등의 액체가 용기에 담길 때 쓸 수 있는 표현이지만, ‘(마음이) 차오르다’라고 하면 벅참이나 만족, 행복감 등을 뜻한다.

메타포의 뿌리를 망각할 때 부유하는 개념과 추상 속에 허우적거리게 된다. ‘목소리(voice)’가 ‘의견(opinion)’으로 대치되는 순간 우리는 목소리의 물성(物性)을, 말하는 얼굴을, 그 한숨과 분노를 잊게 되는 것이다.

추상으로만 치닫는 언어는 몸과 마음을 갈라놓는다. 삶을 풍성하게 만들지 못하는 메타포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인성교육 진흥법 유감

Posted by on May 26, 2015 in 단상, 링크 | No Comments

1. 인성교육 잘하려면 빈부격차 해소하고 영유아기 교육 투자 대폭 늘리고 남녀 모두에게 유급 산후휴가를 보장하고 개별 과목에서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학교의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무한경쟁 입시교육을 타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사람을 사람으로 대우하지 않고 물건처럼 줄세우고 사회 밖으로 밀어내는 세상이잖아. 교육 시스템은 거의 재앙 수준으로 굴러가는데 인성교육을 법으로 강제하여 사람을 키우겠다니. 아침부터 그냥 한숨만 나오는구나.

2. 대지가 온갖 오염물질로 송두리째 썪어가는데 비료 좀 준다고 나무가 살아나나? 핸들은 부서지고 엔진은 망가진 차에 스프레이 좀 뿌린다고 제대로 굴러갈 리가 있나? 만인이 만인의 경쟁상대가 되는 상황에서 ‘서로 돕고 살자’고 외치면 갑자기 착한 사람들이 여기 저기서 나타날까? 생애 초기 삶의 조건과 경험이 형성한 개개인의 심리를 학교 수업 몇 번이 바꿀 수 있을까? 무엇보다 기성세대가 정의한 인성을 기성세대가 만들어낸 구조에서 기성세대가 정해놓은 방식으로 키운다면 이 비인간적인 세계를 바꿀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한낱 기우이길 바란다.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50525211807553

꿈꾼다는 것

Posted by on May 24, 2015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꿈을 해석한다는 것은

징후를 읽는 일이고

꿈을 꾼다는 것은

징후가 되는 일이다.

 

꿈꿔보진 않은 사람이

꿈을 제대로 해석할리 만무하다.

노무현 대통령 6주기

Posted by on May 23, 2015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6년의 시간. 3년 전 일기를 들춰보다.

“OO형은 잠깐 차에서 내려 사무실로 갔지. 시동을 끄지 않았고. 라디오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어. 그런데 갑자기 음악이 끊기는거야. 긴급속보입니다 긴급속보입니다. 비보를 전하는 아나운서의 다급한 목소리. 내 귀를 의심했지. 볼일을 마치고 돌아온 형에게 소식을 전하자 첨엔 못알아 듣더라. 그때 다시 속보가 흘러나왔지. 한참 그렇게 서로 바라보며 멍하니 서있었네.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가지고 참 왈가왈부 많이 했던 거 같아. 어머니랑 언성을 높일 뻔하다가 그만두었던 기억도 나고. 그날 일기를 들춰보니 이런 글이 있네.

“삶의 갈림길에서 우회전과 좌회전을 고민하다가 죽어간 사람들에게 너는 왜 우회전을 하지 않았느냐고, 넌 좌회전을 했어야 한다고 윽박지르는 것은 옳지 않다. 모든 갈림-길 crossroad 은 십자가-길 cross-road 이다. 갈림길에 선 사람들은 십자가를 지고 있는 것으로 충분한 것. 좌회전과 우회전, 혹은 직진으로 그 십자가를 판단하지 말라.”

선거에서 한 번도 그를 지지하진 않았지만,
그가 지고 간 아픔, 그 고통만은 기억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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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자주 잊고 삽니다.
죄송합니다.

우리 안의 네이티브님

Posted by on May 21, 2015 in 강의노트, 단상, 말에 관하여, 영어 | No Comments

영어 사용시 실수를 모아놓은 책은 선생을 위한 레퍼런스이지 학생들이 공부할 교재는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인이 범하기 쉬운 실수 OO가지”같은 콘텐츠가 꽤 많은 이들에게 어필하는 듯하다. 틀리기 싫은 마음이야 이해할 수 있지만, 범하지도 않은 실수를 교정하려 드는 건 ‘이상화된 네이티브의 시선’ 때문은 아닐까? 세상 구석 구석을 쉼없이 살피는 ‘빅브라더’처럼, 우리의 영어 한 마디 한 마디를 심판하는 ‘네이티브님’이 우리 안에 자리잡은 건 아닌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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