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행복한 한 해 되세요!

Posted by on Dec 31, 2015 in 말에 관하여, 일상 | No Comments

“건강한 한 해 되세요”나 “좋은 시간 되세요”가 틀린 표현이라는 기사를 두어 번 보았다. 일부러라도 그 표현을 더 쓰고 싶어진다. 어느 때 부터인지 모르지만 꽤나 널리 쓰이는 표현을 물고 늘어지는 분들께는 맛있는 짜장면 대신 한없이 싱거운 자장면이나 평생 드시며 사시라 말하고 싶은 심술이 나는 것이다. – 짜장면이 표준어가 되었을때 참 기뻤던 1인

시늉사회

Posted by on Dec 16, 2015 in 단상, 말에 관하여 | No Comments

“~사회”라는 책 제목 유행이 한참 지나간 것 같지만, 책을 쓴다면 ‘시늉사회’라는 제목을 붙이고 싶다. 한국사회는 그야말로 거대한 시늉의 시뮬라크르다. 시늉을 덮기 위한 시늉, 그리고 그것을 가리기 위한 시늉. 시늉이 덕지 덕지 붙어 싸구려 마트료시카를 만들어 버린 사회. 중심에는 실체 없이 텅 빈 공간만 남아버린 사회.

놀라기 보다는 반성할 일

왜 ‘통째로 필기하는 학생들’이 학점이 높은가?

다양한 요인이 있을 수 있으나 나는 (1) 대학이 제공하는 평가체제의 경직성과 (2) 학생들이 대학을 사회진출을 위한 단순한 도구로 인식하는 현상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비율이 정해져 있는 상대평가제’와 ‘학점만능주의’가 만나 아래 기사에 소개된 ‘결국 베끼는 놈이 이긴다’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영어에 “At the end of the day”라는 말이 있다. ‘결국에 가서’, ‘종국에는’, ‘이런 저런 상황을 지나 마지막에 이르러 가장 중요한 것은’ 정도의 의미다. 교실에서 적지 않은 교수들은 열심히 가르치려고 하지만 학생들에게 결국 중요한 것은 성적표에 찍혀 나오는 학점이다. (일부 자격 없는 교수들의 문제를 가리려 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강의를 바라보는 관점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즉, 학기를 마치며 최종적으로 남는 것(at the end of the semester)은 A, B, C 같은 알파벳 문자 하나고, 이것은 해당 학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와 관계 없이 취업과 진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생들은 이렇게 중차대한 문제에서 학생들과 논쟁을 벌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또한 학생들이 보기에 애매한 평가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갈등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시험의 대부분은 수업시간에 다룬, 논쟁의 여지가 적은, ‘깔끔한’ 내용으로 채워진다.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한 장문의 에세이를 문제로 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하면 이 문제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 나의 경험상 많은 학생들은 채점의 공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고, 교수들은 이에 대해 ‘방어전’을 치루어야 할 것이다. 추가적인 노동과 감정적 동요 모두를 수반하는 일이다.

원칙적으로 교수들은 이 모든 조건을 받아 안고 대학교육의 이상을 실현해야 한다. 하지만 현 시기 상대평가제의 강압적 실시, 교강사들의 업무량, 학급당 학생수, 시험의 ‘객관성’에 대한 학생 및 학부모의 높은 기대, 시험과 관련된 감정노동의 기피 등을 고려한다면 대학다운 시험 및 평가체제의 도입은 어렵다. 이 상황에서 시험의 핵심은 수업 중 다룬 내용의 기계적 암기가 된다. 따라서 ‘잘 듣고, 잘 받아쓰는’ 학생이 좋은 학점을 받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한편 요즘 학생들은 할 일이 너무 많다. 대학이 제공하는 교육적 질문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토론하고 정리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스펙쌓기, 영어공부, 인턴, 아르바이트 등 수많은 ‘업무’ 속에서 정작 본업에 쓸 시간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와 비판, 창조’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수업은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고, 시험공부는 ‘교수의 정리를 암기하는 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자신의 상황에 적합한 강의를 찾고 과도한 부담 없는 시험 체제를 요구하는 것은 ‘싸가지가 없는 요즘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무한경쟁 사회에서의 생존본능인 것이다.

