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vs. 왜

Posted by on Sep 15, 2016 in 단상, 말에 관하여, 일상 | No Comments

지하철 옆자리, 모녀가 앉았다.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던 초등학교 고학년 쯤 되는 딸. 갑자기 뭔가 보라는 듯 핸드폰을 엄마 눈앞에 휙 갖다 댄다.

엄마: “엄마는 이거 이제 안보여.”
딸: “이게 왜 안보여?”
엄마: “그냥 잘 안보여.”
딸: “왜 안보이지 이게? 왜?”

듣고 있다가 한마디 거들 뻔했다.

‘계속 그렇게 ‘왜’ ‘왜’ ‘왜’ 외칠거니? 엄마가 그러시잖아. 그냥 잘 안보인다고. 그냥.’

오늘의 교훈:
그냥 힘든 사람에게
왜냐고 자꾸 묻지 마시라.
그럴 수록 그냥 더 힘겨워질 뿐이니.

Medical checkup

Posted by on Sep 13, 2016 in 수업자료, 영어, 영어로 글쓰기, 일상 | No Comments

medical checkup n.

an act of paying tons of money to get a tiny piece of relief, which soon evaporates in the midst of hectic life. It is characterized by a disproportionate decrease of your account balance and an instantaneous surge in your desire for tasting something bad for health. So I ate 부대찌개 yesterday. (Image from Wikipedia)

이상을 좇는 사람들

Posted by on Sep 13, 2016 in 단상 | No Comments

‘그거 너무 이상적인데요.’

이상(the ideal)은 현실에 없는 것들의 집합이 아니다. 이상은 현실 속의 가능태들을 극대화하는 과정이다.

대안을 제시했는데 너무 이상적이라며 선결조건을 10개 쯤 다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보기엔 그 선결조건이 더 이상적이다.

변화를 위한 선결과제’가 너무 많은 사람들을 믿지 않게 되었다. 선결조건이 모두 충족된 후 오는 것은 ‘변화’라기 보다는 ‘수순’이다.

자신의 터전에 대한 변화를 말하면서 내가 필요없는 과제들을 나열하는 것만큼이나 우스운 일이 있을까. ‘변화는 너희들이 만들어, 나는 그 열매를 따먹을게.’라고 말하는 거 같은 분들.

이상을 좇는 사람들이 행동한다.
현실에 머무르려는 사람들은 선결과제를 제시한다.
그 과정에서 이상은 현실이 되고, 현실은 과거가 된다.

목동에서

Posted by on Sep 13, 2016 in 단상, 링크, 일상 | No Comments

한동준의 노래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은 <너를 사랑해>일 것이다. 한때 결혼식 축가를 평정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달달한 곡보다 더 선명하게 내 맘에 남은 곡이 있으니 바로 <목동에서>다. 이들은 사랑과 이별은 늘 짝으로 있다는 걸 기억하게 한다.

“조심스럽게 다시 전화를 걸어
그대를 찾지만 세상에 없다 하네
날 반대하던 그녀의 어머니
처음으로 상냥하게 나와 많은 얘길 나눴네”

오롯이

Posted by on Sep 11, 2016 in 단상, 말에 관하여 | No Comments

‘오롯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오롯이’에는 “고요하고 쓸쓸하게”와
“온전히, 보태지도 빼지도 않고”라는 두 가지 뜻이 있다.
무언가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고요 속에 쓸쓸히 그것과 마주해야 하는 것.
그리하여 ‘오롯이’는 내게
쓸쓸한 온전함이다.

#다시쓰기

쓰기의 위기, 읽기의 위기

Posted by on Sep 11, 2016 in 강의노트, 단상, 수업자료 | No Comments

1. 텍스트를 읽고 그에 기반해 글을 써보라고 하면, 텍스트를 읽지 않고 쓸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학생들이 꽤 된다. 그러니까 “A를 읽고 한국 영어교육에 대한 함의를 논하시오”라는 과제에 대해 길가다가 아무나 붙잡고 “한국 영어교육에 대해 몇 마디 해주세요”라고 부탁했을 때 나올만한 답을 써내는 것이다.

2. 온라인에서 무슨 글을 읽어도 똑같은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누군가의 텍스트는 이해와 분석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정해진 의견을 말하기 위한 ‘구실’ 같은 것이다.

3. 이 둘 사이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쓰기의 위기는 언제나 읽기의 위기다.

