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과 비판적 사고 단상 몇

Posted by on Dec 21, 2016 in 강의노트, 단상 | No Comments

1. 창의성을 신장시키는 다양한 방법을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도 좋지만, 권력과 부조리에 대한 풍자와 반어, 생각을 가두지 않는 예술적 표현을 경험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

2. 많은 사람들이 “무슨 근거로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자신에 대한 공격이라 여긴다. 하지만 “무슨 근거로?”라는 질문이야 말로 자신의 논리와 합리적 추론을 펼쳐낼 수 있는 기회다. “왜 그렇게 생각해?”라는 질문을 받으면 심호흡을 몇 번 한 후 당신의 실력을 보여주어라.

3.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는 커리큘럼에 의해 개개인의 ‘내부’에 자라나는 것이 아니라, 커리큘럼을 넘어서는 다수의 행동이 충돌하는 ‘사이’에서 창발한다.

4. 궁극적으로 사고는 개인의 내부에서 외부로 튕겨나오는 완성품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가 교감하고 충돌하는 과정이고 국면이다. 그것이 ‘창의성’이라 불리건 ‘비판적 사고’라고 불리건 말이다.

5. 그러므로 창의성을 키워주겠다는 사람들의 말을 확 뒤집어 보자. 이것이 창의성의 출발일지 모른다. 또한 비판적 사고를 키워주겠다는 이들의 논리를 차근 차근 해부해 보자. 이것이 비판적 사고의 핵심일지도 모른다.

영어 관사 – 사소한 것 몇 가지 3

최상급에는 왜 늘 “the”가 붙을까?

1. “The same”으로 정관사 이해하기

‘같은’의 의미를 나타내는 ‘same’ 앞에는 정관사 ‘the’가 나옵니다. 왜 그럴까요? 이걸 생각해 보면 ‘특정할 수 있는 개념에 대해 정관사를 사용한다’는 문장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같다’라는 말을 쓰려면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개체/개념을 상정해야 합니다. “똑같다”는 말을 하나의 대상에 적용할 수는 없으니까요. “A랑 B랑 똑같네”는 말이 되지만, “A랑 A랑 똑같네”는 말이 안되죠. (여기에서는 일상어의 사용을 이야기하는 것이니 아이덴티티에 대한 철학적 논의는 제외하도록 하죠. ^^)

2. 그렇기에 ‘똑같은’이라는 말을 하려면 앞에 어떤 대상이 언급되거나 문맥상 특정한 개념을 추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예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아래는 저와 제 친구가 한 카페에 간 상황입니다.

#1
점원: 뭘로 드릴까요?
나: 카페라떼 주세요.
친구: 같은 걸로 주세요.

괜찮은 것 같죠? 점원은 제가 카페라테를 주문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이를 기반으로 친구가 말한 ‘같은 걸로’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음은 어떨까요?

#2
점원: 뭘로 드릴까요?
나: 같은 걸로 주세요.
점원: ???
친구: ???

제가 다짜고짜 ‘같은 걸로’라고 말하면 점원이 분명 황당해 할 것입니다. 옆에 있는 친구도 놀라겠죠. 둘다 ‘같은 거라니? 니가 처음 준비하는 거잖아?’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런데 다짜고짜 ‘같은 걸로’라고 말해도 괜찮을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자주 가는 카페의 점원이 제가 겨울에 카페라테를 자주 마신다는 걸 아는 상황이죠. 이때 대화상으로는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이 점원과 제가 소통한 역사 속에서 ‘같은 것’이 뭘 의미하는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3
점원: 뭘로 드릴까요?
나: 같은 걸로 주세요.
점원: 네. (‘저 놈 참 꾸준히 라테를 먹는군’이라고 생각하며, 옆 바리스타에게 “카페라테 하나!”)

3. 영어로 다시 돌아와 보죠. “the same”이 항상 “the same”일 수밖에 없는 것은 “same”의 기준이 되는 대상이 드러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same”이 특정한 대상을 가리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the”가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The poet moved to France in 1998. She won the prize the same year.” (시인은 1998년도에 프랑스로 이주했다. 같은 해에 상을 받았다.) – 이 문장에서 the same year는 당연히 1998년을 가리킵니다. “Same year”가 가리키는 대상이 명확하므로, 다시 말해 “same year”가 특정한 해를 가리키므로 정관사 “the”가 필요한 것이죠.

4. 학교에서 배운 규칙 중에서 “최상급 앞에는 the 붙여!”가 있죠. 그렇다면 왜 최상급 앞에는 the가 필요할까요? 위에서 ‘the same N’를 설명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최상급 앞에 오는 the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최상급의 경우 말 그대로 ‘최상’인 개체를 콕 짚어 지칭합니다. 즉, 최상급으로 수식되는 명사는 특정한 대상일 수밖에 없다는 거죠.