그렇다면 잘 베끼는 학생이 최상위 점수를 받는 현상이 비단 서울대만의 문제일까?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공부법은 한국의 대부분 대학에서 유효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공부하는 존재를 만든 건 이 사회고 대학이다. 나도 그 책임에서 온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베끼는 자가 승리한다. (The copier takes it all.)’
놀라기 보다는 깊이 반성해야 할 일이다.

http://m.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243230

‘융복합 학문’ 유감

Posted by on Dec 15, 2015 in 강의노트, 단상, 링크 | No Comments

학과 통폐합으로 ‘융복합’ 학문을 만들어 보겠다는 나이브한 발상이 놓치고 있는 것 몇 가지.

(1) 개별 학문 내에서도 급격한 통합은 이루어지기 힘들다. 예를 들어 언어학(여기에 ‘철학’, ‘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명을 넣어도 무방함)이라는 커다란 울타리에 속한 많은 하위 분과들은 ‘컨버전스’를 지향하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학문 분과로 남아 상호 비판과 균형의 관계를 이룬다.

(2) 다양한 학문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동력은 단대나 과의 조직적 통폐합이 아니라 인지과학, 진화론 등과 같은 통합적 패러다임이다.

(3) 하나의 과에 속해 있는 다양한 학문 분야의 교수들이라 할지라도 대부분 서로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예를 들어 사회언어학 하는 교수와 심리언어학을 하는 교수가 공동연구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4) 학과의 통합은 단순한 학문의 통합이 아니다. 즉, 학과의 통합은 인적 자원과 문화적 전통과 제도적 다양성의 통합을 수반하는 총체적 변화다. 기업의 부서 한두 개만 통폐합해도 변화관리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학문 분과들간의 통합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랴.

(5) 나아가 학과의 통합은 그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하늘같은 고객’ 즉 학생들의 삶에 직격탄을 날린다. 대학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인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통폐합은 도대체 누구의 이익에 복무하는 것인가?

어쩌면 너무나 많은 대학이 ‘시늉’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변화하는 척, 혁신하는 척, 그리고 돈벌이가 아니라 교육을 위해 존재하는 척.

http://www.hani.co.kr/arti/society/campus/721799.html

나 자신을 가르치는 일

Posted by on Dec 14, 2015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한두 가지 경험을 가지고 대단한 데이터를 확보한 것처럼 일반화하는 글을 보면 어이가 없다. 그런데 그렇게 단정짓는 글들이 참 인기가 좋다. ‘역시 전문가라 딱부러지게 이야기하는군!’ 같은 찬사가 따르는 것이다. 영어교육 ‘업계’는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많은 이들은 단순하고 명확한 답을 원하지만, 전문가의 일은 복잡한 것을 단순하다 말하는 것이 아니다. 복잡한 것을 복잡하다고 말하고 복잡다단한 현상을 꿸 수 있는 지혜를 나누며, 사람들과 함께 문제를 만드는 근본 구조에 저항하는 것이다.

나 또한 너무 많은 말을 뱉고 있다. 수년 간 지혜를 구하는 일에 소홀했다는 생각이다. 쉽지 않겠지만 남들을 가르치는 일을 줄이고 나 자신을 가르치는 일에 더욱 힘쓰고 싶다.

시시함에 대하여

Posted by on Dec 12, 2015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언제부턴가
시시한 이야기를
시시한 말투로 늘어놓는다.
시시함 속 번득이는 순간들에 사로잡혀
커다란 이야기를 하는 법을 잊어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세월 흘러 갈수록 경계하게 되는 것은
시시한 것을 시시하다 업신여기며
거대한 것을 거대하다 우러러보는 일.

조금만 더 버티자.
날 시시하게 여기는 사람들과
시시한 이야기를 맘껏 지껄일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리며.

울음을 참을 수 있는 애가 산타를 믿을 리가

 

오늘은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 가사를 배워보았습니다.

나: 먼저 had better를 배워보죠. had better는 보통 ‘~하는 게 좋을 걸?’ 같은 느낌으로 씁니다. 의사가 심각한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 “You had better quit smoking.”이라고 말할 수 있죠. 따라해 보세요. “You had better quit smoking.”
학생들: You had better quit smoking.
나: 네 그렇게요. 그런데 이거 선생님이나 남자가 군대 가서 윗사람에게 쓰면 어색해져요. 선생님한테 “~하는 게 좋을 걸?”이라고 말하면 이상하잖아요.
학생들: ㅎㅎㅎㅎㅎ
나: 자자. 근데 이 노래 보면 아래 가사가 나와요.”