토요일 저녁

Posted by on Sep 10, 2016 in 단상, 링크, 일상 | No Comments
소셜 미디어,
사람들은 모였다가 흩어진다?
 
어쩌면 함께라는 착시
어쩌면 멀어졌다는 착각
 
세상이 빨라졌다고
인연의 나듦까지 빨라지는 건 아닌 듯하다.
 
업-데이트되는 망각의 지층에서
저 깊은 곳 켜켜이 쌓인 마음들을
기억하기 힘든 건 당연할지도 모르지.
 
기록은 기억이라 하지만
어떤 기록은 기억을 곡해하는 법.
 
토요일 저녁
오랜만의 고즈넉함이
새삼 고맙다.
 

오늘 나의 정신승리

Posted by on Sep 8, 2016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세상에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 단순히 지식이나 기술이 아니라 인격적으로나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참으로 깊고 귀한 사람들이 많다. 나보다 더 잘 가르치는 사람도 많고, 나보다 더 열심인 사람도 많고, 나보다 더 멋진 사람도 너무 많다. 쉽게 말해 나보다 더 나은 사람들이 이 세상에 너무나 많다.

그래도 2016년 9월, 내가 만나야 할 사람들을 만나는 사람은 나고, 내가 가르쳐야 할 것을 가르치는 사람도 나이며, 내가 써내야 할 글을 쓰는 사람 또한 나다. 나는 무한히 많은 사람들로 이해 지탱되고, 수많은 이들에 의해 교체될 수 있으나, 지금 여기 서 있는 존재는 결국 나다.

정신승리는 대개 영혼의 패배에 가깝다는 걸 안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 필요할 때가 있음도 부정할 수 없다. 아마도 오늘이 그런 날인 듯하다.

이 모든 것들이 고요히 지나가길 빈다.

올해의 단어 Singular They

대명사는 폐쇄부류(closed class)에 속한다. ‘멤버십 관리가 철저하다’는 뜻으로, 일반 명사나 동사와 같이 쉽게 만들어지거나 없어지기 힘들다는 말이다. 폐쇄부류 어휘에 있어 최근의 가장 큰 변화는 아마도 전치사처럼 쓰이는 because의 용법과, 단수 대명사 they의 확산일 것이다. 미국 방언학회는 2015년 올해의 단어로 “단수 they”를 선정했다. 올해의 단어 이외에도 몇 가지 재미난 영역이 있는데, 가장 돌려말하는 표현으로는 “Netflix and chill”이 선정되었다. ‘라면먹고 갈래’와 상통하는 표현이다. 가장 널리 쓰일 것으로 예상되는 신조어에는 ‘ghost’가 뽑혔는데, 사귀다가 (특히 온라인에서) 모든 연결고리를 끊고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것을 말한다. 가장 쓸모없는 단어로는 ‘manbun’이 선정되었다. 무슨 뜻이냐고? 아래 링크를 보시면 된다. 역시 쓸모없는 게 젤 재미있는 건가.

http://www.americandialect.org/2015-word-of-the-year-is-singular-they (리스트)

http://www.designboom.com/art/politicians-man-bun-hair-styles-10-30-2015/

하늘 사진 잘 찍는 법

Posted by on Sep 7, 2016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1. 하늘사진을 잘 찍는다 함은 ‘멋진 하늘’을 찍는 걸 말한다.

2. 하늘의 빛과 형세는 시시각각 변한다.

3. 빠르게 변하는 하늘에서 멋진 장면을 잡아내려면 하늘을 자주 봐야 한다.

4. 하늘을 자주 바라보려면 삶의 여유가 있어야만 한다.

5. 하늘이 가장 멋진 때는 일출과 노을 무렵이다.

6. 따라서 하늘을 자주 볼 수 있는 여유와, 일출 일몰시 하늘을 볼 수 있는 생활 패턴이 보장되어야 한다.

7. 야근에 찌든 이들의 아침 저녁 시간은 분주하고 고단하다. 하늘 볼 새가 있겠나.

8. 야근에서 해방되면 해지는 걸 보면서 퇴근할 수 있다.

9. 퇴근 후 시간이 여유로우면 일찍 취침할 수 있어 아침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10. 따라서 하늘 사진을 잘 찍으려면 업무량을 줄이고 야근을 없애아 한다. 물론 주말 특근도 없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하늘 사진을 잘 찍으려면 사회경제적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

#오늘같은하늘이면다소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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