예를 들어 “She is the tallest girl in her class.”을 봅시다. 한 반에 키가 가장 큰 사람은 한 명 밖에는 없고, 따라서 ‘tallest girl’은 언제나 특정(specify)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할 수 있을 때 사용하는 관사, 즉 정관사(definite article)를 써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키가 완전히 똑같아서 ‘키가 가장 큰 학생’이 두 명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법적으로 상정하는 ‘최상’의 개념은 이런 예외적인 경우까지 포괄하진 않습니다. “She is one of the two tallest girls in her class.”이라고 쓸 수 있을지는 몰라도 “the tallest girl”이라고 하는 개념은 기본적으로 한 사람을 상정하는 것입니다.)

5. 이같은 논리로 설명 가능한 문구가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the following …” 입니다. 학술논문에서 자주 나오는 표현 중에 “in the following”이 있습니다. 독립적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in the following section”과 같이 뒤에 명사가 나오기도 하죠.

하지만 어느 경우이든 “the following”과 같이 정관사와 함께 쓰인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위의 예들을 다시 살펴보시면 쉽게 대답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The following”을 독립적으로 쓰든 뒤에 section이나 statement가 나오든간에 “following ~”은 독자가 콕 짚어서 알 수 있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자 그렇다면 이제 ‘전자/후자’를 나타내는 표현이 왜 “the former/the latter’인지도 이해하실 수 있겠죠? 문장 내에서 전자와 후자라는 표현은 언제나 특정한 대상을 지칭합니다. 따라서 특정할 수 있는 표현을 나타내는 정관사 the의 수식이 필요한 것이죠.

#관사공부중

영어 관사 – 사소한 것 몇 가지 2

정관사? 부정관사? 그리고…

1. 많은 분들이 관사에 대해 질문하실 때 “여기에 a를 써야 하는지, the를 써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어요.”라고 말씀하십니다. A와 the의 구별이 관사학습에서 핵심적인 사항임에 틀림 없지만, 관사를 이렇게 a/the 두 개의 체계로 생각하는 것은 올바른 접근법이 아닙니다.

두 개의 관사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어떤 게 더 있을까요?

2. 네. 맞습니다. 관사는 크게 정관사(definite article), 부정관사(indefinite article) 외에 무관사(zero article)로 나누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즉, 특정한 명사가 나왔을 때 ‘여기 a? the?’보다는 ‘여기 a? the? 무관사?’로 질문하시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입니다.

3. 관사의 용법은 한국어에서 ‘은/는, 이/가’의 구별처럼 쉽지 않고 각각의 개념도 정리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관사와 부정관사, 무관사가 가지는 기본 개념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a. 부정관사: 특정한 개별자가 가진 특질(features)과 관련 없이 비슷한 사물/개념들 중 하나를 가리킵니다. 하나로 특정할 수 없는 걸 나타낼 때 쓰는 관사죠. 이때 ‘하나로 정할 수 없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가 바로 ‘indefiniteness’입니다.

예를 들어 “I have an apple.”이라는 문장에서 “an apple”은 세상에 존재하는 사과라고 불리는 것 중 하나임을 의미합니다. 그게 맛이 있는지 없는지, 크기는 어떤지 등은 중요하지 않죠.

b. 정관사: 특정한 사물이나 개념을 가리킵니다. 영어로는 specify할 수 있는 대상을 가리킵니다. 여기에서 ‘specify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definiteness’로 표현되는 개념입니다.

‘특정(specify)할 수 있다’는 말을 이해하긴 쉽지 않습니다. 이론적으로도 논쟁거리죠. 논문을 쓰자는 건 아니니 디테일을 과감히 생략하고 간단히 설명하면 ‘말하는 사람이 상대방도 알고 있다고/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대상’을 의미합니다. 이 대상은 보이는 물건일 수도, 추상적인 개념일 수도 있죠.

c. 무관사: 절대적 추상화 혹은 일반화(absolute generalization)를 하는 경우에 사용됩니다. 이 경우 관사가 붙지 않은 명사는 한계가 없는 일반적, 추상적 개념을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 ‘love’는 ‘사랑’이라는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개념을 나타내고, ‘people’은 특정인의 집합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반적 집합을 나냅니다.

4. 위의 개념은 일반 학습자에게는 생소하고 어려울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한 가지만 기억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앞으로 명사 앞에 관사를 붙이려고 고민할 때에는 “정관사? 부정관사? 무관사?” 이렇게 세 가지로 질문을 하는 습관을 키우자는 것입니다.

#관사공부중

탄핵 신어휘 4선

He 1’d the vote. 삐져서 혼자 표결에 빠졌다.
We 234ed you. 압도적인 표차로 탄핵하였다..
They just 56ed it. 막무가내로 반대하였다.
Some 7ed for the agenda. 기권하였다.
#탄핵_신어휘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영어 관사 – 사소한 것 몇 가지

 

1. 아시다시피 a/an은 단수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부정관사 a/an은 ‘하나’를 나타내는 one에서 파생했지요. 당연히 a books라고 쓰는 건 불가능합니다.