‘You better watch out
You better not cry
Better not pout’

보면 had가 빠져있죠?
학생들: 네.
나: 편하게 이야기할 때는 이렇게 ‘had’를 빼놓고 이야기하기도 해요. Watch out은 조심하는 거… 길가다가 앞에 웅덩이 비슷한 게 있으면 친구에게 “Watch out!”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따라해 보세요. “Watch out!”
학생들: Watch out!
나: 어려운 단어가 나오는데요. Pout. 이건 입이 뿌루퉁해 지는 거 말하죠. 삐지거나 불만이 있을 때 입이 튀어나온다고 하잖아요?
학생들: 네.
나: 그때 ‘pout’라고 하면 됩니다. 이거 어려운데 외울 때 ‘파’우’트/라는 식으로 ‘우’를 엄청 세게 발음해서 외우면 입이 튀어나오죠.
학생들: (멀뚱멀뚱)
나: 파’우’트.
학생들 (멀뚱) 파’우’트 (멀뚱)
나: 음… 암튼 그렇게 외울 수도 있어요. (먼산 + 마음 속으로 pout)

(중간 생략)

나: 근데 이 부분 사실 좀 무섭기도 해요. “He sees you when you’re sleeping / He knows when you’re awake.” 자고 있을 때 우리를 본다잖아요.
학생들: 헉. 귀신이다.
나: ㅎㅎㅎ 네네. 좀 무섭죠?
학생 1: (학생 2를 향해) 진짜 무섭다. 근데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지.
학생 2: 에이. 귀신이 더 무섭지.
학생 1: 자다 일어났는데 사람이 침대 밑에 숨어 있다. 그게 더 무섭지 않아?
학생 2: 그래도 귀신이면 더 무섭잖아. 귀신이 쳐다보면.
나: 아… 아무튼… 산타에게 선물을 받으려면 울지 말아야 된다네요. You better not cry. 우는 게 뭐가 어때서. ㅎㅎㅎ
학생 2: 찡찡대지좀 마!
학생 1: 어 근데 울음을 참을 수 있는 애가 산타를 믿을 리가 없지 않나요?
나: 와 명언이네요. 결심하고 울음을 참을 나이면 산타를 믿을 리가 없다.
학생 1: 그쵸.
학생 2: 그렇겠네.

(중략)

나: ‘고요한 밤 거룩한 밤’에서 Sleep in heavenly peace가 나오는데요. 여기 보면 heaven 이라는 단어가 있죠. 이거 반대…
학생들: 헬조선.
나: 아 왜 나쁜 말은 더 쉽게 배우는 걸까요?
학생들: ㅎㅎㅎ
나: 맞아요. 헬hell이랑 반대말. 근데 heaven에다가 -ly 붙이면 ‘천상의, 하늘의’과 같은 뜻이 되죠. Peace는 아시죠?
학생들: 네. 평화.
나: 그러니까 heavenly peace는 천상의 평화가 되죠. 여러분들은 언제 천상의 평화를 느끼나요? 자기 전에 누워서 핸드폰 할 때?
학생 2: (단호하게) 잘 때.
나: ㅎㅎㅎ 역시 자는 게 최고.
학생 1: 음… (작은 목소리로) 조은%?^짤
나: (못 알아들음) 조은… 뭐요?
학생 2: 존.잘.님.뉴.짤… 이요.
나: 아… 존잘님 새로운 짤?
학생 2: 네네.
나: ㅎㅎㅎ 그렇군요. 그때 천상의 평화를 느끼는군요. 그럼 ‘hell’은 언제인가요?
학생 1: (주저 없이) 학교 갈 때.
학생 2: (주문을 외우듯) 학교가야된다. 학교가야된다. 일요일 밤 11시 59분. 학교 가야된다는 생각이 계속 들 때.
학생 1: 아아아아아 (신음)

=====

울지 말아야 할 이유는 단 하나. 산타의 선물.
울어야 할 이유는 그 외의 모든 것.

그래도 오늘 하루
친구들과 만날 수 있어 감사했다.
산타를 믿지 않게 되어 버린 나이.
이 아이들이 믿을 수 있는 그 무엇이 있었으면 좋겠다.

 

먹고 사는 일

Posted by on Dec 7, 2015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어제 한 친구는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반드시 하고 싶지 않은 일일지라도 나쁜 일만 아니라면 돈을 벌어서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라는 취지의 말을 해주었다. 수년 간 나의 대책없는 아집에 대해 생각하다가 시간강사들이 새민련 당사 점거농성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읽었다. 아프고 미안하고 엉거주춤하다.