2. a/an이 단수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반면 정관사 the는 단/복수의 개념과 관련이 없습니다. 문맥에 따라서 the book이나 the books 모두 가능한 것입니다.

3. The는 어원적으로 ‘that’과 관련이 있고, 개념적으로는 ‘특정(specify)할 수 있는가’와 관련이 깊습니다.

4. ‘동서남북’ 각각의 방향을 명사로 나타낼 때는 the east, the west, the south, the north와 같이 정관사를 사용합니다. 전치사와 함께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여서 “남쪽으로 뛰어갔다”고 하면 “He ran to the south.”와 같이 “to THE south”를 사용하여야 합니다.

하지만 동사 바로 뒤에 방향을 나타내는 말이 나올 때에는 부사로 쓰여서 run south, walk east, drive west 와 같이 관사를 쓰지 않습니다. Turn right, turn left와 유사하죠? 전치사와 같이 쓸 때에는 “turn to the left”나 “turn to the right”로 쓰니까요.

5. 두 개의 대상을 지칭할 때 ‘하나는’, ‘다른 하나는’이라는 표현을 종종 쓰죠. 영어에서는 one/the other를 가장 선호합니다.

이때 the를 사용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두 개 중에 하나를 제외하면 나머지 하나는 정해지는 것이고, 이렇게 특정할 수 있는 대상을 나타낼 때에는 the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름도 정관사(definite article)입니다. ^^

#관사공부중

청문회 단상

Posted by on Dec 7, 2016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통째로 무너지고 있는 사회를 지탱하려고 밤낮없이 이 꽉물고 모욕을 견뎌내며 몸이 부서저라 일해야 하는 시민들. 그 모습을 비웃으며 자신들만의 시공간을 만들어 가는, ‘순수하고’ ‘힘이 세지만’ , ‘아는 것도 없고’, ‘기억도 하지 못하는’ 윗것들.

진정 아름다운 이들을 비참한 슬픔으로 내모는 잔혹한 시절, 아무도 정직한 대답을 내놓지 않는 청문회는 진실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며 타인의 고통을 이용해서라도 자신의 이익을 구하는” 시대의 진실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광장 이후를 생각하며 쓴 광장 메모 몇

Posted by on Dec 6, 2016 in 단상 | No Comments

1. 광장에 어른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고 하지만, ‘아이들 때문에’ 나온 이들도 적지 않았다. ‘아이들이 어른들을 끌고 나왔다’고 말해도 과하지 않은 면이 있다.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2. 장애인들과 함께 할 수 있었지만 굽이치는 군중 속에서 휠체어를 보진 못했다. (내가 못본 것이지만 한달 여의 관찰이니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워낙 많아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에서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로의 이행이 필요하다.

3. 재벌 구속 구호가 간간히 터져나왔으나 탄핵 구호에 비해 군중들의 반응이 약하게 느껴졌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솔직히 나만 해도 재벌에 대해 너무 모른다.

4. 청와대 쪽으로 향하는데 돌아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한 광장에 나와 있었지만 돌아오는 사람들의 표정은 조금 더 밝아 보였다.

5. 중학생 쯤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온 경우가 종종 보였다. 동행한 성인은 보이지 않았다. 광장에서 정치를 경험한 이들과 ‘정치를 글로 배운’ 아이들, ‘어른에게 정치를 배운’ 아이들과 ‘친구들과 함께 정치를 배운’ 아이들은 사뭇 다를 것 같다.

6. 수많은 패러디, ‘신박한’ 이름의 깃발들이 광장으로 뛰어들었다. 집회를 규정할만한 힘은 아니었으나 규모에 비해 큰 주목을 받았다. 작디 작은, 자본주의의 가장자리와 바깥 세력들이 존재를 드러내는 법에 대해 생각케 한다.

7. 여느 집회에서는 보기 힘든 ‘집회참가 겸 데이트’가 꽤 많이 보였다. (아 그때 앞에 서 있던 정장커플님들하, 뭘 먹고 그렇게 키가 컸나요. ㅠㅠ)

8. 이명박 정권 규탄 구호는 듣기 힘들었다. MB에 대한 언급을 하는 손피켓을 한두 번 본 게 전부다.

9.소셜미디어가 집회 동영상과 사진으로 도배되었다. ‘광장인증샷’이 자연스러운 관행으로 자리잡은 듯했다. 민주주의의 축제를 위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 더 나아갈 수는 없을까?

10. 뒷골목은 여전히 북적였다. 밥먹기와 집회 참가가 뒤엉켜 있었다. 나 또한 두어 번 밥을 먹고 다시 집회에 합류했다. 구호 외치다가 돌아서서 밥. 배채우고 다시 행진. 삶과 정치에 대한 유비로 느껴졌다.

우리는 이 거대한 시민혁명을 어떻게 기록할 수 있을까? 2016년_시민혁명_아카이브_프로젝트 를 모두의 힘으로 이루어 내야 하지 않을까?