교대 영작문 수업 종강

Posted by on Dec 7, 2015 in 수업자료, 영어로 글쓰기, 일상 | No Comments

몇 년 만에 맡은 영작문 수업. <제2언어쓰기 세미나>나 <쓰기 지도법>과 같은 전공 교과만 하다가 영어쓰기를 직접 가르친 건 거의 5년 만의 일이다.

즐거웠지만 한 가지 중요한 점을 놓쳤다. 교대 1-2학년생들은 한 학기 수강하는 강좌수가 11개 정도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초등학교 교사가 다루는 영역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영작문은 ‘조금 쉽게 갔으면 하는’ 과목에 속한다. 글쓰기 수업에서까지 헉헉대고 싶진 않은 것이다.

그런데 아무 것도 모르는 바보 강사는 타학교에서 3학점 짜리 강의 내용을 2학점 구조 안에 녹여낼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어찌 저찌 그럴 듯한 강의계획서를 마련했다. 교대 교육과정에 대한 무지가 낳은 무리수였다.

대학영어 과목이 3학점이라도 전공을 포함한 내용영역 교과보다 쉬웠으면 하는 기대가 있는데, 2학점 수업에 욕심을 냈으니 학생들이 힘겨워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중간고사 이후에는 욕심을 확 줄였다. 학생들에게나 나에게나 다행스런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마지막 발표에서 다양한 주제로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안락사와 동성결혼, GMO 규제 등과 같은 고전적 주제로부터 최근 이자스민 의원의 ‘초코바 해프닝’ 등에서 나타나는 외국인 혐오, 양심적 병역거부와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 카타르 월드컵의 문제점에서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전망까지. 학생들의 의견에 직접 반박하는 역할을 맡진 않았지만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주장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기본적 절차와 학술적 글쓰기의 핵심요소로서의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e)을 강조했다.

마지막 시간, 학생들과 사진을 찍었다. 대학 때 졸업사진을 거부할 정도로 ‘사진 따위가 뭐란 말인가’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가끔 시간을 거슬러 그때 그 자리 서로의 얼굴을 곰곰이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점점 과거 지향적 인간이 되어가는 것인가.

‘고맙고 수고 많았어. 열 과목 시험 잘 보렴. 기말 과제는 제때 내고.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이번 주의 별일

Posted by on Dec 4, 2015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이번 주에는 별일 없었어요?”
“어.. 저희 반 애가 갑자기 쓰러져서 실려갔어요.”
“그냥 쓰러진 거예요?”
“발작하면서 쓰러졌어요.”
“아…”
“그런 거 TV에서만 보다가 처음 당해 봤어요.”
“그렇군요. 어떻게 됐어요?”
“제 전화로 119 불러서 실려갔어요.”
“아… 잘하셨네요!”
“네. 상점 5점 받았어요.”
“아… 좋은 일 때문에 받은 건 아니지만 잘됐네요.”
“네. 원래 학교에서 핸드폰 쓰다 걸리면 엄청 혼나는데.”
“그래도 급할 때는…”
“급할 때도 절대 쓰지 말라고 해요. 선생님들이 못쓰게 해요.”
“그래도 그럴 때는 써야죠.”

평소에 어린 아이로만 생각하던 학생이 들려준 이야기에 내가 큰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바로 119에 연락을 한 것은 왠만한 어른들보다 더 나은 행동인 듯하다. 성인이 된 후 두어 번 이런 경우를 겪었는데 많은 대학원생들, 교직원들 마저도 당황한 나머지 침착하게 당사자를 편안하게 누이고 의료진을 부르지 못하더라.

“다음 주에는 뭐 좋은 일 없어요?”
“2,3학년 시험본다고 저희는 수목금 다 쉬어요.”
“와, 진짜요?”
“네네. 학교 아예 안가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엄청 크고 길게 웃음)”
“ㅎㅎㅎ 학교 안간다고 정말 좋아하네요. 하긴 학생들에게는 공부 안하는 게 최고죠.”
“네네.ㅋㅋㅋ”
“저도 똑같아요. 직장 다니는 사람들은 회사 안가고 쉬는 게 최고예요.”
“ㅎㅎㅎㅎㅎ”
“학교 안가는 거 말고 또 뭐가 좋아요?”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 거요. / 자기 전에 핸드폰 하는 거요.”
“ㅎㅎㅎㅎㅎ”

역시 학생들이 좋아하는 건 학교에 가는 게 아니라 학교가 끝나는 거구나. 마음이 살짝 아렸다.

2주 남은 학기.
‘회사에 가지 않을 날’이 다가오는데 마음은 무겁다.

저녁을 든든히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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